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능력·성향·가치관 파악하면
내가 목표로 할‘나만의 명문대’압축
미국에는 학위를 수여하는 2년제 및 4년제 대학이 줄잡아 4,700 여개가 넘는다. 대학수가 이렇게 많다보니 고교생들은 입학원서를 제출할 대학 리스트를 만들 때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 수천 개에 달하는 대학 중에서 자신에게 알맞은 대학을 10개 안팎으로 줄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이를 두려워할 이유는 없다. 12학년이 되었을 때 우왕좌왕하지 않고 적시에 가장 좋은 선택을 하기 위해 리스트를 만드는 것을 우선 목표로 해야한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학생 자신이 원하는 것과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내가 누구인지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다. 치열한 대학입시 경쟁을 앞두고 있는 11학년생들을 위해 목표 대학 리스트를 만드는 방법을 알아 본다.
■ 너 자신을 알라
사람은 누구나 상대방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는 쉽지만 자기 자신을 정확하게 알기는 쉽지 않다.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는 명언을 남겼듯이 자신의 잠재성과 성향, 삶의 목표 등 다양한 측면을 포괄해서 자신을 총체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 자신을 어떻게 평가할지 심사숙고 한다. 내가 관심을 갖는 것들, 우선시하는 것들, 기대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것을 생략하고 목표대학 리스트를 만들 수는 없다.
어느 대학이 나에게 적합한 학교인지 자문하기에 앞서 내가 누구이며 나는 장차 어떤 사람이 되기를 원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아본다.
즉 명문대에 입학하고픈 욕심이 앞서 대학에 대한 리서치에 급급하기보다는 자신이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소상하게 파악한 후 명문대 정보를 구해도 늦지 않다. 어릴 때부터 나는 ‘하버드에 가고 싶다’라고 막연하게 목표를 정하기 보다는 자신의 능력, 성향, 가치관 등을 하나 하나 짚어보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목표 대학 리스트 작성을 언제 시작하든 12학년 때 최상의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내가 누구인지 리서치 하는 일이 우선이다.
■ 대학 찾기
‘나’에 대한 리서치를 마치고 대학 찾기 작업에 나서도 늦지 않다. 대학들이 어떤 프로그램을 제공하는지 알아보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들, 필요로 하는 것들을 갖춘 대학들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학생들이 목표 대학들을 정할 때 꼽는 가장 중요한 요소들은 다음과 같다.
1. 아카데믹 프로그램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다름 아닌 아카데믹 프로그램이다. 대학이 얼마나 다양한 강좌들을 제공하는가? 학생이 관심과 열정을 가진 분야에 대한 전공이 있는가? 학부과정에 재학 중 전공은 다른 분야로 바꿀 수 있는가? 수백명이 한꺼번에 수강하는 강좌가 많은가, 아니면 10~20명 안팎의 소규모 클래스가 많은가?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는데 주력한다.
2. 비용
학비문제는 예전에 비해 훨씬 중요한 이슈가 됐다. 대학을 졸업한 후 취업을 하지 못해 학비를 갚지 못하는 경우가 흔히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왕이면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학교를 주력하고 이것이 여의치않으면 재정보조를 많이 받으면서 이왕이면 학비가 싼 학교를 차선책으로 택한다. 그러나 학업성적, 시험점수 등 객관적인 스펙이 뛰어난 학생이라면 총비용이 많이 드는 대학을 일부러 리스트에서 제외시킬 필요는 없고 학비보조 재정전문가와 상의해 어떤 방법을 택할지 결정한다.
3. 위치
대학 캠퍼스의 물리적인 위치, 지역 날씨, 집에서의 거리 등이 모두 포함된다. 남가주에서 태어나 자랐는데 뉴욕이나 시카고에 있는 대학에 가기를 원하는가? 시골스런 분위기에서 공부하길 원하는가, 아니면 마천루가 즐비한 대도시 세팅을 원하는가? 날씨가 따뜻하고 늘어지는 분위기에서 성장했는데 혹독한 겨울을 보내야 하는 북동부나 중서부에 있는 대학도 괜찮은가?
4. 규모
대학에 따라 재학생 수가 적게는 수백명, 많게는 수만명에 달한다. 학교 규모는 재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교내 활동 프로그램, 스포츠, 전공 분야, 학생 대 교수비율, 리서치 기회 등 학생들에게 중요한 여러 부문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5. 교내 활동
유명인사 초청 강의 시리즈, 음악, 미술, 연극, 봉사활동 등을 일컫는다. 대학이라고 학생들이 하루 종일 교과서와 씨름하지는 않는다. 학업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한숨 돌리며 재충전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을수록 좋다.
6. 공립 또는 사립
공립대학의 가장 두드러지는 장점은 사립대학보다 학비가 싸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적은 총 비용을 들이면서 사립 못지않은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공립대학은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요즘은 전반적인 학비의 폭등으로 학교 선택을 하기에 따라 오히려 사립이 더 싼 경우도 있다.
7. 다양성
인종, 문화, 언어, 종교, 유학생 인구 등 재학생들의 다양한 배경은 캠퍼스 문화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 매일 이 같은 다양성을 접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자기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 대학 랭킹
매년 언론기관, 비영리단체, 연구기관 등에서 미 전국 대학 랭킹을 발표한다. 이것은 전적으로 참고사항일 뿐이다. 자신에게 맞는 대학이 명문대학이라고 생각할 필요가 있다. 대학뿐만이 아니라 대학원까지 고려해야하는 입장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자신의 실력보다 높은 명문대에 입학했다고 좋아했지만 입학했다가 치열한 경쟁에 밀려 제대로 졸업도 못하고 취업도 힘든 경우도 가끔 발생하기 때문이다. 물론 대학랭킹에서도 상위를 점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대학인데다가 자신이 최선을 다해서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는 자신이 있다면 도전해볼 만 하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하지 않기 때문에 랭킹에 상관없이 자신이 즐기면서 학업생활을 할 수 있는 대학을 고르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다.
■ 칼리지 엑스포
수많은 종합대학, 커뮤니티 칼리지들이 미 전역에서 주로 봄이나 가을에 열리는 칼리지 엑스포에 학교 관계자들을 파견해 학교 프로그램을 홍보하고 우수학생 유치 활동을 벌인다.
수백개 대학 관계자들이 시내 호텔이나 컨벤션센터에 모이는 초대형 행사가 있는가 하면 20여개 대학이 고등학교 체육관에서 조촐하게 갖는 소규모 행사도 있다. 대규모 칼리지 엑스포에 참석하기 전 꼼꼼한 계획을 만들어두는 것이 필요하다.
1. 참가 대학리스트
칼리지 엑스포가 열리기 전 참가 대학리스트를 챙겨둔다. 자신이 선호하는 대학 혹은 궁금한 대학이 있는 지 미리 확인하고 어느 대학 부스에 들려 어떤 질문을 할지 정리한다. 인파가 한꺼번에 몰려 질문을 제대로 못할 경우를 대비해 연락처라도 받아둔다.
2. 재정보조 정보
규모가 큰 칼리지 엑스포에 참석할 경우 대학 학자금 보조에 대한 정보를 주는 부스나 세미나가 있게 마련이다. 많은 학부모와 수험생들에게 재정보조는 큰 관심사다. 이를 놓치지 않도록 신경 쓴다.
3. 여유를 가진다
칼리지 엑스포 장소에서 급한 마음으로 마음에 두었던 대학 부스만 방문하고 떠나는 일이 없도록 한다. 행사장을 한 바퀴 둘러보다 보면 눈길을 끄는 새로운 대학을 발견할 수도 있다.
■ 캠퍼스 방문
대학은 학업 외에도 그곳에서 4년간 낭만도 즐기면서 삶을 영위하는 터전이 된다. 캠퍼스 방문은 목표대학을 결정하기 전 거쳐야 할 필수코스이다. 학교 시설을 자세하게 돌아보고 학생, 교직원 등과 대화도 나눠보고 강의실은 물론 도서관, 체육관, 오디토리엄, 카페테리아, 실험실, 서점, 엔터테인먼트 센터 등을 직접 살펴볼 수 있다.
학업 외에 캠퍼스 라이프가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캠퍼스 주변 커뮤니티에 학생에게 이득이 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는지, 범죄율은 어떻게 되는지, 기숙사 시설은 좋은지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 10개 안팎이 바람직
일반적으로 입학원서를 많이 제출할수록 원하는 대학에 합격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이지만 전문가들은 목표대학 리스트는 10개 안팎으로 하는 것이 좋다고 권하고 있다. 온라인 지원과 한 개의 지원서로 여러 대학에 원서를 넣을 수 있는 공통지원서 등의 영향으로 여러 대학을 지원하는 학생 비율이 늘고 있는 추세지만 원서를 많이 작성하면 수수료 비용이 크게 늘어나고 워낙 시간을 많이 들이다보니 중요한 12학년 가을학기 성적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 선택은 자녀의 몫
자녀가 목표대학 리스트를 작성할 때 부모들은 바로 ‘자녀가 원하는 대학’을 고르는 것이지 ‘부모가 원하는 대학’을 고르는 게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한다. 대학 랭킹에 의존해 명성이 높은 대학을 고집한다거나 부모가 졸업한 대학을 가라고 강요하면 자녀는 결국 남의 인생을 살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최종선택은 어디까지나 자녀의 몫이다. 자녀가 작성한 리스트에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학교가 올라가 있더라도 실망하거나 당황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리스트에 오른 대학 중 자녀가 긍정적, 또는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학교들이 골고루 섞여 있는 편이 낫다. 아이 스스로 반응하고 판단하면서 배우게 된다.
<박흥률 기자>
11학년생들이 대학을 선택할 때는 자신을 먼저 살펴보고 대학을 선택하는 것이 우선순위이다. 본보 칼리지 엑스포에서 부모와 수험생들이 강의를 경청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