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술 발전에 수명 늘어나
재산세·보험료·HOA 비용급등
은퇴저축 목표 146만불 달해
미국인들의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은퇴 후 30년 이상 생활비를 감당해야 하는 이른바 ‘장수 리스크’가 새로운 노후 불안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주택을 보유자의 경우 모기지를 모두 갚았더라도 재산세와 주택보험료, 주택소유자협회(HOA) 회비, 유지보수비 등 이른바 ‘숨은 주거비’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고정 수입에 의존하는 노년층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웨스턴 앤 서던 파이낸셜 그룹이 30세 이상 성인 약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은퇴 기대치 및 재정계획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5%는 자신이 90세 이상까지 살 것으로 예상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은퇴 후 30년 이상 생활을 위한 재정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16%에 그쳤다.
문제는 은퇴 후 주거비 부담이 예상보다 훨씬 크다는 점이다. 많은 은퇴자들은 모기지를 모두 상환하면 주거비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지만, 실제로는 재산세와 보험료, 관리비, 수리비 등이 계속 발생한다.
주택 소유주들의 재산세 부담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부동산 데이터 분석업체 애톰에 따르면 2025년 전국 단독주택의 실효 재산세율은 0.9%로, 2024년 0.86%에서 상승했다. 이는 202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평균 단독주택 가격이 49만4,231달러인 주택의 경우 연간 재산세는 4,427달러로, 전년보다 3% 증가했다.
주택보험료 상승도 은퇴자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주택의 가치와 연식뿐 아니라 기후변화와 자연재해 위험이 보험료 산정에 더 큰 영향을 미치면서 플로리다와 캘리포니아, 텍사스 등 고위험 지역의 보험료가 급등하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리얼터닷컴의 선임 경제연구 분석가 한나 존스도 고령 주택 소유자들이 직면한 위험을 지적했다. 그는 “고령 주택 소유자들은 보험 만료나 갱신 거부, HOA 회비와 특별 분담금, 누적되는 유지보수 문제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이런 문제가 쌓이면 결국 주택을 잃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은퇴에 필요한 저축 목표액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노스웨스턴 뮤추얼의 2026년 계획 및 진척도 연구에 따르면 미국인들이 생각하는 적정 은퇴 저축액은 2025년 126만달러에서 2026년 146만달러로 13.6% 증가했다. 고물가와 의료비, 주거비 상승이 노후자금 기준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노스웨스턴 뮤추얼의 자산관리 고문인 샬린 콰레스마는 “사람들은 더욱 복잡해진 은퇴 환경을 고려해 현실적인 기대치를 조정하고 있다”며 “의료기술 발전으로 수명이 길어지면서 30~40년의 노후 생활을 유지하려면 이전 세대보다 훨씬 더 많은 저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점은 주택 보유 여부에 따라 노후 불안감에 차이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웨스턴 앤 서던 조사에 따르면 주택을 소유하지 않은 응답자의 73%는 자신의 저축액보다 오래 살게 될 것을 우려한다고 답했다. 주택 소유자 중 같은 우려를 나타낸 비율은 59%였다. 이는 주택 소유자들이 필요할 경우 집을 줄이거나 팔아 노후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응답자의 43%는 저축액이 부족할 경우 주택 규모를 줄이거나 집을 매각해 부족분을 메우겠다고 답했다.
이런 상황에서 역모기지는 노후자금 마련을 위한 현대판 안전망으로 주목받고 있다. 연방주택청(FHA)과 주택도시개발부(HUD)에 따르면 연방정부가 보증하는 역모기지 대출 수요는 지난 회계연도에 6.25% 증가했다. 파이낸스 오브 아메리카의 최고마케팅책임자 크리스 모슈너는 “사람들은 이런 상품이 저소득층의 절박한 선택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은퇴를 앞두고 있거나 은퇴를 고려하는 주택 소유자라면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상품”이라고 말했다.
<박홍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