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경동나비
첫광고
엘리트 학원

[뉴스칼럼] '클럽 샌드위치' 세대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03-19 11:29:59

뉴스칼럼,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샌드위치 세대’라는 말이 유행한 지는 꽤 오래 되었다. 베이비붐 세대가 대거 40대로 접어들던 90년대 후반부터 샌드위치 세대라는 용어는 일상적으로 쓰였다.

샌드위치는 누가 언제 고안해냈는지가 분명하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1762년 영국의 귀족인 존 몬타구 제 4대 샌드위치 백작이 만든 음식이다. 도박을 좋아한 그는 카드놀이를 하다가 중간에 식사하러 가는 게 번거로웠다. 그래서 게임을 하면서 손으로 들고 먹을 수 있도록 로스트비프를 빵 사이에 끼워 넣어달라고 하인에게 주문했다. 그후 너도 나도 ‘샌드위치랑 같은 거~’를 주문하면서 ‘샌드위치’는 하나의 메뉴로 뿌리내렸다.

‘샌드위치 세대’란 자녀양육과 부모 돌봄이라는 두개의 역할 사이에 끼어있는 세대. 부부가 풀타임으로 일하며 자녀를 키우고 뒷바라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부부가 협력해야 겨우겨우 해낼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연로한 부모가 돌봄이 필요해지면 어려움은 차원이 달라진다. 자녀와 부모를 돌보는 막중한 의무의 벽들 사이에 끼어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르면 30대, 대부분은 40대 50대에 샌드위치가 되어 살아간다.

그런데 요즘은 상황이 더 복잡해졌다. 한 차원 더 어려운 상황이 보편화하고 있다. 기대수명이 길어지면서 노부모의 연령이 점점 높아지고 그 윗세대인 조부모도 나란히 생존하면서 가족 돌봄의 상황이 겹겹으로 겹쳐지고 있다. 식빵 세 쪽 사이사이에 햄 로스트비프 치킨 등이 층층이 쌓인 두터운 샌드위치, 바로 클럽 샌드위치의 모양새이다. 

‘클럽 샌드위치’ 세대로 흔히 꼽히는 것은 6070 연령층이다. 과거의 4050 세대라 할 만큼 젊고 건강한 데다 대개 은퇴해서 시간적 여유와 재정적 안정을 모두 갖춘 안락한 시기이다. 평생 열심히 일했으니 ‘이제는 즐겨보자’ 마음먹는 데 그게 꼭 그렇게 만은 되지 않는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손주, 봉급은 그대로인데 아파트 렌트비부터 각종 물가가 치솟아 절절매는 아들/딸, 하루가 멀다 하고 병원에 가야하는 구순의 노부모, 형편 어려운 형제자매 … . 예뻐서, 짠해서, 가슴 아파서, 모른 척 할 수 없어서 … 돌보고 보살피고 돕다보면 여러 역할들에 끼여서 심신이 파김치가 되기 일쑤이다. 바로 클럽 샌드위치 처지이다.

그리고 이는 특정 연령층에 국한되지 않는다. 30대 40대 ‘클럽 샌드위치’도 적지 않다. 맞벌이 하면서 어린 자녀 키우랴 재정적으로 어려운 부모 지원하랴 노환으로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는 조부모 챙기랴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는 이들이 많다.

‘클럽 샌드위치’ 현상이 보편화하는 근본적 원인은 인구변화. 기대수명이 길어지면서 노년 인구는 늘고, 저출산으로 젊은 세대는 줄어들면서 가족들의 어깨가 점점 무거워지고 있다. 

독일의 한 인구학 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혈족 관계망 연구보고서를 보면 형제자매 친척들이 풍성하던 시대는 지났다. 집집마다 자녀가 하나 아니면 둘이니 사촌 육촌 고모 이모 삼촌 외삼촌 당숙 등은 이제 그 단어조차 사라질 지경이다. 살아가면서 힘들 때 서로 기대고 의지할 버팀목, 혈족의 네트워크들이 사라지는 것이다.

반면 점점 많아지는 것은 증조부모.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아기가 태어나면 양가 조부모는 물론 증조부모를 만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노인들은 증손을 볼 수 있으니 좋고 젊은 세대는 조부모에 더해 증조부모의 사랑까지 받을 수 있으니 좋다. 하지만 수평은 없고 수직으로만 이어지는 층층의 가족구도는 결국 ‘클럽 샌드위치’로 이어지기 마련. 한인사회도 예외는 아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여기저기 ‘클럽 샌드위치’다. 손주 보느라 힘들어 몸은 수척해지고, 자리 못 잡는 자녀 지원하느라 은퇴자금은 술술 새는 노년층이 적지 많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법률칼럼] 트럼프의 대량 추방대상

케빈 김 법무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규모 이민자 추방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그의 이민법 집행 계획이 실제로 어떤 모습일지에 대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는

[벌레박사 칼럼] 카펫 비틀 벌레 퇴치법

벌레박사 썬박 미국에 있는 대부분의 집들은 카펫이 깔려 있다. 카펫에서 나오는 벌레 중 많은 질문을 하는 벌레 가운데 하나가 바로 카펫 비틀(Carpet Beetle) 이다. 카펫

[행복한 아침] 자연의 가을, 생의 가을

김정자(시인·수필가)                                       단풍 여행을 떠나자는 권면을 받곤 했는데 어느 새 깊은 가을 속으로 들어섰다. 애틀랜타 가

[삶과 생각] 청춘 회억(回憶)

가을이 되니 생각이 많아진다. 그런 생각 중에서도 인생의 가장 치열한 시간은 대학입시를 준비하던 때인 것 같다. 입시를 앞 둔 몇 달, 마지막 정리를 하며 분초를 아끼며 집중했던

[데스크의 창] ‘멕시칸 없는 하루’ 현실화될까?

#지난 2004년 개봉한 ‘멕시칸 없는 하루(A Day Without a Mexican)’는 캘리포니아에서 어느 한 날 멕시칸이 일시에 사라졌을 때 벌어질 수 있는 가상적인 혼란을

[인사이드] 검사를 싫어하는 트럼프 당선인
[인사이드] 검사를 싫어하는 트럼프 당선인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했다. 선거전 여론 조사에서 트럼프와 해리스가 연일 박빙의 구도를 보였으나 결과는 이를 비웃는 듯 트럼프가 압승을 거두어 모

[뉴스칼럼] 유튜브 채널의 아동착취

가족을 소재로 한 유튜브 콘텐츠가 적지 않다. 주로 부부가 주인공이다. 유튜브 부부는 경제적으로는 동업 관계다. 함께 제작하거나 동영상 촬영에 협력하면서 돈을 번다. 유튜브 채널이

[신앙칼럼] 차원 높은 감사(The High Level Of Gratitude, 합Hab. 3:16-19)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나는 여호와로 말미암아 즐거워하며 나의 구원의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기뻐하리로다”(합 3:18). 여호와, 하나님을 감사의 대상으로 삼는

[뉴스칼럼] 슬기로운 연말모임 - 말조심

“아버지가 언제 그렇게 바뀌었는지 알 수가 없다”고 60대의 백인남성은 기가 막혀했다. LA에서 대학교수로 일하는 그는 부친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최근 동부에 다녀왔다. 90대

[파리드 자카리아 칼럼] 민주당의 세 가지 실수
[파리드 자카리아 칼럼] 민주당의 세 가지 실수

언뜻 보기에 2024년 한해 동안 나라 안팎에서 치러진 선거는 팬데믹 이후의 혼란과 인플레이션에 휘말린 정치 지도자들을 한꺼번에 쓸어간 거대한 물결로 설명할 수 있을 듯 싶다. 지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