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세영 중앙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1990년대까지 당연시 여겨졌던 ‘포경수술’
위생관리·성매개 감염병 전파 위험 감소에 도움
의학계에선 단순 예방 목적 수술 권고되지 않아
아이가 성장해 스스로 선택할 기회 남겨둬야
우리 사회에서 포경수술은 한때 ‘남자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수술’처럼 여겨졌다. 포경은 포피가 귀두를 덮고 포피의 끝(포피륜)이 좁아 귀두 뒤로 완전히 젖혀지지 않는 상태다. 포경수술은 젖혀지지 않는 포피 일부를 절제해 귀두가 완전히 드러나도록 만드는 수술을 말한다.
한국은 1980년대 중후반에서 1990년대만 해도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생 때 단체로 포경수술을 받는 경우가 흔했다. 많은 남성들이 충분한 설명 없이 또래 문화와 관행 속에서 포경수술을 받았다.
그 과정은 개인의 선택이라기보다 통과 의례에 가까웠다. 위생 환경이 지금처럼 좋지 않았던 시절에는 포경수술이 귀두와 포피의 감염을 줄이고, 위생 관리를 돕는 하나의 예방 수단이었을 수 있다. 그러나 의료 환경과 생활 수준이 크게 향상된 오늘날에도 과연 그 논리가 통할까.
현재 의학적으로 포경수술이 꼭 필요한 경우는 제한적이다. 포피가 지나치게 좁아 배뇨나 위생 관리에 문제가 생기는 진성 포경, 반복적인 귀두 포피염, 통증을 동반한 성생활 장애 등이 대표적인 적응증이다. 이런 경우 치료적 목적의 포경수술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특별한 증상 없이 단순 예방을 목적으로 시행하는 포경수술은 더 이상 의학적으로 권고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유아기의 포피 유착은 여전히 포경수술이 필요하다는 오해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어린아이의 귀두와 포피가 분리되지 않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생리적 포경’ 상태다. 이는 성장 과정에서 상피세포의 작용과 사춘기 전후의 호르몬 변화, 그리고 자연스러운 발기 과정을 거치며 저절로 분리된다. 사춘기 이후에는 99%가 자연스럽게 분리되므로 어렸을 때부터 미리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
해외의 가이드라인들도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주요 학회들은 신생아나 소아에서의 예방적 포경수술을 일괄적으로 권고하지 않는다. 수술로 인한 합병증 가능성과 마취의 위험성, 향후 재건 수술에서 포피가 필요할 수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무엇보다 신생아 역시 통증을 느낀다는 점이 중요하다. 과거처럼 마취 없이 포경수술을 시행하던 관행은 현재의 기준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러한 배경에서 최근 발표된 국제 권고안들은 포경수술 여부를 일률적으로 결정하기보다, 의학적 필요성을 우선적으로 평가하고 충분한 설명을 바탕으로 부모와 당사자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예방 목적의 수술보다는 증상이 있거나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 한해 신중하게 시행해야 한다는 게 현재 의학계의 기본입장이다.
포경수술의 장점으로는 위생 관리가 상대적으로 수월해질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포피 내 분비물이 쌓이지 않아 불쾌한 냄새를 방지할 수 있으며, 귀두포피염 등 일부 감염 질환의 발생 빈도가 줄어드는 것으로 보고됐다. 일부 해외 연구에 따르면 특정 환경과 조건에서 포경수술은 인유두종바이러스(HPV)나 에이즈(HIV) 같은 성매개 감염병의 전파 위험을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러한 효과는 지역과 개인의 위험 요인에 따라 차이가 있으며, 포경수술이 성병 예방을 위한 필수적인 의료 행위로 권고되지는 않는다. 그밖에 외관상 깔끔한 상태를 유지하는 데 따른 심리적 만족감과 자신감도 포경수술의 중요한 장점 중 하나로 꼽힌다.
반면 성감이 떨어진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과학적으로 명확히 입증된 근거가 없다. 여러 연구를 종합한 분석 결과에서도 성적 만족도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에서 조루 증상이 완화됐다고 느끼는 경우도 있으나, 이는 귀두의 노출로 인한 일시적인 민감도 변화일 뿐 의학적인 조루 치료 효과로 일반화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일부 의학적, 위생적 장점에도 불구하고 수술을 통해 얻을 이득과 본인의 가치관을 대조해 보고 결정하는 주체는 수술을 받는 당사자여야 한다.
그렇다면 포경수술은 언제 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최소한 국소마취를 이해하고 견딜 수 있는 나이가 된 이후에 시행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궁극적으로는 본인이 충분히 이해하고 결정할 수 있는 시기에 선택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과거에는 포경수술이 ‘고래 잡는 날’, ‘돈가스 먹으러 가던 날’로 희화화되기도 했다. 부모가 아이를 위해 결정한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지금은 아이가 성장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남겨두는 것 역시 중요한 가치가 됐다. 이는 신체적 변화를 동반하는 의료 행위에 대해 당사자가 오롯이 주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돕는 ‘신체적 자기결정권’을 존중한다는 개념에 가깝다.
포경수술을 미루는 선택은 결코 방치가 아니다. 오히려 아이가 자신의 몸에 대해 스스로 고민하고 결정할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하는 성숙한 배려일 수 있다. 이제는 의료 행위에서도 개인의 자기결정권이 그 무엇보다 우선시되어야 하는 시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