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 인텔 인수 타진
모바일·AI칩 전략 실패
한때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을 지배했던 반도체 기업 인텔이 최악의 위기를 겪으며 이제 인수 대상으로까지 거론되는 처지로 추락했다.
월스트릿저널(WSJ) 등은 칩 경쟁자인 퀄컴이 인텔 인수를 타진했다고 20일 보도했다.
기업 간 인수합병은 흔하게 있는 일이지만, 한때 ‘반도체 왕국’으로 군림했던 기업이 인수자가 아닌 인수 대상이 됐다는 점에서 퀄컴의 인수 타진은 인텔의 추락한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당국의 반독점 심사 등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퀄컴과 인텔 간 거래가 실제 성사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럼에도 퀄컴의 최근 인수 타진은 인텔의 56년 역사에서 거의 전례가 없는 취약성을 반영하고 있다고 WSJ은 평가했다.
인텔의 위기는 시대의 흐름을 간파하지 못한 전략적 실패에서 나왔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모바일 반도체 수요를 놓친 데다 인공지능(AI) 칩 시장에서도 뒤처지면서 위기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인텔은 1970년대 후반부터 50년 가까이 PC와 서버에 들어가는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을 장악했다.
그러나 PC 시장에 안주하면서 아이폰이 등장한 2000년대 중반 이후에도 스마트폰 등 모바일 중심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했다. PC 수요가 줄어들면서 매출은 줄어들었고 이제는 강점을 보이던 서버용 CPU에서조차 경쟁 업체인 AMD에 밀릴 처지에 놓였다. 여기에 AI 열풍의 변화를 읽지 못하면서 엔비디아가 장악하고 있는 AI 칩 시장에는 명함도 내밀지 못하고 있다. 2017년 챗GPT 개발사 오픈AI 지분을 확보할 기회를 걷어찬 것이 대표적이다.
이런 위기는 마케팅과 재무 전문가 출신 CEO들이 인텔을 이끌면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고든 무어와 앤디 그로브, 크레이그 배럿 등 반도체 전문가 출신의 CEO들은 기술 혁신을 이끌며 전성기를 일궜는데, 2005년부터 마케팅 전문가와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들이 CEO에 앉으면서 기술 개발에 소홀했다는 것이다.
지난 2분기에는 매출과 주당 순이익이 모두 월가 전망치를 밑돌고, 3분기 예상치도 시장 전망치를 크게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주가는 20달러대로 최고점이었던 2020년 초 대비 약 70%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