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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인생에 길이 된 사람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03-18 08:21:00

시와 수필,박경자(전 숙명여대 미주총동문회장)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

박경자(전 숙명여대 미주총동문회장)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 시,   봄길 ,  정호승 )

 

인생은  길이다. 그 누구도  걸을 수 없는 자신만의 길을  살다 간다.

길이란 도(道) 자는 자신만의 머리를 짊어지고 인생길을 항해한다는 뜻이다. 생각하면  모르고 살아온 내 인생길에 내 자신의  머리를 받쳐들고 뚜벅 뚜벅 걸어 왔다니… 생각하면  부끄럽고 사람 노릇하지 못하고 살아 온 내 삶이 한없이 부끄럽기만하다. 얼마나 많은 날 길을 잃고 헤매였고 한치의 길이 보이지 않아 낮선 땅에서 방황했던가. 복사꽃이 바람에 만발한 눈꽃을 맞으며 한 그루의 나무도 이봄을 위해 이토록 장엄한  꽃 잔치를 위해 그 눈보라치는 겨울을  흙속에서 얼마나  아프게 살아왔을까… 인간으로 살아오면서 수많은 부끄럼, 사랑으로 살아오지 못한  나를  이 봄 다시 돌아본다.

이 봄, 내 인생길에 사람의 길을 사랑으로 묵묵히 걸어오신 어른이 다시 그립다. 오늘처럼 길이 보이지 않는 세상에 한줄기 희망과 사랑의 길을 걸으신  어른이  다시 생각난다. 내 젊은 날  멀리서 가까이서 내게 길이 되신 ‘짐 레이니 대사님’ 묵묵히 봄길을 걸어오신 그 사랑의 사람, 눈꽃 휘날리는  봄날에 사랑이 되어 찾아 오셨다. “해물 순두부를 좋아해요” 순수한 한국말로 우리 토종 음식을 좋아하신 그 어른, 국경을 초월한  뜨거운 휴머니즘, 에모리 대학에서 16년 총장을 지내시며 에모리 대학을 남부의 명문 대학으로 자리매김하시고, 국경을 초월한  한국인 사랑은  마치 옛 선비를 뵙는듯  따뜻한 정이 이 봄 다시 그립다. 1950년 예일대학 시절 학도병으로 한국전쟁에 부름받고 6.25전쟁을 함께 겪으시며 민족 상잔의 피비린내 난 전쟁으로 길에 버려진 아이들의 시체를 부둥켜 안고 그의 인생에 커다란 충격을 받는다. 잿더미 속에  버려진 아이들, 인류가 찾고자하는  삶의 참 의미는 무엇인가… 신이 계시다면 신은 과연 어디에 계신가… 경제학으로 성공한 인생을 꿈꾸던 젊은 청년 레이니는  잿더미속에 어린 시체를 부둥켜 안고 깊은 고뇌와 방황 속에서 한줄기 빛을 보았다. ‘내 한 목숨을 위해 살 수는 없다’(Not  for Self)  그는 긴 방황 끝에  인류를 위해 저 고귀한 한 생명을 위해 살고자 신 앞에 무릎을 꿇는다. 그는 한국에서는 연세대학에서 교수로 언더우드 박사와 한국 선교사로  일하셨다. 그는 한국 전쟁의 역사속에서 김구 선생 피살, 수많은 독립투사들 속에서 한국전쟁의 아픔을 겪으신 산 증인이셨다.  내가 짐 레이니 대사님을 만나 뵌 것은 1985년 남편이 에모리 캔들러 스쿨에 있을 때,  그랜 메모리얼 처치에 한 교인으로 앞뒤 좌석에서 5년을 모시면서 ‘오셔서 반갑습니다’ 유창하신 한국어로 맞이 하시고, 소매가 다 헤진 와이셔츠, 털털거린 낡은 승용차를 타시고, 검소한 모습이 마치 시골 할아버지 모습이셨다. 16년 에모리 총장님 역임 후 주한 미대사를 역임하신 한국 사랑은 어느 한국인 조국 사랑에 비교할 수 없다. 정신대 할머니의 에모리 화이트 홀에서 증언 하실 때 맨 앞 좌석에서 두분이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셨다. 부족한 내가 ‘나라 사랑 어머니회’에서 일할때 ‘한국인이 드린 최고의 어버이상’을 두분께 드렸다. 얼마 전 ‘세계 평화상’을  대사님께 수여 하실 때, 치매로 누워 계신 사모님이 함께 하실 수 없는 아픔을 하소하셨다. 인생길 그 아름다운 약속을 이루시고 사랑의 사람이 되어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끝까지 사랑으로 봄길이 되어 걸어가신 큰 어른, 그 절대적인 사랑을  인류를 위해 이웃과 함께 나누신 짐 레이니 대사님, 이 봄 다시 만나뵙고 싶은 ‘사랑의 사람’이시다.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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