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엘리트 학원
이규 레스토랑
첫광고

[발언대] 누가 후회를 두려워하는가

지역뉴스 | | 2024-10-02 14:33:24

발언대,신석환,수필가,후회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지난 2008년에 개봉된 영화 중에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라는 작품이 있었다. 브래드 피트가 주연한 이 영화는 흥행도 잘되었지만 작품성도 뛰어났다. 우리들 인생은 갓난 아기로 태어나 늙어 죽는 게 정상인데 반해 이 영화의 주인공 피트는 정반대의 삶을 살다가 가는 인생이었다.

요약하자면 갓난 아기는 갓난 아기인데 쪼글쪼글한 노인으로 태어나 죽을 때는 갓난 아기로 죽는다는 기상천외한 이야기다. 피트는 한창 청춘일 때 여자를 만나 우여곡절 끝에 결혼하는 것 까지는 행복이었는데 그때로부터 남편은 늙어가는 게 아니라 역순으로 점점 더 싱싱해진다.

아내는 보통의 인생으로 살며 성숙해지고 늙어가는 데 비해 남편은 청춘의 때에서 사춘기 소년으로 이동하고 있었으니 이런 부조화를 감당할 수 없었던 그들은 결국 작별하게 된다.

기막힌 인생 벤자민 버튼은 드디어 소년에서 사춘기를 거쳐 마침내 강보에 누워진 갓난 아기가 되었으나, 그의 속사람은 온갖 성인병과 노환으로 시달리다가 노인으로 눈을 감는다는 스토리다.

나는 이 영화에 대한 평론을 하려는 건 아니고 다만 그 총체적인 설정에 감탄하는 것이다. 인생이 태어나 늙어가는 게 아니라 그 반대로 젊어진다는 점이다. 물론 그런 설정은 대단히 무리한 플롯임은 분명한데, 그러나 말이다. 우리 인생들은 한번 쯤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필자도 아침저녁 거울을 보며 거울 속에 망연히 서있는 노인이 이제는 그만 늙고 하루하루 젊어진다면 어떨까 라는 바보 같은 생각을 이따금 한다. 그렇게 될 때 파생하는 문제가 엄청나겠지만 그렇게 될 일은 없을 테니 그런 현상에 대한 깊은 고뇌를 따로 할 필요는 없다. 다만 젊었을 때의 그 파릇한 얼굴로 돌아간다는 상상을 해보며 나만의 미소를 짓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생각의 기저에는 무엇이 도사리고 있을까. 그것은 후회다. 지금까지 살아온 생을 반추하면서 “아, 거기서 그렇게 하는 게 아니었는데,”라는 후회의 편린들이다. 그 부분을 지우개로 지우고 고쳐가며 살 수만 있었다면 지금의 내가 아닌 전혀 다른 삶의 흔적을 거울 속에서 보았을 것이다. 차라리 다시 태어났다면 어땠을까. 시간을 거꾸로 돌릴 수만 있다면 그때 거기서 그 사람을 만나지 않을 수도 있었다.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그때 밀물처럼 밀려온 엄청난 행운들이 사실은 실패로 가는 썰물의 함정이었음을 알아차려야 했다. 아, 그때 왜 나는 그 기회를 좀 더 기다리지 못했을까. 그 레스토랑이 아니고 그 옆에 있었던 카페로 들어가는 문을 열어야 했는데, 이 길목이 아니고 저쪽 대로로 갔어야 했는데, 그러나 인생은 가설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 후회 위에 우리는 삶이라는 인생을 건축하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인생은 단언한다. “나는 후회가 없다!” “내 인생 사전엔 후회란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때 이런 거짓말을 태연히 하는 그 얼굴을 향해 고두심은 말할 것이다. “잘났어, 정말!”

그렇다. 후회가 없다고 장담하는 인간일수록 후회로 점철된 삶을 살아왔을지 모른다. 아니 인생자체가 출발부터 후회의 연속이 아니었던가. 선악과를 따먹은 입을 봉해버리고픈 아내의 후회는 얼마나 처연했을까. 남편은 아내가 준 선악과를 넙죽 받은 손목을 분질러 버리고픈 후회로 수많은 불면의 밤을 보냈으리라.

후회, 그래서 인생은 탈출구가 필요한지 모른다. 후회라는 미묘한 삶의 틈을 통해 비추이는 빛. 그것이 바로 신이 우리에게 준 삶의 모멘트이다. 후회를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 후회할 때 나는 한없이 작아지고 그 시간에 그나마 내 존재의 의미를 성찰한다.

R 헨리가 말했다. “어려운 결단을 내리고 나면 반드시 그 결단을 후회하게 된다. 그 후회를 얼마나 잘 견뎌 내느냐가 결단의 성패를 좌우한다” 그러므로 나는 이 나이가 되도록 수많은 결단을 내렸으며 동시에 수많은 후회의 조각들을 늙은 얼굴에 주름으로 갖춘 셈이지만, 그 주름은 신이 마련해준 격려였음을 뒤늦게 깨닫는다.

<신석환 수필가>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김효지 대표, '1031 교환' 강연회 개최
김효지 대표, '1031 교환' 강연회 개최

턴키 글로벌 리얼티, 1031 교환 설명세금 혜택을 통한 자산 증대 소개부동산 투자 전문 기업 '턴키 글로벌 리얼티'(Turnkey Global Realty·대표 김효지)가 8일

말뿐이었던 소수인종∙여성 기업 우대
말뿐이었던 소수인종∙여성 기업 우대

ATL시, 지원금액 부풀려 기록할당액 일반기업 지원에 사용 소수인종과 여성 소유 기업들에 대한 애틀랜타시의 실제 재정지원 규모가 서류상에 기재된 금액보다 상당히 적은 것으로 드러나

차에 두 반려견 묶어 끌고 가다 버린 남성
차에 두 반려견 묶어 끌고 가다 버린 남성

한 마리는 사망···경찰 공개수배동물단체,  5천 달러 현상금까지  반려견 두마리를  차에 묶어 끌고 가다 버린 남성의 동영상이 뒤늦게 공개돼 공분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동물보호

아틀란타 제일장로교회,  홍종수 4대 담임목사 위임예배
아틀란타 제일장로교회, 홍종수 4대 담임목사 위임예배

홍 목사, "십자가의 복음을 들고 나아가자!"김은수 목사 권면, 서삼정 목사 축사 전해   아틀란타 제일장로교회 제4대 담임으로 홍종수 목사를 세우는 위임예배가 PCA 장로교단 소

"예수님께 인도해주는 중요한 사람이 되자"
"예수님께 인도해주는 중요한 사람이 되자"

‘어머니의 품처럼 넉넉하게, 청년의 심장처럼 뜨겁게’아틀란타 한인교회 8년만에 임직예배둘루스에 위치한 아틀란타 한인교회(권혁원 목사)는 지난 3일 ‘2024 신령직 임직예배’를 개

드디어 2024 대선 본선∙∙∙승부 ’Nobody Knows’
드디어 2024 대선 본선∙∙∙승부 ’Nobody Knows’

조지아 조기투표율 53%민주- 불안서 안도감으로공화- 우려 분위기 확산 치열했던 선거전을 마치고 마침내 2024 대통령 선거일이 다가왔다. 하지만 승부는 여전히 안개 속이다. 1일

〈포토뉴스〉 푸른투어, 1등 담청자 경품 증정
〈포토뉴스〉 푸른투어, 1등 담청자 경품 증정

푸른투어 애틀랜타 지사(지사장 유니스 강)가 지난 31일 경품 추첨을 진행한 가운데, 1등 경품 당첨자에게 1일 상품을 전달했다. 이날 1등 당첨자는 대한 항공 & 델타 항

‘아파트' 대신 ‘로케트'…북 김정은·김여정 패러디 영상 화제
‘아파트' 대신 ‘로케트'…북 김정은·김여정 패러디 영상 화제

<‘화성인 릴도지’유튜브 캡처>그룹 '블랙핑크' 로제와 미국 팝스타 브루노 마스가 부른 노래 'APT.'(아파트) 뮤직비디오를 패러디한 유튜브 영상이 하루도 안 돼 조회

현대·기아·제네시스… 월별 최대판매 ‘신기록’
현대·기아·제네시스… 월별 최대판매 ‘신기록’

10월 두 자릿수 판매↑한국 브랜드 ‘고공행진’하이브리드가‘효자’3개사 판매량 15만대  10월 미국 시장에서 기아는 스포티지(위쪽), 현대는 투산 모델이 가장 많이 팔렸다. 2개

인플레이션… 50년만에 대선 주요 이슈 부상
인플레이션… 50년만에 대선 주요 이슈 부상

유권자 장바구니 물가 관심52%“경제 매우 중요”이슈4년간 식료품 22%나 치솟아 경제는 전반적으로 탄탄하지만 대통령 선거를 앞둔 유권자들의 관심은 물가에 쏠렸다. 지난 3분기 경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