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지 이자율(30년 만기 고정)이 약 두 달간 상승을 이어간 끝에 11월 셋째 주(14일 발표 기준) 드디어 하락했다. 그런데 하락 폭은 전주 대비 0.01%포인트로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반면 주택 가격은 지속적인 오름세이고 이자율도 여전히 주택 구입을 결정하기에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과연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룰 시기가 찾아오긴 할까? 경제 매체 포브스가 주택 시장 전망을 진단했다.
이자율 5%대로 떨어지면 거래 살아날 것
수요 증가 전인 연말이 구입 적기일 수도
◇ 수요 오르기 전, 지금이 구입 적기
부동산 전문가들에 따르면 내년 주택 시장도 올해와 크게 다르지 않겠지만 올해 최악의 상황은 벗어날 전망이다. 내년 주택 가격 상승세는 올해보다 둔화하고 매물도 증가해 바이어들의 숨통이 다소나마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아직 많은 바이어들은 모기지 이자율이 조금이라도 더 떨어지기를 기다리며 주택 구입 시기를 미루는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재판매 주택 거래 지표를 살펴보면 일부 바이어들은 더 미루면 안 된다는 판단에 이미 주택 구입 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 선거 등 주택 시장 불확실성이 상당히 해소됐기 때문에 내년을 주택 구입 시기로 계획 중인 바이어도 많다. 일부 주택 시장 전문가들은 수요가 늘어 주택 가격이 다시 들썩이기 전인 지금을 주택 구입 적기로 추천한다.
◇ 가격 상승세 크게 둔화
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주택 가격 지수에 따르면 올해 8월 전국 주택 가격은 작년 8월 대비 약 4.2% 상승하는 데 그쳤다. 8월이 주택 시장 성수기인 점을 고려할 때, 이 같은 상승 폭은 전월 4.8%보다 크게 감소한 수치다. S&P 다우존스 지수의 상품, 실물 및 디지털 자산 책임자인 브라이언 D. 루크는 “지난해 모기지 이자율이 사상 최고치를 찍은 뒤로 주택 가격이 둔화하기 시작했고 올해 가장 낮은 연간 상승률을 기록했다”라고 주택 가격 동향을 설명했다.
8월 주택 가격은 월별 대비로도 0.13% 하락을 기록했는데 이는 2022년 8월 이후 처음 나타난 월별 대비 하락이다. 이 같은 가격 둔화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상 최고 수준인 주택 가격은 내 집 마련의 가장 큰 장애물이다. 재판매 주택 중간 가격은 지난 5년 사이 무려 50%나 급등했고 이 기간 모기지 이자율도 꾸준히 올라 현재 주택 구입 여건은 사상 최악이다. 내년에도 주택 가격 둔화세가 이어지겠지만 주택 가격 부담은 지속될 전망이다.
◇ 침체 가능성은?
역사상 주택 가격 상승기가 이번처럼 장기간 이어진 시기는 없었다. 게다가 주택 가격 상승폭도 큰 편으로,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처럼 주택 시장 거품이 터질 때가 아니냐는 일부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대부분 부동산 전문가들은 내년 주택 시장 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잘라 말한다. 모기지 대출 업체 에인젤 옥 모기지 솔루션스의 톰 허친스 부대표는 “사상 최저 수준의 주택 공급이 주택 가격 하락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08년 주택 시장 침체는 전례 없는 특수 상황에 기인한다. 당시 대출 무자격자를 대상으로 이른바 ‘묻지마 식’ 대출 발급이 성행했고 이 같은 상황에 부응한 주택 건설 업체들이 신규 주택을 마구잡이로 찍어내며 공급 과잉을 부추긴 것이 침체 원인이다.
2008년과 비교해 현재 주택 보유자들이 훨씬 안전한 방식으로 주택을 보유한 점도 주택 시장 침체 가능성이 낮은 이유다. 현재 주택 보유자들은 주택 가격 하락에 견딜 수 있는 높은 자산 비율을 보이고 있고 무대출 주택 비율도 사상 최고다. 따라서 주택 가격이 급락하더라도 헐값에 집을 내놓는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 그렇다면 주택 시장 다시 급등할까?
대통령 선거 등 불확실성과 모기지 이자율 급등, 매물 부족 등에 따른 매수 심리 위축으로 올해 주택 거래는 큰 폭으로 둔화했다. 가라앉은 주택 시장이 살아나려면 몇 가지 문제가 해소되어야 하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원활한 매물 공급이다. 온라인 모기지 업체 HSH닷컴의 키스 검빙어 부대표는 “주택 시장의 완연한 회복을 위해서는 매물 부족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라며 “매물이 늘어야 주택 가격이 안정되고, 관망 중인 매수세를 다시 유입하는 효과가 발생한다”라고 진단했다.
모기지 이자율은 하반기 들어 6% 초반대를 유지하다가 최근 7%대에 근접했다. 작년 10월 7.79%로 정점을 찍었던 것과 비교해 낮은 수준으로, 내년 이자율 하락을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마이크 프래탠토니 ‘모기지은행업협회’(MBA)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주택 시장 전망을 매우 낙관적으로 본다”라며 “현재 이자율 수준은 매수 심리를 자극하고 이자율 고정 효과 해소에 충분하기 때문에 내년 모기지 대출 발급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 부족한 매물 채워질까?
국영 모기지 보증기관 프레디맥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재판매 및 신규 주택 매물 공급이 늘고 있지만 코로나 팬데믹 이전 수준에 비해 크게 부족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매물 부족 사태가 최악의 상황은 지났지만 심각한 공급 부족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많은 주택 보유자들이 초저금리 때문에 집을 팔지 않는 이른바, 이자율 고정 효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주택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고 있으며, 이 같은 현상은 올해 남은 기간 동안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정보 업체 CJ패트릭 컴퍼니의 릭 샤가 CEO는 “모기지 이자율이 5%대 초반으로 다시 떨어지기 전에는 재판매 주택 매물 공급이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았다.
최근 신규 주택 공급이 늘고 있는 가운데 전망대로 내년 이자율이 하락세로 돌아서면 이자율 고정 효과가 해소돼 부족한 재판매 주택 매물 공급이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일부 주에서는 재판매 주택 매물량이 2019년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채워지고 있으며, 내년 활발한 주택 거래가 예상된다.
센서스국과 ‘연방주택도시개발국(HUD)에 따르면 지난 9월 단독 주택의 착공 건수는 전월 대비 2.7%,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5.5% 증가했다. 반면, 신규 주택 완공 건수는 전월 대비 2.7% 감소했지만, 지난해 9월과 비교하면 1.6% 증가한 수치를 기록했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