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김성희 부동산
이규 레스토랑

[행복한 아침] 고독의 유익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02-26 13:26:03

행복한 아침, 김정자(시인·수필가)

권순상 노흥성 부동산 470-218-6136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김정자(시인·수필가)  

 

나이가 들수록 점점 내성적이고 조용한 일상을 더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사람들을 만날 때면 무대에서 맡은 배역을 다 소화해내고 무대를 내려와야 하는 배우같은 느낌이 들곤 하지만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느끼는 안정감이 너무 편안하고 좋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고독’중에 이런 대목이 있다. “나는 혼자 있는 것이 좋다. 고독만큼 같이 지내기에 좋은 벗을 아직 찾아내지 못했다. 우리는 방 안에 혼자 있을 때 보다 밖에 나가 사람들 사이에 돌아다닐 때가 더 외롭다. 사색하는 사람이나 일하는 사람은 어디에 있든 항상 혼자다”. ‘빈 센트 반 고흐’ 또한 “고독은 용기를 잃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을 위해 필요한 활동을 창조하게 만드는 힘을 준다”고 말했다. 수많은 위인이나 예술가들은 고독의 강을 건너 위대한 성취를 이루었다. 사회학자 ‘어빙 고프만’ 도 사람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고독을 통해 가지고있던 페르소나에서 벗어나 재충전을 위해 홀로의 공간을 가진다고 했다. 고독의 유익은 얼마든지 생을 채워갈 수 있는 풍요가 담겨있다.

이 모든 사실이 객관적인 이론이라면 필자의 입장에선 나를 기다리고 있는 일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터라 하루들을 조금이나마 시간을 늘려서 쓰고 싶은 생각이 불쑥불쑥 떠오르곤 하기에 오히려 고독을 즐기고 싶음이 당면 상황이다. 고독은 인생길을 동행하는 일행으로, 동반자로 함께 걸어갈 가족이나 친지같은 존재라는 생각이 크다. 해가 갈수록 외롭다는 푸념을 토로하는 노년층 분들을 종종 만나게 되는 것이 이즈음 세상 풍경치기다.

생존하는 모든 것들은 다난하고 분주한 움직임 속에서 상처를 입히기도 하고 때론 상처로 하여 아프기도 하면서 긴 여로를 걸어왔지만 생의 끝자락만큼은 실속 있는 옹골진 붓질을 남겨 두고 싶은 열망은 아직 식지 않고 있다. 인생 여정을 걸어온 족적 끝부분 쯤엔 A-4   용지 한 장 쯤의 여백은 고여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 용지 위에 생을 압축한 간략한 언어 한 두 줄 쯤은 남겨져 있어야 할 것 같은데. 그러기에는 외롭다는 투정은 사치일 것 같다. 노년의 고독은 즐기면 행복이 되고, 괴로우면 불행이 된다 했기에.

고독은 ‘나 하나로, 나 혼자’ 라도 충분해지는 생의 의미와 깊이를 깨닫게 해줄 뿐 아니라 삶을 성장시키고 변화시킬 수 있는 가치 있는 고적이요 적막감이다. 고독은 굳이 멀리하려거나 이겨내야 할 근거가 필요치 않다. 고독은 함께라는 공유화 의미가 짙다. 또한 창의성의 원천이 되어주곤 하기에 고독은 즐길 수 있는 차원까지 보유하고 있다. 외롭다거나 쓸쓸함 정도는 따돌릴 수 있는 경지로 묵상이나 사색 관조를 통해 창작의 기회에 몰입할 수도 있다. 고독은 손에 잡히지도 않거니와 보이지도 않는 것이지만 그 과정 속에 슬픔을 아예 배제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하지만 생을 비워내며 정결함을 추구할 수 있는 여백의 발견이다. 여백은 살아갈 수 있는 호흡의 여지를 제공해 주는 것으로 여백이 가진 독자적 범주 자체만으로도 홀로의 빈자리가 마련되는 소중한 기회라서 충분히 감사할 수 있는 아름다움이 곱고 갸륵하게 숨겨져 있다. 단순히 비어있는 공간 개념이 아닌 비어있는 공허함을 극복하고 즐기는 단계로까지 도달시켜 주었다. 고독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먼저 복닥거리는 일상에서 만나지 못했던 한 없이 넓게 펼쳐진 하얀 여백이 기다리고 있다.

여백이 허락해준 공간 만으로도 얼마든지 평온 하다는 느낌이 밀려든다. 넉넉하고 느긋한 여유로움으로 경험하지 못했던 쉼을 얻기도 한다. 세상살이가 그렇다. 행복을 추구하지만 행복은 잡히지 않고, 군중 가운데서도 어쩔 수 없이 혼자일 수 밖에 없는 것이 인생이기에 고육지책이든, 팔자소관이든, 정당방위든 간에 일상에서 주어진 고독은 비어있는 것들을 채워주고 영성 깊은 부분에 까지 터치할 수 있는 빌미까지 제공받게 해주었다. 고독을 승화시켜주는 통로에는 여백이란 공간미가 마중을 나와준다. 공간적 비어있는 상태를 극복하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닌 고독을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장을 열어준다.

군중 속 외로움을 앓아보지 않은 사람은 감히 외로움과 고독을 논하지 말라는 논지에 동의한다. 인생 여정을 건너오면서 한 순간일지라도 외로움이나 고독을 자초하거나 느껴보지 않은 사람이 과연 있을까. 심지어 생명 없이도 존재하는 바위 덩이도 슬픔을 풀어놓을 것 같은데. 해서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외롭다는 탄성의 신음을 생의 여로 곳곳에 묻어가며 살아가는 것이 인생 여정이 아닐까 한다. 이런 말이 있다. 홀로의 고통을 표현하는 말은 외로움이고, 홀로의 즐거움을 표현하는 말이 고독이라 했다. 해서 모든 인생들은 외롭게 태어나 세상과의 외로운 사투 끝에, 떠날 때도 혼자 외롭게 떠난다. 그러기에 고독의 유익을 일찌감치 심취해 왔던 것 같다. 떠날 때 떠나더라도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오더라도 나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했던 스피노자가 남긴 말이 떠오른다. 이 또한 고독이 주는 유익으로 받아들이라 한다. 세상이.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법률칼럼] 7월 10일부터 시행되는 USCIS의 신청서 형식 심사 강화, 작은 실수가 신청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

[신앙칼럼] 예수 그리스도의 신 출애굽기(The New Exodus of Jesus Christ, 이사야Isaiah 40:1-3)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하나님 사랑의 완결판은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하나님의 사랑을 뜻하는 최고의 언어는 ‘헤세드(인애)’이며, 이 헤세드의 정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잊혀가는 6, 25 한국 전쟁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잊혀가는 6, 25 한국 전쟁

최 모세( 고전 음악·인문학 교실) 지난 6월 25일 애틀랜타 한인회관에서 6, 25 한국 전쟁 76주년 추념(모) 행사가 있었다. 주체는 애틀랜타 한인회 유진철 회장과 예비역 기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13)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13)

여성의 긴 노후, 쇼셜시큐리티를 더 깊이 알아야 합니다오래 사는 삶일수록 기록과 선택이 더 중요합니다  천경태 (금융전문가)   공식 발표일: 2026년 3월 23일 / 자료 출처

[삶과 생각] 끝없는 배움의 여정
[삶과 생각] 끝없는 배움의 여정

지천(支泉) 권명오 (수필가 / 칼럼니스트) 어느 날 예고 없이 태어나 예고 없이 떠나는 것이 생명체들의 숙명이다.  사는 동안 어떻게 살다가 어떻게 가느냐 그것이 문제다.  잘

[내 마음의 시] 장미국수버섯

배형준 시인(소들녘  대표)                                                    찜통 더위에는시원한 국수만 한 것이 없지삼 십여 년 냉면사리

[수필]  찌그러진 소묘
[수필] 찌그러진 소묘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데생 클래스에서 강사님이 회원들에게 그림 한 장을 들어 보여주었다. 전 권사님이 그려낸 핸드 그라인더 소묘였다. 그 그림은 한마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주택보험, 중고 가격으로 보상받을까 새것 가격으로 보상받을까?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주택보험, 중고 가격으로 보상받을까 새것 가격으로 보상받을까?

최선호 보험전문인 세상에 있는 대부분의 물건은 시간이 지나면서 가치가 떨어진다. 새 자동차를 사서 차고를 나오는 순간 가격이 내려간다는 말도 있을 정도다. 텔레비전, 냉장고, 가구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12)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12)

2032년, 정말 쇼셜시큐리티가 사라질까요?2026 신탁기금 보고서가 우리에게 보내는 진짜 메시지 천경태 (금융전문가)  공식 발표일: 2026년 6월: 자료 출처: 2026 So

[애틀랜타 칼럼] 관심의 힘

이용희 목사 세상에는 상대방의 관심을 끌기 위한 노력에 빠진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인간의 본성이 상대방 보다는 자신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간과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