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엘리트 학원
첫광고
이규 레스토랑

[삶과 생각] 청춘 회억(回憶)

지역뉴스 | | 2024-11-21 18:01:53

삶과 생각, 신석환,수필가,청춘 회억(回憶)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가을이 되니 생각이 많아진다. 그런 생각 중에서도 인생의 가장 치열한 시간은 대학입시를 준비하던 때인 것 같다. 입시를 앞 둔 몇 달, 마지막 정리를 하며 분초를 아끼며 집중했던 그 시간이 생에 있어 가장 짙었던 삶의 농도였다고 생각한다. 바로 그때가 청춘의 개막이었다.

중요한 것은 그 시절의 독서, 또는 암기가 전 생애에 작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십대의 마지막과 20대 초 중반기 시절에서의 탐구열이 삶에 대한 시각을 결정지은 셈인데 그때 사고(思考)하고 고뇌했던 일들이 지금까지 잔영처럼 남아 이끌어가고 있다.

엊그제는 오랜만에 인터넷 서점을 방문했다. 요새는 거의 인터넷으로 지적 욕구를 채우는 바람에 서점에 가서 책을 사는 일은 정말 드문 “행사”가 되었다. 비록 인터넷으로 책을 일별(一瞥)하지만 그래도 책방의 문을 연다는 일은 미세한 느낌이긴 해도 어떤 설렘 같은 기분이 있으니 늙음에 비례해서는 다행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츠츠이 야스다카(Yasutaka Tsutsui)의 장편(掌篇)인 “웃지마”와 밀란 쿤데라의 옛날 책 “농담” 을 구입했다.

그때 문득 향수에 젖었다. 그 옛날, 벌써 수십 년이 흐른 저 편에서 책과 씨름하며 인생과 청춘에 대해 마음을 다 해 준비하고 몰두하던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그러면서 입시를 핑계로 외웠던 시들도 아련하게 떠올라 그 편린(片鱗)을 반추해보았다.

- 눈물 아롱아롱/피리 불고 가신님의 밟으신 길은/진달래 꽃 비 오는 서역 삼만 리/흰 옷깃 여며 여며 가옵신 님의/다시 오진 못하는 파촉(巴蜀) 삼만 리 -

미당(未堂)의 “귀촉도”(歸蜀途) 도입부분이다. 미당의 시는 대학입시의 단골이었다. 이 시 외에도 “국화 옆에서”는 정말 어린 청춘의 가슴을 울렸던 명시가 아닌가. “노오란 네꽃잎이 피려고/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보다.”는 늘 머리속에 맴 돈 구절이었다.

이 시와 더불어 우리들 가슴에 남았던 시들은 단연 청록파 시인들의 작품들이다. 그중에도 박두진과 지훈(芝薰)의 시를 좋아했다. 나중에 대학에 들어가 교양학부에서 조지훈교수의 문학개론을 들었는데 한동안 그의 직강을 기다리며 많은 낙서를 했던 경험이 있다. 지훈의 시 세계가 열리는 절창(絶唱)들이 그분의 나이 겨우 스무 살 즈음에 나왔으니 천재와 다름 아니다.

육사(陸史)의 “청포도”, 김동명의 “파초” 윤동주의 “서시”(序詩)도 즐겨 암송했던 우리들의 가슴이며 젊은 날의 백서(白書)였다.

10대와 20대에 걸친 첫 청춘은 두근거림과 아픔, 도전과 실패가 어우러진 사랑과 이별이 주조를 이뤘다면 신과의 대면으로 시작된 제2의 청춘은 뉘우침과 회개, 눈물과 자괴로 얼룩진 심연(深淵)이었다. 그래서 영혼의 슬픔이 배경 색조가 되었고 후일 슬픔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이 스며드는 통로였음을 깨달았다.

청춘의 끝자락은 뉴저지 변방에서 지냈다. 나이로 보면 청춘을 빗긴 때였지만 이 시대의 나이로 보면 그때도 확실히 청춘이었다. 그리움이다, 그 모든 추억들은 그리움의 집합이다. 청춘은 어쩌면 그리움을 만들고 그렇게 사라지는 시간일 것이다. 가슴에 소설보다 시로 남아 있는 안타까운 사랑과 열정의 매듭이다. 황혼을 걸어간다는 것은 돌아오지 않는 청춘을 향한 투정이요 핑계의 길일지 모른다.

<신석환 수필가>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LA 산불 닷새째 불길 시내쪽으로 확산…돌풍 강해져 긴장 고조
LA 산불 닷새째 불길 시내쪽으로 확산…돌풍 강해져 긴장 고조

사망자 최소 11명, 건물 1만2천여채 소실…명소 게티미술관 등 위협대형 화재 2건 진압률 10%대…소화전 고갈 등에 비판론 커져  10일 화염이 번지고 있는 LA 맨더빌캐니언 지

“사기 방지 요령 숙지”… 그래도 걸려드는 사기 피해
“사기 방지 요령 숙지”… 그래도 걸려드는 사기 피해

작동 않는 구식 요령 과감히 버려야피해자 신뢰 얻는 방식 파악 대처구체적 행동 요령 더 효과적 지적전화로 개인정보 공개 하면 안 돼  각종 사기 범죄 기술이 고도화하면서 예전 범죄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물가…주범은 자동차 보험료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물가…주범은 자동차 보험료

신차 가격 인상에 보험료↑팬데믹 이후 보험료 51% 올라잦은 사고와 수리비 급등가입자 줄면 더 오를 수도  인플레이션이 속 시원히 해소되지 않는 이유가 자동차 보험료 급등 때문이라

트럼프 ‘불체자 최대규모 추방’ 맞서 바이든, 100만명 추방 면제 결정
트럼프 ‘불체자 최대규모 추방’ 맞서 바이든, 100만명 추방 면제 결정

트럼프 취임 10일 앞두고 베네수·우크라 등 출신 18개월간 임시보호지위 연장 조 바이든 행정부가 10일 베네수엘라와 엘살바도르, 우크라이나, 수단 등에서 온 미국내 불법체류자들의

근육량 못지않게‘근육의 질’중요… 암 치료 효과도 높인다

근육에 지방 쌓인 근지방증유방암 치료 효과 낮춰심근경색·빠른 간섬유화도 근육 속 지방 축적 정도가 높을수록 유방암 치료 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육의 질’을 바꾸면 암

‘소아우울증’과잉행동·잦은 두통도 경고 증상
‘소아우울증’과잉행동·잦은 두통도 경고 증상

“언제부터 눈물이 많아져서 주의 깊게 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소원이 일찍 세상을 떠나는 것이라고 말하더라고요. 너무 놀라서 부랴부랴 심리 상담부터 받기 시작했어요.”초교 5학년 아

C형 간염, 98% 완치 가능하지만 대부분 몰라서 방치
C형 간염, 98% 완치 가능하지만 대부분 몰라서 방치

간은 심각한 손상이 된 뒤에도 특별한 증상을 나타내지 않는다. 간을 ‘침묵의 장기’로 부르는 이유다. 간의 침묵으로 인해 간암은 국내 암 사망률 2위나 된다.간암 발병 경로를 거꾸

‘근막동통증후군’… 어깨 스트레칭이 효과적
‘근막동통증후군’… 어깨 스트레칭이 효과적

직장에서 한 자세로 오랫동안 집중하거나 앉아 있으면 근육이 뭉치고 관절이 약해지기 쉽다. 거기다 심각한 과로와 만성피로까지 겹치면 상태는 더욱 악화된다. 업무 중 틈틈이 어깨 관절

학비 오르는데…  대학에 진학해야 하는 이유
학비 오르는데… 대학에 진학해야 하는 이유

나날이 치솟는 대학 학비를 보면‘과연 대학 진학이 필요한가?’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에 대한 해답이 간단하지 않다는 것은 확실하다. 대학 졸업 후 받게 될 낮은

"라돈가스에 노출된 임신부, 임신성 당뇨병 위험 37% 증가"
"라돈가스에 노출된 임신부, 임신성 당뇨병 위험 37% 증가"

미 연구팀 "라돈, 임신성 당뇨병에도 위험 요인…대책 필요" 토양, 암석, 물 등에 들어있는 라듐이 방사성 붕괴를 일으킬 때 나오는 라돈(Rn) 가스에 임신부가 노출되면 임신성 당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