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어 마켓’ 본격 전환
호가 9년만에 최대 하락
매물 증가세에 시장 활기
모기지 이자율도 안정세
미미한 회복세를 보이던 전국 주택시장이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개선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주택 매물 공급이 지속적으로 확대된다는 전제하에 주택 거래량과 자산 가치가 동반 상승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의 로런스 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워싱턴 DC에서 열린 ’2026 NAR 입법 회의 및 부동산 경제 이슈 포럼’에서 이같은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NAR이 발표한 최신 전망에 따르면, 올해 전국 기존 주택 판매량은 전년 대비 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주택 가격의 바로미터인 중간 가격 역시 4%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 시장 변동성을 좌우할 30년 만기 고정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는 평균 6.5%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주택시장은 빠르게 구매자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매도자들이 매물을 내놓을 때 제시하는 호가가 최소 9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높은 모기지 금리에 눌렸던 주택 구매자들의 부담도 다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정보업체 리얼터닷컴에 따르면 지난 6월 미국의 주택 중간 호가는 43만달러로 1년 전보다 2.5% 하락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시작된 2017년 이후 가장 큰 연간 하락폭이다. 중간가는 8개월 연속 전년보다 낮아졌다.
또한 이같은 가격 하락은 인플레이션과 비교하면 놀라운 현상이라는 지적이다.
다니엘 헤일 리얼터닷컴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매도자들이 달라진 시장 분위기를 반영해 처음부터 현실적인 가격을 제시하고 있다”며 “구매자들도 가격이 조정된 매물에는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간가 하락과 모기지 금리 완화는 실제 월 상환액 감소로 이어졌다. 43만달러짜리 주택을 20% 다운페이먼트하고 평균 금리 6.49%로 구입할 경우 월 원리금 상환액은 약 2,172달러로 추산됐다. 지난해 6월에는 중간 호가가 44만950달러, 평균 모기지 금리가 6.82%였다. 당시와 비교하면 월 부담이 132달러, 연간으로는 1,500달러 이상 줄어든 셈이다.
시장에는 매수세가 조금씩 살아나는 신호도 나타났다. 6월 거래 대기 주택 판매는 전년보다 3.7% 늘어 7개월 연속 증가했다. 신규 매물도 2.4% 증가해 관망하던 매도자들이 다시 시장에 나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매물의 평균 시장 체류 기간은 53일로 지난해와 같았다. 가격을 내린 매물 비중은 18.8%로 1년 전보다 1.9%포인트 낮아졌다. 매도자들이 처음부터 무리한 가격을 부르기보다 거래 가능한 수준에 맞춰 호가를 정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현재 전국 주택 재고 물량은 4.5개월치 수준으로, 통상 시장의 균형을 의미하는 6개월 치에는 여전히 못 미쳐 공급 부족 해소가 향후 시장 회복의 강도를 결정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주택시장이 완전한 구매자 우위로 돌아섰다고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매도자들이 거래 성사를 위해 가격 조정을 받아들이는 흐름은 분명해졌다고 평가했다.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RB·연준)가 기준금리를 3.5~3.75%로 동결한 가운데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는 여전히 6.5% 안팎에 머물고 있어, 향후 금리 하락 여부가 시장 회복 속도를 좌우할 전망이다.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거시경제 환경도 비교적 견고할 것으로 돌아섰다.
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압박 등 여러 악재에도 불구하고 올해 미 경제가 불황을 피해 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과 데이터 센터에 대한 대규모 기업 투자가 거시경제의 강력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로스앤젤레스 조환동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