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 앞두고 양당 대격돌 조짐
공화, 정권 교체 신호탄 삼아 첫 안건 올려
민주, 오바마 의회 참석 등 업적 사수 나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눈앞에 두고 전국민건강보험법 ‘오바마케어’ 폐지를 둘러싼 정국의 팽팽한 기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던 저소득층에게 보조금을 지급해 의무가입하도록 한 건강보험 개혁정책으로 2014년 시행된 오바마케어에는 현재 많은 한인들을 포함한 2,100만여 명의 미국인이 가입해 있는데, 오바마 대통령의 최대 업적 중 하나로 꼽히는 이 제도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차기 대통령과 연방 상하원을 동시에 장악한 공화당이 오바마케어 폐지를 워싱턴 권력 교체의 신호탄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공화당 폐지 노력 합심
트럼프 당선인이 “오바마케어는 엉망”이라고 포문을 열자, 공화당은 지난 3일 115대 의회 개원과 동시에 오바마케어 폐지안을 첫 안건으로 올렸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통령 취임 후 ‘1호 행정’으로 오바마케어 폐지 행정명령을 발동키로 했다.
이로써 오바마케어는 시행 3년여 만에 역사의 뒷길로 자취를 감추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오바마케어 존폐는 향후 트럼프 정부의 국정운영 동력과 궤를 함께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실패한다면 향후 이민 개혁, 총기 규제, 환경 규제 폐지 등 트럼프 당선인의 오바마 정책 뒤집기 시도에 급제동이 걸릴 수 있어서다.
트럼프 당선인은 4일 트위터를 통해 공화당 지도부에 “조심하라”며 오바마케어 폐지에 신중하게 접근할 것을 주문했다. 그러자 대선 기간 내내 그에게 대립각을 세웠던 의회권력 일인자,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의원총회에서 “오바마케어 폐지에 따른 혼선 우려를 누그러뜨리기 위해선 조심해야 한다”고 곧바로 화답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인이 함께한 의원총회 분위기는 마치 “(오바마케어 폐지) 궐기대회”와 같았다고 한 참석의원이 CNN방송에 전했다.
■오바마 업적 지키기 비상
트럼프 당선인과 공화당이 이처럼 의기투합하고 나서자 벼랑 끝에 내몰린 오바마 대통령은 비상이 걸렸다. 오바마 대통령은 4일 연방 의회에서 열린 민주당의 상하원 합동회의에 참석했다. 퇴임을 불과 보름 앞둔 대통령이 의원 회의를 찾은 것은 이례적이라고 언론들은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척 슈머 상원, 낸시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와 함께 이 자리에 도착해 “공화당의 새 계획은 트럼프케어”라고 주장하고, ‘오바마 레거시’ 사수를 주문했다.
슈머 원내대표는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슬로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 빗대 오바마케어 폐지는 “미국을 다시 아프게” 하는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민주당은 오바마케어가 폐지되면 2천만 명의 저소득층이 다시 건강보험을 잃게 된다며 ‘부자 정권’ 대 ‘서민 정당’의 대결구도로 몰아갔다.
■즉각 폐지는 불투명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고 있지만, 오바마케어가 차기 정권 출범과 함께 곧바로 폐지될지는 불투명해 보인다.
공화당은 아직 오바마케어의 어떤 조항을 폐기할 것인지, 오바마케어 수혜자의 건강보험을 박탈하지 않으면서도 오바마케어를 대체하는 법안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을 수립하지 못한 상태라고 CNN은 전했다.
공화당 내부적으로는 폐지 이후 대책을 담은 새로운 법안이 성안되는 데는 앞으로 6개월여가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도 대선 캠페인 당시 “오바마케어 즉각 폐기” 소리 높여 외쳤던 것과는 달리 실제로는 입장을 상당 부분 후퇴해 오바마케어 폐지가 상당 부분 상징적 제스처로만 그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고 4일 LA 타임스는 보도했다.
이에 따라 “대안 마련이 먼저”라는 속도 조절론이 공화당에서도 나오고 있다. 랜드 폴 상원의원은 언론 기고문에서 “대체 방안이 나오기 전에는 폐지 투표를 해선 안 된다”며 “폐지와 동시에 대체 방안이 나오지 않으면 공화당이 (보험 공백) 혼돈에 대한 비난에 직면하게 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