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3명 알츠하이머병 환자 혈액 분석
65세 이전에 알츠하이머병이 발병한 환자에게선 18개 유전자, 65세 이후에는 88개 유전자가 정상인과 다르게 발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혈액 속 유전자 분석만으로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구분할 수 있는 단서를 찾은 만큼 해당 질환 조기 진단·치료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22일 분당서울대병원·순천향대서울병원·미국 인디애나대가 참여한 국제공동연구진은 분당서울대병원과 서울대병원에 등록된 알츠하이머병 환자 523명의 혈액을 대상으로 유전자 발현 양상을 분석,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22일 밝혔다.
특히 65세 이후 알츠하이머병 환자에서 특정 유전자(SMOX·PLVAP)의 활성화 정도가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상된 단백질을 제거하는 유전자나 세포 내 청소 작용을 돕는 유전자 역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들 유전자가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원인인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 침착과 연관이 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알츠하이머병 발병 시기에 따라 혈액 속 유전자 발현 양상이 다르다는 뜻으로, 간단한 혈액 검사만으로 알츠하이머병 환자인지 아닌지를 가늠할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알츠하이머병 진단에 널리 쓰이는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검사는 비용이 많이 들고, 뇌척수액 검사는 마취 후 허리뼈에 바늘을 삽입해야 해 환자들의 접근성이 떨어졌다. 그렇다 보니 환자의 상당수가 알츠하이머병이 상당히 진행된 뒤에야 진단받는 경우가 많았다.
알츠하이머병은 기억력 감퇴와 인지 기능 저하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퇴행성 뇌질환이다. 치매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꼽히며, 병이 진행될수록 되돌릴 수 없는 뇌 손상이 생기기 때문에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연구에 참여한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박영호 교수는 “비교적 수월한 혈액 검사만으로 알츠하이머병 조기 진단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대규모 환자군을 대상으로 한 추가 연구를 통해 임상 적용 가능성을 검증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