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1,307.8원 마감
9개월 만에 가장 낮아
유학생·주재원 희소식
한국 방문자는‘울상’
한때 1,400원대를 훌쩍 넘었던 원·달러 환율이 이제는 1,300원 초반대까지 내려갔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추세가 당분간 계속돼 올해 연말에는 1,300원대가 무너지고 1,200원대로 진입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내놓고 있다.
오랜 기간 유지됐던 달러 강세가 이제는 원화 강세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30일 원·달러 환율은 1,300원대로 떨어져 올해 1월 초 이후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 종가는 전 거래일보다 10.8원 내린 1,307.8원을 기록했다. 이날 종가는 지난 1월 3일(1,304.8원) 이후 약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7.7원 내린 1,310.9원에 개장해 장 중 한때 1,303.4원까지 내리는 등 1,300원대에서 움직였다.
올해 6월부터 본격화 된 이같은 원 강세 및 달러 약세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한국과 미국, 글로벌 경제의 영향을 받는다.
이날 달러 하락의 경우 일본은행(BOJ)의 금리 정상화 노선을 지지하는 인물로 평가되는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의 총리 선출, 중국 유동성 패키지 공개 영향으로 엔화와 위안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원화도 강세를 이어갔다.
전문가들은 또 중국의 대규모 부양책에 따른 위안화 강세와 미국의 물가 둔화 움직임, 한국 경제 회복 등이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연방준비제도(FRB·연준)의 정책금리 인하 기대감이 시장에 반영된 데다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달러가 단기적으로 강세를 보일 수 있어 원화 강세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전문가들은 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연말까지 1,300원을 하향 돌파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원화는 위안화 및 엔화와 동조화 경향이 강해졌다. 한국의 원화와 중국 위안화, 일본 엔화가 대표하는 아시아권 통화가 오랜 약세에서 벗어나 함께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한국이 대중국 수출 비중이 높고 외국인에게는 중국을 대체한 투자시장이 된 경향이 있어 원화는 위안화와 동조화 현상이 짙게 나타나고 있다”며 “앞으로 중국 경기 개선 여부에 따라 원화가 힘을 받을 수 있을지 결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다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추가 금리 인상이 확정되면 엔화 강세 요인이고 그 강세 폭이 달러를 하락시켜 원·달러 환율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달러 환율은 기업과 개인 모두에게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면서 경제적 부담 또는 혜택으로 다가오는 등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그동안 ‘킹달러’의 대표적인 수혜자로, 한국을 방문하는 미주한인 등 여행자들은 달러 약세로 한국에서 받는 달러 당 원화가 줄어들게 된다.
미주한인 비즈니스 업계도 달러 강세가 반가지 않은 상황이다. 달러로 한국 상품을 사와서 미국에 파는 업체들이 많은데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전보다 더 높은 가격에 물건을 들여와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에서 미국으로 여행 오는 한국인들은 달러를 바꿀 때 지불해야하는 원화가 줄어들어 혜택을 보게 된다. 한인 관광업계는 미국을 방문하는 한국인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에서 생활해야 하는 주재원과 유학생들에게도 강한 원화는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다.
달러가 강할 때는 주재원으로 근무하며 한국 원화로 급여를 받으면 원화 약세로 가만히 앉아서 매달 수백 달러의 월급이 감봉되고 있는 현실을 마주쳐야 했었다. 이같은 상황은 유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유학생들도 원·달러 환율로 인해 미국서 받는 생활비가 급감하면서 소비를 줄이고 허리띠를 졸라매고 했다. 미국으로 돈을 송금해야 하는 한국 부모 입장에서도 강달러로 인해 경제적 부담이 가중됐었지만 이같은 상황은 완화되고 있다.
<조환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