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 불확실성 감소에 소비자들 부동산 시장 경계 낮춰
집 구매·판매 욕구 동반 상승… 이자율 높아도 가격 오를 듯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올해 주택 시장 전망은 일단 밝아 보인다. 지속적인 경제 회복세에 힘입어 주택 시장에 대한 신뢰도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상황이다. 대통령 선거라는 불확실성이 사라지면서‘주택을 구입해도 괜찮다’라는 믿음이 주택 시장에서 퍼지고 있다.‘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가 1분기 소비자 설문 조사를 실시했는데 주택 시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급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가 받쳐주니 집 사도 문제없다
NAR의 이번 설문조사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미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과 주택 시장에 대한 기대치 등 여러 가지 항목을 물어 보는 방식으로 실시됐다.
조사결과 소비자들의 경제에 대한 신뢰도는 5분기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올 1분기 경제가 개선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은 약 62%로 전 분기 약 54%, 지난해 1분기 약 48%에 비해 각각 큰 폭으로 상승했다. 지역별 상승폭으로는 중서부(약 67%)와 농촌 지역(약63%)에서 크게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로렌스 윤 NAR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자 신뢰도는 대통령 선거 직후 크게 오르는 경향이 있다”며 “현재 정치적으로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지만 경제에 대한 신뢰도는 전반적으로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경제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면 기업들의 채용이 늘고 소비자 지출로 이어지는 효과가 있다. 소비자 지출이 증가하면 주택 시장에서도 ‘사자’ 분위기가 형성돼 주택 거래 활성화에 기여하게 된다.
전반적인 경제 신뢰도가 높아지면서 개인 재정에 대한 신뢰도 역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HOME 조사에서 향후 6개월 안에 개인 재정 상태가 개선될 것이라고 믿는다는 응답자는 약 62.6%로 급증했다. 지난해 4분기와 1분기 조사 때와 같은 응답자 비율은 각각 약 59.8%와 약 58.1%로 60%를 넘지 못했다.
4명중 3명 집 사야할 때
집을 구입하기에 적절한 시기라고 답변한 응답자 비율은 지난해 평균(약 72.5%)보다 조금 낮아진 약 72%로 나타났다. 그러나 실제 구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반드시 구입해야 할 시기’라는 답변은 약 47%로 지난해 1분기(약 45%) 이후 가장 높았다. 연령대별로는 고령일수록 주택 구입에 대한 자신감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65세 이상 응답자중 지금이 주택 구입 시기로 적절하다고 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고 밀레니엄세대(34세미만)에서는 가장 낮았다. 65세 이상 중 지금이 주택을 구입할 때라고 답한 비율은 약 79%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았던 반면 밀레니엄세대 사이에서는 약 62%만 주택 구입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소득수준별로는 소득이 높을수록 지금이 주택 구입에 적절한 시기로 믿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소득 10만달러 이상의 가구 중에는 약 78%, 5만~10달러 가구는 약 74%, 5만달러 미만 가구 중에는 약 64%가 현재를 주택 구입 타이밍으로 여기고 있었다.
주택 소유 여부별로 구분한 조사에서는 주택 소유자와 세입자간 큰 차이를 보였다. 주택 소유자의 경우 약 80%가 지금 집을 사야할 때라고 답변한 반면 세입자들 중에는 약 56%만 주택 구입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
이는 세입자들 사이에서 주택 구입에 대한 욕구가 낮아졌다기보다는 주택 구입 여건 악화로 주택 구입 시기를 늦춰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원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윤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이자율까지 오르면서 주택 구입 여건이 다시 악화되고 있다”며 “여기에 매물 부족 현상까지 겹쳐 주택 구입 계획을 잠시 중단하는 세입자 비율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윤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매물량만 늘어나도 세입자들의 주택 구입에 대한 자신감이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제 집 내놓을 때’ 급증
올해 역시 매물 부족 현상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이제 집을 팔아야 할 때’라고 생각하는 주택 소유자들의 답변 비율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매물 부족 사태가 조만간 해결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다.
집을 처분하기 적절한 시기라고 답변한 응답자 비율은 약 69%로 지난해 3분기(약 63%)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주택 가격이 치솟은 서부 지역에서 ‘집을 팔 때’라는 답변 비율이 약 77%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고 중서부(약 70%), 남부(약 67%), 북동부(약 61%) 순이었다.
윌리엄 E. 브라운 NAR 회장은 주택 매매 기간이 크게 단축됐기 때문에 집을 내놓기 전 적절한 구입 계획부터 수립할 것을 당부했다. 현재 주택 구입 수요가 매물 공급을 크게 앞지르고 있는 상황으로 집을 파는데 걸리는 기간을 상당히 짧아졌다.
반면에 매물 부족 현상으로 인해 주택 구입에 걸리는 기간은 길어졌기 때문에 자칫 주택 매매 타이밍이 맞지 않아 단기 임대료 등 불필요한 비용 지출이 발생할 수 있다.
집값 더 오를 것 같다
주택 가격 변동과 관련된 질문에서 대부분의 응답자가 지난 1년간 이미 가격이 많이 올랐고 앞으로도 더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었다. 이번 조사에서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지난 1년동안 집값이 많이 올랐다고 평가한 응답자는 약 60%로 전 분기(약 55%)보다 상승했다.
집값이 올랐다고 느끼는 응답자 비율은 서부에서 약 74%로 가장 높았고 기타 지역의 경우 약 50%대의 비율을 보였다.
앞으로 집값이 오를 것으로 본다는 응답자 비율도 지난해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올해 1분기 조사에서 향후 6개월 사이 집값이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는 응답자는 약 51%로 지난해 약 44% 비율을 크게 앞질렀다. 주택가격이 실제로도 오르고 있고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높아 이자율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향후 주택 가격 상승 전망이 더욱 높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