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협상 갈수록 곤경
‘전면전 재개’ 카드 포기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3일 연방하원 외교위원회에서 증언하고 있다. [로이터]](/image/fit/293897.webp)
의회 승인 없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공격 재개를 막기 위한 결의안이 미국 연방 하원을 통과했다. 집권 공화당 내 동요 강도가 구심력을 넘어서면서다. 이란과 종전 협상을 벌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렛대가 갈수록 작아지는 형국이다.
연방 하원은 지난 3일 본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 이란 전쟁 권한을 제한하는 결의안을 찬성 215표, 반대 208표로 통과시켰다. 야당 민주당이 주도한 해당 결의안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의회 승인 없이 대 이란 적대 행위에 참여 중인 미군을 철수하도록 요구한다. 추가 공격을 막겠다는 취지다.
연방 하원 다수당은 공화당이다. 이탈을 단속하며 세 차례 결의안 가결을 막았다. 그러나 이날 공화당 의원 4명이 민주당에 가세하자 저지에 실패했다. 최근 당내 경선에서 트럼프 대통령 지지 후보에게 밀린 8선 중진 공화당 하원의원 토머스 매시(켄터키)는 치솟은 기름값에 국민이 지쳤다며 “국민을 대표하는 하원이 전쟁에 지쳤다는 것은 (백악관에 보내는) 좋은 메시지”라고 말했다. 그는 동료 의원 3명과 함께 이날 결의안에 찬성했다.
결의안이 법적 효력을 갖게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양원을 통과해도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고, 그것을 무효화하려면 3분의 2 이상의 찬성표가 필요하다. 군대 철수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강요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압박이 되기에는 충분하다는 게 미국 언론들의 중론이다.
재폭격 카드는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사실상 접은 모습이다. 미군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는 한 이란과 전면전을 재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그가 최근 참모들에게 밝혔다고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는 “전쟁 재개에 대한 대통령의 소극적인 태도는 중동에서의 더 큰 분쟁을 피하기 위해 수 주 또는 수개월 동안의 작은 충돌 정도는 감수할 의향이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란의 주변국 공격을 용인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이란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쿠웨이트 공격과 관련해 백악관 취재진에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며 미국도 최근 이란에 상당한 군사적 타격을 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맞대응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도는 분명하다. 협상 국면 유지다. ‘이란의 쿠웨이트 공격에도 미국·이란 간 휴전 협정이 여전히 유효하냐’는 이날 취재진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자체는 아주 잘 진행되고 있다고 들었다”며 “(합의가) 성사된다면 주말 중에라도 가능하다”고 대답했다.
전날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친이란 레바논 무장정파) 간 휴전 중재에 직접 나선 것 역시 합의 의지의 방증이다. 미국 국무부는 이날 워싱턴에서 미국 중재하에 열린 회담 뒤 발표한 공동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휴전 이행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계속 약해지는 협상력이다. 마이클 매콜(공화·텍사스) 미국 연방 하원의원은 이날 결의안 통과가 “대통령의 (대이란) 협상 지렛대를 약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고농축 우라늄(HEU) 비축분 처리 등과 관련해 추가 양보를 하라고 이란에 요구하고 있지만, 이란은 자산 동결 해제 등 미국의 경제적 보상이 없으면 비핵화 협상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4개월째 이어져 온 호르무즈해협 경색 위기도 임계점에 거의 다다른 상태다. 미국의 원유 재고가 22년 만에 최저 수준이 된 것으로 집계됐다. 원유 선물 시장이 이란 전쟁에 따른 에너지 공급 위기를 과소평가하고 있으며 향후 2, 3주 내에 글로벌 원유 재고 부족으로 유가가 치솟게 되리라는 경고도 최근 나왔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 하원에서 이란과의 전쟁 권한을 제한하는 결의안이 통과된 데 대해 “비애국적”이라고 비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