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11%나 올라
유학생·주재원 ‘발동동’
원화 하락세 가장 높아
한국 방문자 혜택 ‘희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과 중국의 경기 부진 여파 속에 달러 대비 아시아 주요 통화 가치가 2년여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한국 원화의 경우 계엄령 사태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 등 정치적 불안까지 가중되면서 아시아 주요 통화 중 가장 빠르게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
17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9개 아시아 주요 통화의 달러 대비 가치를 측정하는 ‘블룸버그 아시아 달러 지수’가 이날 한때 89.9091로 ‘킹달러’ 시기인 2022년 11월 초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해당 지수에서 중국 위안화와 한국 원화 비중이 각각 46.09%, 12.41%로 가장 크고, 이들 통화를 포함해 싱가포르·인도·대만·태국·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필리핀 등 9개 통화 가치를 반영한다. 이 가운데서도 한국 원화 가치 하락이 가장 크며,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올해 들어 10% 넘게 떨어진 상태다.
계엄 사태에 따른 정국 혼란 속에 원·달러 환율은 지난 3일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1,444원을 넘기며 2022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고, 한국시간 이날 기준 1,437.7원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지난 9월의 1,330원대 환율과 비교하면 3개월 여 만에 100원 이상 치솟은 것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날보다 3.9원 오른 1,438.9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말 종가 1,288.0원 대비 11.7% 오른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의 감세·관세 공약은 물가를 자극해 강달러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관세 공약은 수출 중심인 한국 경제와 원화 가치에 특히 약세 요인이 될 수 있다.
많은 환율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 중 원·달러 환율이 1,450원대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원화의 급격한 약세에 미주 한인사회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킹달러’는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 미국에서 거주하는 유학생이나 주재원들에게는 심각한 재정적 타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송금하는 부담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에서 LA로 여행을 오는 관광객의 수요에도 악재가 될 수 있다.
주재원으로 근무하며 한국 원화로 급여를 받는 경우 원화 약세로 가만히 앉아서 매달 수백 달러의 월급이 감봉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같은 상황은 유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유학생들도 원·달러 환율로 인해 미국서 받는 생활비가 급감하면서 소비를 줄이고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으며 돈을 송금해야 하는 한국 부모 입장에서도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반면 한국을 방문하는 미주 한인 등 여행자들은 ‘킹달러’의 대표적인 수혜자들이다. 한인 관광업계는 미주 한인들이 한국에 여행을 갈 때 강한 달러로 인해 더 부담 없이 소비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여행객 증가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달러 강세로 한국에서 달러를 환전해 원화로 사용하거나 또는 미국 발행 크레딧 카드를 사용할 때 상당한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역내 위안·달러 환율은 지난 3일 7.2972위안까지 치솟은 바 있으며 이날도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 수준인 7.28위안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중국 당국이 경기 방어를 위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가능성이 거론되며,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공약이 현실화하면 중국 당국이 위안화 약세로 대응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블룸버그 아시아 달러 지수’ 통화 가운데 올해 달러 대비로 가치가 오른 통화는 말레이시아 링깃화가 유일하다. 링깃화 가치는 말레이시아 성장 전망 상향 등에 힘입어 올해 달러 대비 3%가량 올랐다.
<조환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