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해외투자 43% 차지
280억달러 규모 역대최고
지난해 한국이 해외에 투자한 금액 중 43%가 미국으로 흘러간 것으로 나타났다. 대미 무역수지가 역대 최대 흑자를 기록한 가운데 원자재나 부품 등의 중간재는 대미 수출의 절반을 차지했다.
제조업 르네상스를 내걸고 컴백한 트럼프 2기를 맞아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통상환경의 리스크를 높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한국과 미국의 교역 내역을 뜯어보면 양국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굿 파트너’임을 확인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수출입은행 통계에 따르면 트럼프 1기인 2017년부터 올해 2분기까지 한국의 글로벌 투자 금액은 꾸준한 상승곡선을 그렸다.
특히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집권했던 2017∼2020년 한국의 대미 투자액은 150억달러 안팎을 기록했다가, 바이든 행정부가 시작된 2021년에는 두 배 가까이로 늘어 279억3,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후 2022년 295억달러, 2023년 280억4,000만달러, 올해 들어 2분기까지 124억달러 등으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한국의 글로벌 투자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했던 기간 20%대였다가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2021년 36.3%, 2022년 36.1%로 뛰어올랐다. 지난해에는 대미국 투자 비중이 글로벌 투자액의 절반에 가까운 43%까지 늘었다. 이는 1988년 이후 최고치다.
이처럼 한국이 바이든 행정부 기간 미국 투자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것은 미국이 주요 산업 공급망을 동맹 등 신뢰할 수 있는 국가와 공유하는 정책을 펼친 데 따라 한국 기업들이 호응한 결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의 텍사스주 테일러 반도체 공장, SK하이닉스의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인공지능(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기지, LG에너지솔루션의 애리조나 배터리 생산 공장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의 첨단제조 기업들이 미국 내 수십억달러가 넘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면서 미국으로의 수출액도 덩달아 늘었다.
대미 수출액은 2017년 686억달러였다가 지난해 1,157억달러로 68.6% 증가했다. 2017∼2020년 680억∼740억달러 안팎을 오가던 대미 수출액은 2021년 959억달러, 2022년 1,097억달러, 지난해 1,157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대미 수출을 가공단계별로 살펴보면 1차 산품, 중간재, 자본재, 소비재 중 중간재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대미 중간재 수출 비중은 2017년 49.4%, 2018년 54.1%, 2019년 55.3%, 2020년 55.4%, 2021년 57.8%, 2022년 60.4%, 지난해 50.1% 등으로 트럼프·바이든 행정부 내내 절반을 넘겼다.
중간재란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 필요한 원자재나 부품 등을 의미하며 자동차 부품,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철강소재 등이 대표적인 중간재로 꼽힌다.
따라서 한국이 미국의 제조산업에 필수적인 부품과 원자재를 공급하는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제조 강국인 한국이 미국의 첨단산업 공급망 경쟁력에 기여하고 있으며, 산업 ·경제에서 한미 양국의 상호 의존성이 높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