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김 법무사
법적 분쟁이 모두 끝난 줄 알았다.
그러나 그 끝은 또 다른 이야기의 시작이었다.
제니는 법원에서 받은 서류철을 정리하던 중 낡은 편지 한 통을 발견했다.
익숙한 동건의 필체였다. 하지만 이번 편지의 수신인은 제니가 아닌, 낯선 이름이었다.
“To Andy Jung.
I’m sorry I left without seeing you again.
You were always more than just a friend.
Forgive me.”
– Donggun
앤디 정. 그는 누구일까?
동건은 생전에 이 이름에 대해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제니는 흔적을 찾기 시작했다. 전화번호, 주소, SNS 기록… 어디에도 없었다.
그러나 구청 직원의 말에서 한 줄기 단서가 나왔다.
“몇 년 전, 그 이름으로 된 아동 보호기록이 있었던 것 같아요.”
조사를 거듭하던 제니는 충격적인 사실과 마주했다.
앤디 정은 12년 전 동건이 미국에서 위탁 보호를 신청했던 아이였다.
동건은 그를 한국으로 데려와 가족으로 만들고자 했지만, 입양은 중단되었고
앤디는 미국 위탁가정에서 성인이 될 때까지 자랐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제니는 동건의 사무실을 다시 뒤졌다.
책장 깊숙한 곳, 자물쇠로 잠긴 서랍에서 낡은 열쇠 하나를 발견했다.
작은 키링에는 ‘A.J.’라는 이니셜이 새겨져 있었다.
제니는 끈질긴 노력 끝에 앤디를 찾아냈다.
그는 현재 한국에 체류 중이었고, 동건의 사망 소식조차 모르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연락을 취하자, 앤디는 담담한 목소리로 짧게 답했다.
“그 사람… 결국 용서를 구했군요.”
며칠 뒤, 제니와 앤디는 동건이 생전 자주 찾던 양평 별장을 함께 방문했다.
앤디가 열쇠로 문을 열자, 안방 서랍에서 오래된 봉투가 나왔다.
그 안에는 보험증권과 손편지 한 장이 들어 있었다.
“앤디에게.
나는 너에게 법적으로 아무것도 남길 수 없지만,
이건 내가 줄 수 있는 마지막 것이다.
너는 나의 유산이다.”
동건은 법적으로 상속할 수 없었던 앤디를 위해
자신의 일부 자산을 생명보험 수익자 명의로 남겨두었던 것이다.
제니는 혼란스러웠다.
왜 동건은 이 모든 사실을 숨긴 채 떠났을까?
그는 은우만을 위해 산 사람일까, 아니면 두 아이를 모두 품을 용기가 없었던 걸까?
그날 밤, 별장 마루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던 앤디가 조용히 입을 뗐다.
“난 그 사람을 원망했어요.
버려졌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이제 깨달았어요.
그 사람이 남긴 건 미안함이 아니라,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미래였다는 걸.”
앤디의 눈에는 더 이상 원망이 없었다.
대신, 조용한 평화가 깃들어 있었다.
며칠 뒤, 제니는 은우와 함께 다시 그 별장을 찾았다.
앤디의 흔적은 사라졌지만, 침대 머리맡 탁자 위에는 한 권의 책이 놓여 있었다.
『법의 그림자 속 숨겨진 이야기』
표지 안쪽에는 짧은 문장이 적혀 있었다.
“진짜 유산은,
누가 무엇을 가졌는지가 아니라
누가 무엇을 남겼는가이다.”
그 순간, 제니의 마음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울렸다.
법은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의 진심은,
그림자 속에서도 한 줄기 빛으로 남아
누군가의 삶을 따스하게 비춘다.
동건이 떠난 자리에서,
앤디와 은우, 그리고 제니는
그가 남긴 진짜 유산을 발견했다.
그것은 물질이 아닌,
사랑과 용서, 그리고 새로운 시작이었다.
이로써 『법의 그림자 속 숨겨진 이야기』는
7화를 끝으로 완결된다.
그러나 진심이 남긴 빛은,
영원히 꺼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