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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뒷모습 소회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03-01 08:23:51

행복한 아침, 김정자(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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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자(시인·수필가)  

 

‘뒷모습은 천상 50대로 보이십니다 그려’ 우리 집 할배 멘트가 칭찬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애매모호한 소리에 생각을 하게 만든다. 야호를 외칠 일이 아닌 것이 돌아보니 앞모습 칭찬은 기억에 없는 듯 해서이다. 외출할 때마다 옷을 차려 입고 거울을 통해 앞모습을 보고 뒷모습도 둘러 보게 된다. 직접 볼 수도 없거니와 만질 수도 없는 등쪽 매무새 지만 혹여 결례를 범하는 일은 피해야 하겠기에 뒷모습은 항상 나중에 챙김 받게 된다. 등은 앞모습에 비해 꾸밈을 받을 줄도 모르고 치장을 할 근거를 찾지 못한 채 몸 주인으로부터 무관심과 등한시 여김을 받지만 불평을 할 수도 없다. 신체 모든 부분이 정면에 집중되어 있다. 몸짓도 얼굴 표정도 손짓도 발걸음까지 자신을 표현하고 치장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무언가 덧대기도 하는 이중성까지 도모 하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 있는 뒤쪽 등은 아무런 도모를 할 수도 없거니와 치장할 기회가 없어 뒷모습은 있는 그대로 가식이 없다. 존재의 깊은 이면을 응시해야 할 일이라든지 존재성의 진실에 접근하는 일에는 뒷모습만큼 용이한 신체 부위가 없다고 말할 수 있겠다. 

 

이즈음 세계가 선거 열풍이라 해도 과언은 아닌 것 같다. 총선, 대선이란 대국민 투표를 앞두고 나라마다 선거전에 돌입하고 있지만 세계 어느 나라도 피 투표인의 얼굴과 앞모습 만을 보고 투표에 임한다. 뒤를 돌려 세워놓고 뒷모습을 평가해서 선거에 임하는 나라는 보지 못했다. 뒷모습은 곧 그 사람의 진실이 살아있는 실체이며 삶의 잔재이며 물리적 자취이다. 우리 육신의 부분 중에 삶의 행간의 흔적이 그대로 남겨져 있는 곳이다. 뒷모습에서 발견되는 것, 즉 살아온 족적에서 발견되는 인품으로 지도자를 뽑는 지혜를 가졌으면 좋으련만. 나라 대표뿐 아니라 크고 작은 단체를 이끌어갈 대표를 세우는 일에도 위장된 앞모습보다 살아온 궤적을 살펴 타당한 인물을 새워야 하지않을까. 

 

타인의 뒷모습 궤적을 살펴가다 보면 어느 순간 애증과 연민으로 포장된 자신을 발견하는 일이 야기될 수도 있겠다 싶다. 뒷모습에 집중하다 보면 엎드려 기도하는 사람들, 등이 굽은 채 지팡이에 몸을 의지한 노인들, 삶에 지친 사람들의 등 모습, 좀 더 낮은 곳을 택하려는 겸손한 사람들과 같은 눈 높이로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의 뒷모습에 시선이 머물게 된다. 삶에 찌들고 세월에 바래 버린 홈 리스들의 쓸쓸한 등에서 언뜻 종말의 서사시를 보게 된다. 실체가 없어져 버린 가족 공동체를 향한 그리움이 낭자하다. 사랑이 깃들었던 시간이 남긴 자취와 사라져 버린 따뜻했던 삶의 흔적까지도 덧없이 어이없이 허망이란 색조가 짙게 물들어 있음을 본다. 속절없이 볼모가 되어버린 인간 다움의 비운도 미래의 제 등 모습을 보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평생 가족 부양이란 등짐을 짊어지고 걸어오신 분들의 구부정한 등보다 더 쓸쓸한 적막을 찾아 보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 사람과 사람이 마주할 땐 서로 마주 바라보게 되지만 뒷모습은 마치 버림받은 유배지 같다. 뒷모습은 소외 당할 수 밖에 없을 뿐더러 그렇게 마음이 쓰이지 않기 마련이다. 등은 각자의 것이지만 그 등을 보고있는 시선은 언제나 타인이다. 

몸을 씻을 때도 손이 가 닿지 않는 부분이라 몸에서 가장 먼 곳으로 느껴진다. 만물의 정면은 공공연하게 떳떳하고 당당하고 결연한데 비해 뒷모습은 부모를 부모라 부르지 못하는 서자의 위치에 처해있다. 칭송 받거나 공훈을 얻는 일도 앞쪽이 다 누리게 된다. 밤길을 밝혀주는 달님도 그렇다. 우리가 만나는 달님의 얼굴은 달 정면이다. 달 뒷모습은 아직 공개되지 않은 신비에 싸여있다. 청동 거울로 얼굴을 비쳐보는 시절도 아니요 거울이란 도구가 다양하게 발달되어 있음에도 거울로 뒷모습을 보려고 애쓰는 일은 거의 전무하다. 우리가 만나지는 뒷모습의 대다수가 타인의 등이다. 

 

대학시절 아버지께서 소천 하시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사람들이 밀려 다니는 거리에서 아버지 뒷모습을 발견하고는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뛰어가며 ‘아버지’ 하고 부르며 한참을 달려가다가 ‘아 참 아버지께서는 별세하셨는데’ 가던 길을 멈추고 아버지 닮은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 까지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던 기억이 마지막으로 뵈었던 아버지 뒷모습으로 오래도록 기억 줄에 남아있다. 뒷모습 소회에는 예쁜 추억도 담겨있고 아린 기억도 담겨있어 온 가족이 다 모이는 날이 돌아오면 오손도손 나누어 보아야겠다. 뒷모습 요약도, 뒷모습 매혹도, 뒷모습의 외로움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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