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설마 했던 일이 벌어졌다. 그것도 미국 최고의 명문 사립대 하버드 대학에서 말이다.
하버드 교내신문 ‘하버드 크림슨’(Harvard Crimson)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페이스북에 R등급에 해당하는 음란 메시지를 올렸던 올 가을학기 신입생 입학 예정자 10여명에게 합격 취소 조치를 내려졌다.
이 신문에 따르면 입학 예정자들 일부가 지난 해 12월 ‘매력적인 부르조아 10대들을 위한 하버드 밈’(Harvard memes for horny bourgeois teens)이라는 그룹 채팅방을 페이스 북에 개설했다. ‘밈’이란 인터넷 용어로 재미있는 말이나 이미지를 뜻한다.
처음에 이 채팅방이 개설됐을 때만 해도 신입생들의 정보와 문화, 인적 교류의 마당이라는 생각에 많은 학생들이 가입했지만, 결국 일부 소수 학생들이 정도를 벗어나며 성적인 메시지를 담는 것은 물론, 소수 인종에 대한 혐오의 글이 올려지는 등 심각한 수준으로 변모해 버렸다.
특히 문제의 내용 중에는 성폭행 장면이나 홀로코스트, 죽은 어린이들의 모습 등이 있는가 하면 자극적인 어린이 성학대 사진까지 들어 있었다.
이들이 아직 고등학생이란 신분을 감안한다면 도저히 믿겨지지 않는 10대들의 무모한 행동이자, 미국 최고의 대학 합격자라는 인성과 전혀 맞지 않는 용납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결국 하버드 대학측은 이 채팅방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통해 문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4월 중순 입학 취소를 결정했다.
하버드 대학의 이번 조치는 두 가지 교훈을 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선 대학입시에서 갈수록 소셜네트웍에 대한 대학들의 감시가 강화된다는 이야기들이 수없이 나왔지만 이번 일을 통해 이것이 사실임을 확실하게 각인시켰다는 것이다.
대입관련 전문 출판사인 카플랜 테스트 프렙이 미 전국 350개 대학 입학사정관들을 대상으로 실시해 지난 2월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약 35%가 지원자의 소셜미디어를 살펴본다고 답했다.
물론 이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을 통해 지원자가 어떤 사람인지를 더 많이 알고 싶어 진행하는 것이지만, 보는 사람에게 이상한 느낌이나 혐오스러운 이미지를 주게 된다면 분명히 마이너스가 될 것임도 함께 의미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소셜미디어가 합격 여부를 결정하는데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25%가 긍정적으로 답해 전년 11%에 비해 배 이상 증가했다.
이 설문조사를 보면 대학의 입학사정관들이 모두 지원자들의 소셜네트웍을 살펴보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특히 숫자로만 본다면 과반이 소셜네트웍을 살펴보지 않는 셈이 된다.
그러나 비록 과반은 아니더라도 무시할 없는 비율의 입학사정관들이 이를 살피는 것이어서 가볍게 보아 넘길 일은 분명 아니다. 그리고 앞으로 이를 살피는 비중은 점점 커질 것이란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때문에 올 가을학기에 대학에 입학하게 될 학생들은 물론, 현재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모든 고등학생들은 자신의 어카운트가 있는 소셜네트웍의 내용들을 모두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욕설이나 남에 대한 일방적인 비판, 건전하지 못한 단어 또는 사진 같은 것들이 있다면 지금 당장 지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이런 소셜 네트웍을 정보교환 등 자신과 타인에게 유익한 사이버 공간으로 꾸며놓아야 한다.
특히 자신이 지원서와 인터뷰에서 보여줬던 것과 정반대의 모습이 소셜네트웍에서 드러나지 않도록 많은 노력과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실제로 입학사정관들은 소셜네트웍이 입학사정에서 도움이 되는 것에 대해 자신의 성장하는 모습이나 건전한 생활상 등 긍정적인 인상을 심어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두 번째는 조건부 합격통보에 관해서다.
대학들은 합격통보를 하면서 이것이 최종이 아님을 항상 강조한다. 다시 말해 언제든지 이를 취소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일반적으로 합격이 취소되는 경우는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
가장 흔한 것이 갑자기 성적이 크게 떨어질 경우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졸업할 때까지 그동안의 일과와 일정을 변함없이 소화함으로써 큰 변화를 보이지 않지만, 일부 학생들은 긴장이 풀어지면서 학업을 게을리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또 다른 하나는 합격에 도취돼 자신을 제어하지 못함으로써 건전하지 못한 행동을 했을 때이다. 대학의 입장에서 볼 때 불미스러운 일을 저지른 신입생을 반겨할 이유가 전혀 없다.
합격자 취소를 결정해도 대학의 입장에서는 손해될 것이 없다. 특히 명문대 일수록 자나깨나 추가합격의 기회를 기다리고 있는 대기자들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고, 이 후보자들은 학비보조에 대한 부담도 적다.
하버드 대학과 같은 명문 사립대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학업능력이 뛰어나야 하는 것은 언급할 필요도 없는 것이고, 그에 버금가는 특별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런 후보들이 한 자리에 모여 다시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는 과정을 거친 소수의 지원자만이 입학이 결정된다.
이렇게 어려운 과정을 통해 받은 영광을 한 순간의 실수로 모든 것이 물거품이 돼 버린 학생들의 소식을 들으면서 참 안타깝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얼마 전까지 최고의 명문사립대 합격이라는 엄청난 기쁨을 누렸다가 합격 취소를 통보받은 이들은 지금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이번 일은 곧 대학에 입학할 예비 신입생과 꿈의 대학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수험생들에게 분명한 경종을 울리고 있다.
하버드 대학이 페이스북에 R등급에 해당하는 음란 메시지를 올렸던 올 가을학기 신입생 입학 예정자 10여명에게 합격 취소 조치를 내려지면서 잘못된 SNS 사용이 보여준 결말이 어떠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사진은 하버드 대학 정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