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이규 레스토랑
김성희 부동산
첫광고

[삶과 생각] 비움의 미학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02-26 17:37:39

삶과 생각,조광렬,뿌리와 샘 네트워크 대표

권순상 노흥성 부동산 470-218-6136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이 나이까지 살고보니 ‘비움’이라는 단어의 아름다움이 더욱 각별하게 다가온다. 비움이란 부족함을 아는 것이다. 이젠 생활규모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에서 조차 바라는 일보다는 잊는 일을, 받는 일보다는 주는 일을 더 생각하게 된다.

그런 마음으로 살다보니 뜻하지 않던 일들이 일어난다. 그 ‘비움’이 ‘축복’으로 다시 채워짐을 경험하는 일이 그것이다. 내 개인은 물론 가정사, 친구나 지인들과의 관계도 더욱 아름다워지며 내가 젊었을 때는 맛보지 못했던 기쁨과 행복감을 생활 속에서 체험한다. 이런 것을 젊었을 때는 왜 몰랐었을까 아쉬워하며 ‘불감위선(不敢爲先)’이란 말을 떠올린다. 인격의 최고 경지는 바로 인간을 사랑하는 것, 겸손, 그리고 ‘불감위선’이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불감위선이 되어야 겸손의 단계에 이르고, 겸손해야 사랑할 수 있다는 뜻이다. 새로운 것을 담으려면 겸손이라는 비움이 있어야하는데, 자만, 무모, 아집, 무시, 오만으로 가득 차있는 그릇에는 아무것도 더 담을 수가 없다. 진정한 도전과 경쟁의 원천은 바로 이 ‘겸손’에 있다.

우리는 물을 통해 겸손의 미덕을 배울 수가 있다. 물은 언제나 낮은 곳으로, 낮은 곳으로 나아간다. 장애물이 있으면 돌아가고 빈 곳은 채워가고 아래로 아래로 내려간다. “뜻 쓰기를 물과 같이 하면 말없는 가운데 공덕이 있다(用意如流水 無言有功德)”. 물과 같은 마음! 이것이 바로 사랑이요, 겸손이며, ‘불감위선’인 것이 아닐까?

“어리석음을 지키라”는 구는 “속으로 지혜로워도 그것을 너무 밖으로 드러내지 말라”는 노자의 말에서 나온 것이다. “검은 곳에 있어도 검어지지 않는다”는 구는 공자의 말이다. 이처럼 유가와 도가를 잘 섞어 빚어낸 그의 글은 후대 모든 좌우명의 원조가 되었다.

그런가하면, 옛날 주(周)의 제후국인 노(魯)나라 환공은 의기라는 그릇을 늘 가까이 두고 자신을 경계하였다고 한다. 공자께서도 의자 오른쪽에 두고 반성의 자료로 삼았다 하는 그릇이다. 이 그릇은 텅 비면 기울어지고 가득 채우면 엎어지고 중간 정도 채우면 반듯해지는 그릇이다.

공자께서 이 의기가 의미하는 것을 다음과 같이 풀었다. “총명하고 예지가 뛰어나도 스스로 어리석다 여기며 살아가고 공적이 온 세상을 다 덮어도 사양으로써 이를 지키고 용맹함이 세상을 뒤흔들어도 항상 두려워하며 조심하고, 부유함이 천하에 가득해도 겸손으로써 이를 지켜라.” 의기는 한마디로 가득 채우지 말고 반쯤 비워두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내가 어릴 때 아버지께서 생전에 손수 쓰셔서 사랑방 머리맡에 걸어놓으시고 즐기시던 문구도 아울러 생각난다. “선부재정처(禪不在靜處) 역부재료처(亦不在鬧處) 부재일용응연처(不在日用應然處) 부재사량분별처(不在思量分別處)’가 그것이다. 중국 송대 대 혜선사의 어록 중 24자를 적은 나의 아버지의 휘호이다.

“선(禪)은 고요한 곳에도 있지 않고 시끄러운 곳에도 있지 않으며, 날마다 관련 맺는 일에도 있지 않고 생각하고 분별하는 곳에도 있지 않다’는 뜻이다. 어느 때 어느 곳에서나 비록 그것이 시끄러운 저잣거리라 할지라도 매이지 않고 흔들림 없는 고요하고 비운 마음을 삶 속에서 누릴 수 있는 경지에 들어서야 진정한 선을 할 수 있다는 뜻인 줄로 안다.

한자 빌 허(虛)는 비어있기 때문에 비어있는 것이지만, 빌 공(空)은 가득 차있기 때문에 비어있는 것이다. 상반된 비움이 아닐 수 없다. 공(空)의 비움이 곧 행복이 아닐까. 세상사에서 사람의 계획이나 의지대로 되는 일은 없다. 사람이 노력해야 할 것은 오직 ’정성‘과 ‘비움’이요 ‘채움’은 하늘의 몫이라는 것을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조광렬 ‘뿌리와 샘’ 네트워크 대표>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차고문을 들이받았다면 자동차보험일까, 주택보험일까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차고문을 들이받았다면 자동차보험일까, 주택보험일까

집에서 일어나는 자동차 사고 가운데 의외로 자주 발생하는 것이 있다. 바로 차고(Garage)에서 일어나는 사고이다. 후진하다가 차고문을 들이받거나, 기어를 잘못 넣어 집 벽을 들

[애틀랜타 칼럼] 상대방의 마음을 열게하는  지름 길

이용희 목사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 상대방에게 끊임없이 설득을 시도하곤 합니다.  이런 경향은 세일즈맨들에게 흔히 나타납니다. 그러나 정말로 완전하게 자신의 뜻

[행복한 아침] 마음이 담긴 말

김 정자(시인 수필가)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마음을 깊이 다친 적이 있다. 한참을 따끔하게 보답해 줄 한 마디를 찾아 헤매느라 무수한 말들이 내 마음을 휘젓고 다녔다. 사람마다

[신앙칼럼] 유혹의 안전지대: 하나님의 전신갑주(Beyond Temptation: Standing Firm in the Armor of God, 에베소서 Ephesians 6:11~18)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1. 도입: 인간이 만든 '가짜 안전지대'의 허상 (Illusion of Safety)15세기 영성가 토마스 아 켐피스는 *"유혹을 받을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 -  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22)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 -  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22)

알아두면 든든한 사회보장국 공식 유튜브 필수 영상 5선과 디지털 소통 가이드온라인 계정·은퇴연금·장애심사·SSI·사기예방까지… 영상으로 만나는 핵심 복지 길잡이 천경태 (금융전문가

[특별기고] 9월 4일, 우리는 그날을 잊지 말아야 한다
[특별기고] 9월 4일, 우리는 그날을 잊지 말아야 한다

미셸 강 (조지아주 하원의원 후보, District 99) 현대·LG ICE 단속 1년, 우리가 묻는 질문은 “어떤 미국을 원하는가”이다 2025년 9월 4일. 조지아 한인사회는

[추억의 아름다운 시] 뒷 산

뒷산 / 신달자 외로울 적에마음 답답할 적에뒷산에 올라가 마음을 벗는다나무마다 하나씩 마음을 걸어두고노을을 받으며 드러눕는 그림자돌아가는 것이 없는 빈 몸이다뒤산은 뒷산은 내 몸이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집 앞 나무를 자르다 생긴 사고, 주택보험이 책임질까?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집 앞 나무를 자르다 생긴 사고, 주택보험이 책임질까?

최선호 보험전문인 나무는 집의 분위기를 바꾸는 가장 훌륭한 조경 가운데 하나다.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고, 겨울에는 삭막한 풍경에 자연의 멋을 더해 준다. 잘 가꿔진 큰

[애틀랜타 칼럼] 상대방의 위치에서 보라

이용희 목사 우리는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눌 때 처음부터 서로의 견해가 다른 주제를 꺼내서는 안 됩니다. 서로가 일치된 생각을 나눌 수 있는 문제부터 차근차근 시작해야 합니다.  그

[독자기고] 건너온 음악, 삶을 보듬다

김건흡(수필가·칼럼니스트) 황혼의 길목에서 가만히 지나온 길을 돌아보면, 인생의 중요한 모퉁이마다 이름 없는 선율들이 나직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악보 위에 새겨진 까만 음표들이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