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보조액 점검은 기본
학벌위주 아닌 실속 따져
장래에 후회 없을 결정을
미국 대학의 특성은 제한없는 복수지원을 통해 합격한 대학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서 진학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많은 대학에서 합격 통보를 받아도 결국은 단 하나의 대학을 선택해야하는 것이 수험생들로서는 정말 힘든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3월은 대입 합격자를 발표를 앞두고 있는 12학년 학생들에게는 희비가 엇갈리는 달이다. 지원했던 대학에서 합격 통보가 날아오면 다행이지만 그 반대로 불합격 통보를 받게 되면 아무래도 좌절하고 낙망하기 쉽다. 조기 지원한 학생들 가운데 일부는 이미 자신이 진학할 대학을 결정했겠지만 정시로 대학에 지원한 12학년생들은 대학들로부터 곧 합격여부 통보를 받게 된다. 막판에 변수가 하나 있다. 학생들이 꼭 알아야 할 것은 합격 통보를 받더라도 가을에 캠퍼스 입학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12학년 2학기 때 성적이 떨어진 이유로 대학들이 합격을 취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렵게 이룬 드림스쿨 합격이 취소되는 것은 학생, 학부모들에게는 청천병력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대학에 입학하는 그 순간까지 방심해서는 안 된다. 대입 합격자 발표를 앞두고 긴장해 있을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을 위해 합격자 통보에 대처하는 방법을 알아본다.
■ 선택의 문제는 정말 중요하다
올해 아이비리그 대학을 중심으로 한 주요 대학들의 합격자 발표가 오는 3월 중순부터 시작해 4월 초까지 일제히 끝난다.(표 참조) UC계열 대학도 3월 하순까지 합격자 발표가 끝난다. 하나의 대학에서만 입학 허가서가 오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 3~4개의 대학을 놓고 결정하게 된다. 심한 경우 10여개에 가까운 대학에서 합격통보가 날아온다.
그러나 결국 하나의 대학을 선택할 수 있을 뿐이다.
하버드 대학의 경우만 해도 2,000여명 정도에게 합격통지서를 보내면 이 가운데 1,650여명 정도가 최종입학을 결정한다. 하버드가 세계최고의 명문대학이지만 산술적으로 350여명은 다른 대학으로 간다는 이야기이다. 인생은 선택의 문제이다.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인생이 엇갈린다. 대학의 선택도 마찬가지이다.
합격의 기쁨도 잠시! 이젠 선택하고 결정하는 문제가 남는다. 이렇게 생각하면 이게 좋은 것 같고 저렇게 생각하면 저게 좋은 것 같기도 할 것이다. 이때쯤이면 갈 대학을 결정하지 못해 고민하는 학부모와 학생들이 많다. 차라리 조기전형으로 그 대학에만 가야 하는 경우가 더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 멀리 본다
이럴 때의 판단기준은 당장을 보지 말고 멀리 보라는 것이다. 지금 내린 판단이 과연 10년, 20년 후 나의 인생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분명하게 생각해 보라는 것이다.
명문대학이라는 학벌위주의 선택을 할지 아니면 그보다 수준이 낮을지라도 4년 장학금을 받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으면서도 실속 있는 선택을 할지 생각해 볼 일이다. 또한 가주에서 학교를 다닐지 동부에 있는 학교로 갈지도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신중에 신중을 기하되 너무 많은 요소를 놓고 생각하면 결정하기 힘들 때가 있다. 웬만하면 결정할 수 있는 기준을 단순화시켜 놓고 비교 분석해서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혼자서 결정하기 힘들 때는 부모의 조언도 들어보고 또한 교사 혹은 카운슬러 등의 의견도 참조한다.
그러나 친한 친구가 가는 대학으로 가서 캠퍼스 라이프를 함께 하겠다고 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단 그 학교가 자신이 생각하기에 ‘친구’라는 요소를 떠나서 가장 바람직한 학교라는 최종적인 판단을 내린 경우에는 상관없다.
일반적으로 대학들은 5월1일까지 학생들이 등록의사(SIR)를 표시하길 요구한다. SIR 표시와 함께 일정액의 디파짓도 대학에 보내야 한다.
■ 더블 디파짓은 가능한 피하라
여러 대학에서 합격했을 경우 마지막 순간까지 고민을 하게 마련이다. 정말 어느 대학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한 것인지 충분히 고려하는 것까지 좋지만 진학할 대학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2개 이상의 대학에 디파짓을 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더블 디파짓을 할 경우 해당 대학 대기자 명단에 올라 있는 지원자 중 합격할 가능성이 있는 학생의 앞길을 막아버리는 것으로 간주돼 대학으로부터 합격을 취소당할 수도 있다.
■ 재정보조를 점검한다
대학 입학에 가장 중요한 변수가 바로 재정보조이다.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비록 합격했다 할지라도 재정보조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면 심각하게 고민할 문제이다. 요즘은 대부분의 사립대학의 연 학비가 6만달러를 초과한다. 아이비리그 대학에서는 재정보조를 많이 주는 편이지만 그래도 웬만한 중산층 가정이면 자녀의 학비문제는 참으로 버거울 수밖에 없다. 자신이 원하는 드림스쿨에서 재정보조를 많이 해준다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그 반대의 경우가 발생한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과연 이 대학이 아니면 안 되는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재정상황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2면에 계속·박흥률 기자>
요즘은 재정보조의 중요성을 학부모나 수험생들 공히 잘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같은 값이면 장학금을 주거나 재정보조를 많이 해주는 학교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대학원에 진학해야하는 경우라면 학부때부터 과도한 학비부담을 지게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학부만 졸업해도 되는 전공인지 대학원까지 입학해야 하는 전공인지에 따라 재정보조를 심각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 재정보조는 지원서 넣기 전부터 챙겨야
대학에 지원하기 전부터 학자금을 많이 지원하는 대학을 노려 집중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이미 입학 허가서를 받고 나서 상황을 변동시키기에는 너무 늦을 때가 많다. 정말 가고 싶은 대학이라면 사전에 재정적인 보조를 충분히 받을 수 있도록 조처를 취할 필요가 있다. 부모의 세금보고도 미리미리 점검해서 2~3년 전부터 대비해야 한다. 미국은 학벌 때문에 사회활동의 지장을 초래하는 나라는 아니다.
물론 US 뉴스월드&리포트 등 언론과 기관에서 매해 명문대 순위를 나름대로 기준에 맞춰 발표하지만 이것은 단지 참고사항일뿐 명문 사립대나 공립대를 나왔다고 해서 사회적인 출세가 보장되진 않는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실력이다. 따라서 부모의 경제적 형편이 여유가 있지 않는 한 가능하면 재정보조가 후한 대학을 선택하는 편이 현명하다. 장학금을 준다면 더 말할 나위 없다.
어쨌든 대학 측에서 보내오는 재정보조나 장학금의 내용이 들어 있는 재정보조 통지서를 꼼꼼히 읽어본다. 일단 재정보조 내용에 만족하면 이 편지를 사인해 보낸다.
또한 캠퍼스 기숙사 신청서 등도 보내야 할 경우 서두르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신입생들은 기숙사에서 지내는 것을 원하는데 보통 대학들은 입학 정원보다 기숙사 자리가 다소 부족한 경우가 많다.
■ 졸업하는 날까지 성적관리에 최선을 다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졸업식 날까지 최선을 다해 11학년까지 얻어낸 우수한 학업성적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다. ‘12학년 병’에 걸려 학업을 게을리하고 친구들과 놀자 분위기에 휩쓸리면 공든 탑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다.
대학들이 합격을 취소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성적이다. 일부 학생들은 대학 입학원서 제출을 마무리한 뒤 긴장이 풀어져 12학년 성적관리를 소홀히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행동은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요즘은 UC의 대학 입학요강도 많이 강화되어 12학년 2학기 성적보고서도 본 다음에 최종적으로 합격여부를 결정한다. 지금 받는 통보는 어디까지나 ‘조건부’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대학들이 합격을 취소한 이유는 12학년 때 학업성적 저조, 규율문제, 입학원서 내용 허위 기재 등이다. 따라서 현재 AP 과목들을 택하고 있을 경우 오는 5월에 있을 AP 시험준비에 최선을 다하고 지금까지 해온 과외활동도 열심히 하도록 한다.
■ 수시전형을 마지막 기회로 활용한다
본인이 최선을 다해서 지원하고 공부도 열심히 했지만 여러 가지 돌발 변수의 발생으로 인해 본인이 원했던 대학으로의 입학이 좌절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럴 경우 노려볼만 한 것이 바로 수시전형이다.
수시전형(rolling admission)은 쉽게 말해 입학원서 마감시한을 정해 놓지 않고 계속해서 원서를 접수하고 검토해서 지원자들에게 합격 여부를 알려주는 제도를 말한다. 이들 대학은 보통 입학정원이 찰 때까지 원서를 접수한다. 따라서 어떤 대학으로부터 퇴짜를 맞더라도 다른 대학에 지원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다. 정시 지원한 대학에 불합격하더라도 수시전형 대학에 원서를 넣을 수 있다. 일부 대학들은 가을학기 시작 직전까지 원서를 접수하기 때문이다.
간혹 어떤 학생들은 수시전형으로 지원한 학교에서 합격해 장학금 혜택도 받고 상대적으로 쉬운 학점 관리로 인해 대학원 입학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도 한다.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는 것이 대학입시의 묘미이기도 하다.
■ 학문과 실용성을 균형있게 검토한다
대학은 상아탑이라고 했다. 학문의 전당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녹록치가 않다. 인문학을 전공하고 나와선 일자리를 잡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인문학을 결코 경시해선 안 된다. 취업에 유용하지 않다고 해도 사실상 인생의 승부처는 인문학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인생의 경륜과 깊이는 인문고전 독서와 인문학을 공부하고 토론한 데에서 겹겹이 쌓이며 그것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활용될 지는 아무도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설사 취업을 고려해 이공 계통의 학문을 공부한다고 해도 인문분야의 학문을 공부할 수 있도록 복수전공 혹은 부전공을 하면서 대학을 마치기 위해서는 진학할 대학이 균형된 인간을 만드는 데 힘쓰는 지도 알아볼 필요가 있다.
한편으로 대학의 취업률도 검토하는 가운데 연봉 수준은 어느 정도 되는 지도 알아보고 자신이 입학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졸업하고 사회생활 할 때 어느 대학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할 지를 검토해보는 것이 좋다.
■ 소셜네트웍 사이트의 부적절한 정보를 삭제한다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친구들만 볼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대학 입학 사정관들도 들여다볼 수 있다. 친구들과 술을 마신다거나 부적절한 사진을 사이트에 올려놓을 경우 이를 보는 대학 관계자가 어떤 생각을 할지 뻔하다. 평소에 부적절한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며 자신이 대학 입학 사정관의 입장에서 본다면 판단하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 재기를 노린다
만약에 원하는 드림 대학에 합격하지 못했을 경우 커뮤니티 칼리지 입학을 검토할 수도 있고 아니면 차선의 대학에 일단 다니면서 편입을 노리는 것도 괜찮다. 편입을 위해 신입생 때 학과공부를 더욱 더 열심히 할 것이고 또한 목표 의식이 뚜렷해지면 시간을 절약해서 쓸 것이기 때문이다. 학부에서 편입에 실패했다 할지라도 명문 대학원을 목표로 공부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사실 요즘은 대학원에 많이 진학하는 추세이다. 경쟁이 좀 덜한 대학에서 좋은 학점을 이수한 후 명문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이 경쟁이 심한 대학에서 학점을 제대로 받지 못해 명문 대학원 진학에 실패하는 것보다 나을 지도 모른다.
‘최후에 웃는 자가 최후의 승리자’라고 했다. 자신이 합격한 대학가운데 과연 어느 대학을 졸업하는 것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유리한 지 생각해보고 대학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는 것이 대입전문가들의 견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