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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 대명사 ‘잭 대니얼스’는 노예의 작품

미국뉴스 | 사회 | 2017-08-18 10: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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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네시 증류주 장인 노예 그린 

위스키 제조기술 가르쳐

회사 측 150년 만에 존재 인정

LA의 사업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폰 위버는 지난 여름 싱가포르에서 휴가 중 흥미로운 기사를 읽었다. 미국 최고의 위스키 브랜드인 잭 대니얼스의 설립자 잭 대니얼에게 위스키 만드는 법을 가르쳐 준 사람이 테네시의 노예였다는 내용이었다. 니어리스트 그린이라는 노예의 존재는 사실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공개된 비밀이었다. 하지만 잭 대니얼스를 소유한 브라운-포먼 사가 2016년 마침내 그린의 존재를 인정하기로 결정하면서 국제적 뉴스가 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브랜드 중 하나인 잭 대니얼스가, 부분적으로, 노예에 의해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에 흑인여성 위버(40)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잭 대니얼스가 공장 견학 프로그램을 통해 그린의 역할을 강조하겠다고 했으니 직접 가서 들어 보기로 했다. 하지만 LA에서 내슈빌 행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 잭 대니얼스가 있는 린치버그에 가보니 그린의 흔적은 눈을 씻고 봐도 없었다. “공장 견학에 세 번이나 참가했는데, 아무 것도 없었어요. 그린의 이름조차 언급되지 않더군요.”

위버는 실망하고 떠나는 대신 그린에 대해 파헤쳐 보기로 했다. 그래서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위스키 탄생에 그린이 기여한 바를 인정하겠다고 했던 약속을 회사 측이 지키도록 만들고 싶었다. 위버는 린치버그 다운타운에 집을 하나 렌트하고, 그 지역에 여전히 살고 있는 수십명 그린의 후손들과 접촉하기 시작했다. 

관련 고문서들을 찾아 테네시, 조지아 그리고 워싱턴 DC를 누비고 다닌 결과, 위버는 그린과 대니얼의 관계를 연대표로 만들 수가 있었다. 그린은 대니얼에게 위스키 증류하는 법만 가르친 게 아니었다. 남북전쟁이 끝난 후 대니얼이 세운 위스키 공장에서 제조 전문가로 일을 하기도 했다. 말하자면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위스키 제조 장인이 탄생한 것이다. 

위버는 대니얼과 그린 관련 문서와 물품들 1만 점을 수집하고 이들 중 상당부분을 워싱턴에 있는 전국 흑인역사 문화 박물관에 기증하겠다고 밝혔다. 

그린의 발자취를 추적해 가는 가운데 그는 두 사람이 위스키 제조를 처음 시작한 농가를 찾아내고, 주변 4에이커의 부지와 함께 매입했다. 마을 중앙에 위치한 이곳을 장차 기념공원으로 만들 생각이다. 그리고 그린의 진짜 이름도 알아냈다. 진짜 이름은 네이탄이고, 니어리스트는 별명이었다. 

현재 위버는 그린에 관한 책을 쓰고 있다. 아울러 테네시의 다른 증류주 공장과 계약을 맺고 엉클 니어리스트 1856이라는 위스키를 지난 달 출시했다. 위스키 판매로 얻어지는 이익의 상당부분은 그린 관련 프로젝트에 쓸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위버가 거둔 가장 큰 성공은 지난 5월 브라운-포먼이 공식적으로 그린을 자사 1대 증류주 제조 장인으로 인정한 것이다. 창업주 대니얼은 이제 2대 장인으로 기록되었다.

브라운-포먼의 잭 대니얼스 브랜드 담당 마크 맥컬럼 사장은 “잭 대니얼 이야기에 니어리스트 이야기가 추가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라고 말한다.

잭 대니얼스 창업이 한 노예 덕분에 가능했다고 공식 인정한 것은 남부 식문화 역사에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 남부 요리와 농업에 혁신적 기여를 한 흑인들이 하나 둘 뒤늦은 인정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미국산 위스키는 여전히 백인만의 일로 이야기되고 있다.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출신 정착자들이 유럽의 위스키 제조 지식을 테네시와 켄터키로 가져와 미국산 위스키가 탄생했다는 이야기가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린 이야기는 이 모두를 바꾸어 놓는다. 힘들고, 위험하면서 고도로 기술적인 작업에 노예들이 근육뿐 아니라 두뇌도 제공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위버가 알아낸 바에 의하면, 그린은 랜디스 & 그린이라는 회사 소유 노예로 린치버그 주변 농부들에게 임대되었다. 그 중에 댄 컬이라는 사람도 있었다. 부유한 지주이자 목사였던 그는 위스키를 만들 조수로 잭 대니얼이라는 틴에이저도 고용했다. 이미 위스키 제조에 능했던 그린은 어린 대니얼을 자식처럼 품어 가르치고, 남북전쟁 끝나고 노예제도가 폐지되자 대니얼이 갓 시작한 위스키 제조 공장에서 일을 했다.

십중팔구, 그린 같은 사람들이 남부 전역 여기저기에 많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기록은 드문드문 있을 뿐이다. 위스키 제조기술이 있는 노예라는 언급이 19세기 초반부터 노예 시장에서, 도망간 노예 광고에서 등장했다. 그렇기는 해도 오늘날 연간 30억 달러의 수익을 올리는 유명 위스키 브랜드 창업을 도운 사람은 그린 한 사람 뿐이다. 

잭 대니얼스는 지난해 창립 150주년 기념의 일환으로 그린의 역할을 인정하려 했지만 2016년 대선이 워낙 인종적으로 민감하게 진행되면서 주춤했다. 자칫 그린의 존재를 상업적 이익을 위해 이용한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대니얼이 노예 그린의 소유주로 그린의 제조법을 훔친 것으로 잘못 알려지기도 했다. 사실은 대니얼은 노예를 소유한 적이 없고, 그린을 자신의 멘토라고 공개적으로 이야기 했다.

위버는 모타운 레코드의 작곡가인 프랭크 윌슨의 딸로 식당과 부동산 사업을 하다가 지난 2014년 ‘행복한 아내 클럽’이라는 책을 내면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싱가포르에서 신문을 보던 당시 그는 뭔가 새로운 프로젝트를 찾고 있던 중이었다. 지난 해 린치버그를 잠깐 방문해보려던 그가 몇 개월에 걸쳐 장기 체류를 하게 된 배경이다. 아직까지 쓰여지지 않은 역사, 잊혀진 고문서들 속에 감춰진 그리고 타운의 흑인주민들의 집단 기억 속에 감춰진 역사를 찾게 된 것이다. 

과거 잭 대니얼 양조장에서 일했거나 지금도 일하고 있는 많은 직원들을 포함, 린치버그의 흑인 주민들은 그린의 이야기를 부모에게서 조부모에게서 들어 알고 있었다. 

그린의 후손인 데비 앤 디디-스테이플스는 “할머니가 언제나 우리에게 말해 주었다”고 말한다. 린치버그에 사는 데비는 잭 대니얼에서 근 40년 일하고 있다. 

“회사 측에서는 아무런 말을 안해도 우리 가족끼리는 다 알고 있었지요.”

인구 6,319명의 작은 마을인 린치버그에서, 그것도 최대 고용주인 잭 대니얼스에 관한 이야기는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지난 3월 위버와 잭 대니얼스의 맥컬럼 사장의 회합 이후 그린의 존재는 공식화했다. 

공장 견학 프로그램에서 그린을 대니얼의 멘토로 소개하고, 역대 위스키 명장들의 사진을 걸어놓은 벽에 사진을 하나 추가했다. 그린의 사진으로 확인된 것은 없지만 대니얼이 어느 흑인 옆에 앉아있는 사진을 걸었다. 그 흑인이 그린이거나 아니면 위스키 공장에서 같이 일했던 그린의 아들들 중 하나일 것으로 추측된다. 

위스키 대명사 ‘잭 대니얼스’는 노예의 작품
위스키 대명사 ‘잭 대니얼스’는 노예의 작품

잭 대니얼스 첫 양조장을 찾아낸 폰 위버. 잭 대니얼에게 위스키 제조기술을 가르친 멘토는 흑인노예 니어리스트 그린이라는 보도를 보고 위버는 150년 전 그린의 행적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위스키 대명사 ‘잭 대니얼스’는 노예의 작품
위스키 대명사 ‘잭 대니얼스’는 노예의 작품

잭 대니얼과 나란히 앉은 흑인이 그린이거나 그의 아들로 추정된다.

위스키 대명사 ‘잭 대니얼스’는 노예의 작품
위스키 대명사 ‘잭 대니얼스’는 노예의 작품

그린의 후손인 데비 앤 이디-스테이플스. 그는 근 40년 째 잭 대니얼 양조장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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