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특히 정보기술 분야의 급속한 발전은 인류의 생활 패턴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
간단한 예로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우리는 인터넷이란 새로운 시스템에 매혹돼 책상 위에 놓은 컴퓨터에 매달리며 자신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취득하고 업무를 진행했었다.
그런데 애플에서 스마트폰이 출시되면서 몸집 큰 컴퓨터 대신 손 안에서 똑같은 일을 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유가를 걱정하며 자동차를 구입할 때마다 갤런 당 마일리지를 계산해야 것에서 벗어나 환경 오염 물질을 내뿜지 않는 전기자동차의 보급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고, NASA라는 국가 주도의 거대한 조직만이 가능했던 우주탐사도 사기업 손에 넘어가는 과정에 있다. 이같은 변화가 가능했던 배경에는 바로 ‘STEM’이라 불리는 분야의 비약적인 발전이 있었기 때문이다.
‘STEM’은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엔지니어링(Engineering), 수학(Mathematics) 등 네 분야를 통틀어 부르는 약어로 적어도 현재의 우리 세상을 이끌어가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자 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대학을 지원하는 학생들 사이에서도 가장 인기가 높은 전공이 되고 있으며, 그만큼 경쟁 또한 갈수록 치열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많은 학부모들도 이 분야를 전공하는 것이 장래 사회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해 스스로의 삶의 가치와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수단이 될 것으로 보고 이를 적극 추천하고 있는 것도 요즘 우리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다시 세상은 더 높은 성장과 발전을 위해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STEM’에서 다시 한 발 진보된 ‘STEAM’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A’는 예술을 뜻하는 ‘Art’로 여기에는 디자인을 포함하고 있다. 딱딱하고 정해진 공식과 같은 인상을 주는 이공계통인 ‘STEM’과 아트가 무슨 연관관계가 있어 새로운 분야로 떠오르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예술이란 분야를 생각할 때 미술작품이나 연극, 음악 등을 먼저 떠올리게 될 것이고, 이것이 과학과 연결된다는 것 자체에 앞뒤가 맞지 않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STEM’에 치중했던 많은 기업들은 고도화된 자신들의 분야에서 새로운 차원의 변화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으며, 그 기본과 바탕에 창의성이 깔려 있어야 한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또한 가장 기본적인 학문을 더 많이 생각하고 반영해야 한다는 생각도 가지기 시작했다. 유명 IT 기업들이 인문학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같은 맥락에서 예술은 IT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새로운 생각과 아이디어,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인재들을 확보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오래 전 한국의 한 전자제품 광고에서 ‘틀을 깨면 새로운 세상이 보인다”는 유명한 헤드카피처럼 변화와 혁신에 고정관념과 공식을 허물기 위해서는 결국 남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시각과 자유로운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창의성이 없이는 새로운 단계로의 성공적인 진입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예술은 공식이란 개념에 인간의 본성을 접목시킴으로써 보다 인류에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세상을 주도적으로 열어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준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것도 이 분야의 중요성을 이해할 수 있는 배경이라고 하겠다.
한국의 저명한 과학자인 원광연 카이스트 명예교수가 몇 달 전 ‘4차 산업혁명’을 설명하는 가운데 세상은 컴퓨터와 네트웍만의 연결이 아니라 인간과 사물, 모든 것이 네트웍으로 연결되는 세상으로 바뀌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강의내용에 대한 개인적인 판단은 모든 것이 하나로 뭉칠 것이고, 이 밑바탕에는 인간을 위한, 인간에 의한, 인간 중심의 세상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가 예술이라고 본다.
이미 세계 여러 국가에서는 ‘STEAM’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어릴 때부터 이를 고육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고, 실제로 교육과정의 틀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과학교육이란 좁은 의미에서 벗어나 인간과 과학기술을 연결하고, 이를 통해 미래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수험생 자녀를 둔 가정들 마다 아이의 전공선택을 놓고 적지 않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 가운데는 미대 또는 디자인 스쿨 지원을 놓고 과연 이 분야가 자녀의 미래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는 가정들도 있을 것이다.
나는 항상 강조해 왔듯이 자녀의 재능과 관심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술 계통이라고 해도 이 분야가 우리 사회에서 활약할 수 있는 길은 앞으로 더욱 넓어질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것이 순수예술이든, 다른 요소가 가미된 것이든 결국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공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세상을 바꾸는 무엇이든 간에 인간의 본질을 벗어난다면 그 생명력은 매우 짧을 수밖에 없고, 기대에 못미칠 가능성이 높다. ‘STEM’에서 ‘STEAM’으로 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제 4차 산업혁명의 격변기에 STEM에서 한 발 더 나아가 STEAM의 방향으로 진일보해야 기계에 지배당하지 않는 인간중심의 세상을 만들 수 있다. 미국의 한 고교에서 학생들이 미술 실습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