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비위·일탈 줄잇자
한국 정부 고강도 조치
“현지 한인·기업이 평가
암행 감찰·감독 제도화”
효율 낮은 공관 ‘구조조정’
한국 정부가 재외공관장들의 복무 기강과 책임성을 대폭 강화하는 고강도 개혁에 착수한다. 해외에 파견된 공관장들이 본부의 감독망에서 벗어나 각종 비위와 일탈을 반복해 왔다는 문제의식에 따라, 암행 감찰 도입과 함께 재외국민·현지 진출 기업의 평가를 공관장 인사와 성과 관리에 반영하는 제도화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20일(한국시간) 국무회의에서 “재외공관은 물리적으로 해외에 있어 감독이 느슨해지기 쉽다”며 “현지 직원 성추행이나 폭언 같은 사건이 반복 보도되는 것은 국가적 망신”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그는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욕설·폭행·성추행을 일삼는 사례가 나오는 이유는 관리·감독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암행 감찰이든, 현지 한인과 기업인의 상시 평가든 반드시 실효적 수단을 강구하라”고 주문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재외공관장 자리를 마치 휴양이나 자녀 유학 기회처럼 여기는 인식은 용납할 수 없다”며 “국민 세금으로 주거·출장비 등 각종 혜택을 제공하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책임과 성과가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관장의 역할을 외교 의전과 관리에 국한하지 않고, 재외국민 보호와 경제·문화 성과까지 포괄하는 책임직으로 명확히 하겠다는 취지다.
앞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대사가 누구냐에 따라 수주와 수출 성과가 크게 달라진다”며, 거점 공관 대사 임명 시 기업인과 관계 부처 장관들이 평가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해당 지역 한인 등 행정 수요자의 평가가 가장 중요하다”며 “기업·문화·한인 평가를 어떻게 인사에 반영할지 연구해 제도화하라”고 조현 외교부 장관에게 지시했다.
재외공관장 비위 논란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과거에는 비자 발급을 대가로 한 금품·향응 수수, 이른바 ‘비자 장사’가 반복적으로 드러났고, 한인 범죄 피해나 사기 사건에 소극적으로 대응해 ‘무능 공관’ 비판을 받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정치적 보은 인사나 자격 미달 인사 임명으로 공관 운영이 파행을 겪은 경우도 있었다. 리비아 대사의 공관 운영 비리, 홍콩 총영사의 비자 장사 사건 등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최근에도 재외공관의 관리·감독 부실을 둘러싼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2025년 하와이 호놀룰루 총영사관에서는 관저 요리사에 대한 총영사 부인의 갑질 의혹이 제기돼 외교부가 감찰에 착수한 바 있다. 2021년에는 LA 총영사를 대상으로 한 현지 감찰에서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과 부당 지시, 직원에 대한 폭언·갑질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성 비위 문제 역시 반복돼 왔다. 2015년 에티오피아 대사의 직원 성폭력 사건 이후 외교부는 성 비위로 징계받은 공관장은 징계 수위와 관계없이 재·보임을 금지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했지만, 폐쇄적 조직문화와 솜방망이 처벌 논란 속에 재발을 완전히 막지는 못했다.
이 대통령은 재외공관의 구조적 문제도 함께 손보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해 12월과 최근 외교부 업무보고에서 “공관 수가 많지 않음에도 인적·물적 역량이 전 세계로 분산돼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필요하다면 소규모 공관을 줄이고 거점 중심으로 재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 역시 새해 우선 과제로 재외공관 개혁을 제시하며, 효용성이 낮은 공관의 구조조정과 거점 공관 기능 강화를 예고했다.
현재 한국 정부는 주미 대사관을 비롯한 122개 상주 대사관과 애틀랜타 총영사관 등 46개 총영사관, UN대표부 등 5개 대표부, 분관 14곳, 출장소 7곳 등 전 세계 194곳에 재외공관을 운영 중이다. 정부는 이번 개혁을 통해 방만한 운영을 바로잡고, 실질적 성과와 책임에 기반한 공관 운영 체계를 확립하겠다는 구상이다.
<노세희 기자>









![[트렌드] 법대·의대·수의대도 ‘여초 현상’](/image/289930/75_75.web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