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화이자 본사 개조공사
기둥 휘어 긴급대피 소동
“노후된 건물 용도 변경
신축보다 구조적 위험 커”
![아파트 전환 공사 도중 철골 기둥들이 휘어지고 바닥이 내려앉는 사고가 발생한 뉴욕 맨해튼 건물. [로이터]](/image/fit/294984.webp)
지난주 뉴욕 맨해튼의 대형 오피스 빌딩 아파트 개조 공사 현장에서 건물 붕괴 위험이 발생한 것을 계기로 미국 전역에서 확산되고 있는 ‘오피스의 주거용 전환’ 사업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NBC 뉴스가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도심의 빈 사무실을 주택으로 바꾸는 정책이 주택난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노후 건물의 구조적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으면 심각한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번 사고는 지난 7일 맨해튼 미드타운 42번가에 위치한 옛 화이자 본사 건물에서 발생했다. 37층 규모의 이 건물은 약 1,600가구의 아파트로 탈바꿈하는 미국 최대 규모의 오피스-주거 전환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었으나 공사 도중 21층의 주요 철골 기둥 두 개가 휘어지고 여러 층의 바닥이 처지는 현상이 발견됐다. 이에 따라 공사 인부들은 즉시 대피했으며, 인근 학교와 호텔, 외교 공관 등 주변 건물들에도 대피령이 내려졌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뉴욕시 소방국(FDNY)과 건축국(DOB)은 긴급 안전 점검에 착수했고 임시 지지대를 설치해 건물을 안정화했다. 당국은 현재 건물이 추가 붕괴 위험은 없는 안정적인 상태라고 밝혔지만 공사는 전면 중단된 채 정확한 원인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개발업체 메트로로프트는 22층 이상 상부를 확장하는 공사 과정에서 기존 기둥에 예상보다 큰 하중이 가해진 것이 원인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구조공학 전문가들은 오래된 건물을 개조하는 과정에서는 기존 설계가 새로운 하중을 견딜 수 있는지 정밀하게 분석해야 하며 기둥 보강이나 교체가 필요한 경우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고는 미국 주요 도시들이 추진 중인 오피스 전환 정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 확산으로 도심 사무실 공실률이 크게 높아지자 LA와 뉴욕, 워싱턴 DC,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등은 빈 오피스를 주택으로 전환해 주택 공급을 늘리는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특히 뉴욕시는 심각한 주택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 전략 가운데 하나로 오피스 전환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공사가 신축 건설보다 훨씬 복잡한 작업이라고 지적한다. 건물의 기둥과 보, 바닥 슬래브 등 기존 구조물을 최대한 유지해야 하는 만큼 작은 설계 오류나 시공 실수도 전체 구조 안전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오래된 상업용 건물은 현대 주거용 건축 기준과 다른 하중 기준으로 설계된 경우가 많아 용도 변경 시 추가적인 구조 보강이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뉴욕시 조사국(DOI)도 이번 사고와 관련해 별도의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대상에는 개발업체뿐 아니라 구조설계 회사와 공사 감리업체 등이 포함됐으며, 공사가 승인된 설계대로 진행됐는지와 안전 관리 절차가 적절했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가 오피스 전환 정책 자체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앞으로는 노후 건물의 구조 안전성 평가와 공사 과정의 감독을 더욱 강화해야 비슷한 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