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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통증 심해도 “체했다” “답답하다”고… 처치 늦으면 치명적

한국뉴스 | 라이프·푸드 | 2026-04-02 09:43:03

고령자 응급질환 신호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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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자 응급질환 신호의 함정

 

 서울아산병원에서 만난 김준성 응급의학과 교수가 고령자의 응급 질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서울아산병원에서 만난 김준성 응급의학과 교수가 고령자의 응급 질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미열이 날 때마다 해열제를 복용하면 몸 상태가 괜찮아졌다. 일상생활에도 큰 지장이 없었다. 하지만 열이 나흘째 떨어지지 않고 식은땀까지 나자 서울아산병원을 찾았다. 이 70대 어르신은 ‘폐렴에 의한 패혈성 쇼크’ 진단을 받았다. 폐렴균이 혈액에 침투해 전신 염증 반응과 치명적인 저혈압, 장기 부전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사망률은 40~80%에 이른다. 어르신을 진료한 김준성 응급의학과 교수는 “환자의 혈압(60/40mmHg)만 해도 정상(120/80mmHg)보다 크게 낮았다”며 “초기에 병원에 와 항생제 치료를 신속히 받았다면 비교적 간단하게 치료할 수 있었는데, 일반적인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치료가 지연되면서 패혈성 쇼크로까지 이어졌다”고 안타까워했다.

24일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만난 그는 “고령자의 응급 질환은 젊은층과 달리 증상이 비(非)정형적이고 애매모호해 환자 본인은 물론 곁에 있는 가족조차 눈치 채기 어렵다”며 “특히 작은 변화라도 갑작스레 나타나거나, 기능 저하를 동반한다면 응급 상황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응급 상황일 때는 반드시 119를 부르고, 보호자는 구급대가 오기 전까지 환자의 기저질환과 수술 이력, 복용 중인 약의 종류·용량 등을 적어두는 게 좋다. 빠른 대처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의식이 희미한 고령 환자에게 임의로 물이나 약을 먹이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고령자의 응급 질환은 일반 성인과 어떻게 다릅니까.

“가장 큰 차이는 증상이 애매모호하다는 점입니다. 노화 때문에 전반적인 장기 기능이 떨어진 상태고, 문제가 생겨도 이를 인지하는 감각 세포나 뇌 기능이 저하돼 있기 때문이에요. 젊고 건강한 사람은 폐렴에 걸리면 기침과 가래, 호흡 곤란이 명확히 나타나지만, 고령자는 기침도 없이 그저 기운이 떨어지는 모습만 보일 수 있습니다. 심근경색도 통상의 증상인 극심한 가슴 통증이나 식은땀 대신 체한 것 같다거나 속이 답답하다 정도로 표현하는 경우가 흔해요. 심장이 망가지고 패혈증이 와도 심각성을 자각하지 못해 결국 병원 방문 시기가 늦어지는 것이 가장 치명적입니다.”

 

-단순 노화 증상과 응급 질환을 어떻게 구분합니까.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증상은 시간이 지나도 고만고만하게 유지되거나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응급 상황은 평소 없던 증상이 발생하고, 그 증상이 점차 나빠지는 모습을 보여요. 처음엔 한 가지 증상이었으나 점차 다른 증상들이 꼬리를 물고 더해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속이 불편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어지럽고, 미식거리며, 통증이 올라와 가슴까지 아프다고 하는 식이에요. 그래서 갑작스레 증상이 생겼다면 30~60분 간격으로 악화 여부를 확인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변화를 놓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자신의 몸 상태에 집중하는 시간을 규칙적으로 갖는 게 좋아요. 아침 기상 직후나 식후, 취침 전 등 하루 1, 2회 시간을 정해두고, 눈을 감은 채 머리부터 발끝까지 찬찬히 훑어보는 습관을 들이는 겁니다. 두통은 없는지, 시야는 또렷한지, 발음이 어눌해지진 않았는지, 걸을 때 무릎이나 고관절에 통증은 없었는지 매일 확인해보는 거예요. 이를 통해 몸의 기준점을 명확히 알고 있으면 미세하고 애매한 이상 증상이 생겼을 때 즉각 눈치 채고 치료 골든타임을 지킬 수 있습니다.”

 

-응급 상황일 때 보호자가 차를 몰아 병원으로 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환자가 직접 운전하거나, 보호자 차로 이동하는 건 절대 피해야 할 위험한 행동입니다. 119 구급대를 이용해야 하는 건 빠른 이송은 물론, 응급 대처가 가능한 병원을 선정할 수 있어서예요. 무턱대고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가 여러 이유로 응급 처리가 불가능하면 이동하는 길 위에서 금쪽같은 시간을 허비할 수 있으니 지양해야 합니다. 환자가 운전하거나 보호자가 운전해 병원으로 가는 도중에 상태가 악화하면 적절한 대응도 어려워요.”

 

-구급대 도착 전에 보호자는 뭘 해야 합니까.

“보호자가 반드시 챙겨야 할 정보는 환자의 정확한 기저질환과 수술 이력, 복용 중인 약물의 종류와 용량 정보예요. 특히 뇌경색에 쓰는 항응고제나 면역억제제는 응급 처치 때 쓰는 약물에 반응할 수 있어 어떤 약을 얼마나 복용하는지를 의료진이 아는 게 중요해요. 가령 복용 약을 알면 응급 상황에서 10가지 약을 처방할 수 있는데, 모르면 이런저런 상황을 다 감안해 1, 2가지밖에 쓰지 못할 수 있거든요. 아울러 증상이 처음 발생한 시간과 마지막으로 정상이었던 시간을 의료진에게 전하는 것도 치료 방침을 결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두 시간이 서로 다를 수 있거든요. 예를 들어 잠들기 전엔 아무 증상이 없었는데 자고 일어났더니 증상이 생겼다면 마지막으로 정상이었던 시간은 취침시간이지만, 첫 증상 발생 시간은 기상시간이 되는 거죠.”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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