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A 연구소 보고서 발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플레이션이 가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면서 서민층은 두 말할 나위도 없고 연간 15만달러 이상을 버는 고소득자도 한 달에 번 돈을 대부분 소진해야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페이 첵 투 첵(pay check to chek)’ 생활을 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인플레이션 상승 속도가 둔화되고 있지만, 지난 몇 년간 모기지 페이먼트와 개스값 등 전 분야에 걸쳐 물가가 뛰면서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경제적인 여유가 없는 삶을 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31일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분석한 고객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조사 응답자 가운데 연봉이 5만달러 미만인 가구의 35%가 한 달에 번돈을 모두 소진해야 하는 ‘페이 첵 투 첵’으로 생활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2019년 32%에서 3%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보고서는 ‘페이 첵 투 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가계 소득의 95% 이상을 개스값, 식료품, 인터넷, 식료품, 공공서비스, 대중교통, 육아비, 주택비용 등 필수품에 사용하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고소득 가구 역시 저축할 돈이 없는 빠듯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응답자 가운데 15만달러 이상을 버는 가구의 20%가 월급만으로 살아가기 힘들다고 답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연구소의 수석 경제학자 데이비드 틴슬리는 “사람들의 거의 모든 소득을 일상 필수품 지출이 삼켜버린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며 “일부 가구는 임금이 상승했지만 이는 인플레이션을 상쇄하기 위해 충분하지 않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연방 노동부 데이터에 따르면 전년 대비 시간당 평균 임금은 지난 9월 4% 상승했지만, 2022년에는 같은 달에는 5% 가량 올랐다. 지난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전년 대비 2.4% 상승하며 3년 7개월 만에 최저치를 나타내는 등 인플레이션 상승 속도가 둔화되고 있지만, 미국인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보다 모든 부분에서 약 20%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CNN은 전했다.
특히 가파르게 오른 주택가격과 금리는 소득과 상관없이 모든 가계를 짓누르는 주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틴슬리는 “노년가구와 고소득 가구는 보통 더 규모가 큰 주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일부는 더 높은 임금을 받아도 생활이 빠듯하게 살 수 있다”며 “규모가 큰 주택에 따른 주택 보험료, 재산세, 공과금 등도 부담요소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주택 렌트에 머무는 사람들은 고물가의 영향을 더욱 직접적으로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소유주의 경우 모기지 페이먼트가 부담이긴 하지만 자산가치 상승을 누릴 수 있는 반면 렌트에 머무는 임차인들은 렌트비가 매몰비용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자산전문회사 트라파겐의 피터 트라파겐은 “높은 이자율로 인해 사람들이 신용카드부터 자동차 구매, 주택 개량에 이르기 까지 모든 것에 대한 자금 조달 비용을 더 많이 지불하게 됐다”며 “특히 임차인들은 자산 증가는 없고 생활비만 증가했기 때문에 느끼는 생활비 압박은 더욱 크다”고 말했다.
CNBC는 가파르게 오른 생활물가로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려는 꿈은 점점 멀어져 가고 있다고 전했다.
포스터앤모틀리에서 재무 기획자로 일하고 있는 닉 로스는 “자녀를 좋은 학교에 보내고 가족을 부양하며 적당한 크기에 집에서 사는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기 위해서는 10년, 20년 전보다 훨씬 더 많은 소득을 필요로 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박홍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