지하철에서 무릎 통증으로 하염없이 이어지는 긴 계단을 원망스럽게 쳐다보는 어르신을 종종 보게 된다.
친구들과 여행도 하고 싶지만 그저 마음뿐, 움직일 때마다 관절이 녹슨 기계처럼 삐걱거린다.
퇴행성관절염이라고 불리는 골관절염은 나이 들면서 관절 연골이 닳고, 주변 활액막에 염증이 생겨 통증과 변형이 생기는 병이다. 주 증상으로는 관절통, 뻣뻣함 등이다. 관절을 움직일 때마다 관절 마찰음이 들리고, 아침보다 저녁이나 운동 후에 관절이 붓고 열나면서 아프다. 또한 손상이 심해지면 일상생활이 어려워지기도 한다.
골관절염은 남성보다는 여성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무릎ㆍ엉덩이 관절이나 평소 많이 사용하는 손가락 끝마디 관절에 나타난다. 2015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성인에서 골관절염 유병률은 32.7%로 어르신 10명 중 3명 이상이 골관절염이다.
나이 들면서 생기는 골관절의 퇴행성 변화를 완전히 되돌리기는 어렵다. 따라서 적절한 치료법으로 관절통증은 조절하고 부작용은 줄이면서 관절 기능과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게 치료목표다. 현재까지 알려진 약물치료법을 살펴보면 투여법에 따라 먹는 약(경구제), 바르거나 붙이는 외용제와 아픈 관절에 직접 주사하는 국소주사제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아세트아미노펜은 관절 통증을 가라앉히는 약물로 비스테로이드 소염진통제(NSAID)나 마약성진통제보다 부작용은 적지만 효과가 강하지 않은 게 한계다. NSAID는 관절 통증과 염증완화를 위해 골관절염에 흔히 쓰인다. 하지만 장기 복용하면 속쓰림, 구역, 상부 위장관의 궤양 및 응고기전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신중한 투여가 필요하다. 또한 아스피린의 혈전 예방효과를 줄일 수 있다.
고혈압약(베타차단제, ACE억제제)을 복용하는 환자에서 혈압상승과 부종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이부프로펜, 나프록센, 아세클로페낙 등이 대표적 성분이다. 최근 선택적으로 작용해 소화기계 부작용을 줄이는 새로운 기전의 NSAID약물(세레콕시브, 에토리콕시브, 폴마콕시브)이 개발됐다. 이 약물들도 고혈압ㆍ심부전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병이 있다면 조심스럽게 사용해야 하고 꼭 필요하면 최소한 투여해야 한다.
외용제는 통증 있는 관절부위에 바르거나 붙이는 제제(로션, 겔제, 연고제, 패치 등)로 주로 경증ㆍ중등도 골관절염에 쓰이며 경구제와 함께 사용되거나 경구제를 쓸 수 없는 환자에서 처방된다. 케토프로펜, 록소프로펜, 피록시캄 등이 대표적 성분이다. 이런 외용제를 쓴 뒤에는 손을 씻어야 한다. 피부발진이나 두드러기 등이 나타나면 사용을 즉시 중단하고 의사나 약사와 상의한다.
특히, 케토프로펜 성분이 함유된 외용제 사용 중 혹은 사용 후 2주까지는 햇빛이나 자외선에 의해 피부 두드러기, 물집, 발진 등이 생길 수 있으므로 외출 시 약물 바른 부위를 옷 등으로 가려야 한다.
한편, 국소주사제는 골관절염의 활막염, 외상 후 골관절염 등에서 통증이 있는 관절 안으로 직접 주사하는 의약품으로 활막 염증을 억제해 통증을 개선하는 부신피질 호르몬제와 연골표면을 구성하는 성분으로 연골합성을 자극하고 퇴행을 막는 히알루론산 제제가 있다. 히알루론산제제는 제품 특성에 따라 투여횟수가 다르므로 투여 전 의사와 상담하고 정확한 치료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이들 주사 투여 후에는 관절을 많이 움직이는 운동이나 관절에 무리를 주는 자세 등은 피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