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김성희 부동산
첫광고
이규 레스토랑

[전문가 에세이] 살이 찌네, 자꾸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02-15 12:27:23

전문가 에세이, 김케이 임상심리학 박사

권순상 노흥성 부동산 470-218-6136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몸무게 평생 최고점을 찍었다. 체중계가 고장 났나? 혹시나 하고 딴 식구에게 물어보니 아니란다. 그나마 체중이 가장 낮게 나올 아침 시간, 체중계가 놀라지 않게 천천히 한발씩 올려놨는데도 쯧쯧 바늘은 정확하다. 헤어진 첫사랑을 다시 만나면 ‘남자는 어김없이 후줄근해졌고 여자는 하나같이 뚱뚱해져있다’고 쓴 어느 소설 속 대사가 아니다. 내 얘기다.

체중이 불어서 자존감이 내려갔냐고? 오우 노우! 그건 아니다. 나이와 더불어 웬만한 일들은 저절로 넘어가지는 넉넉함과 향상된 자기만족도가,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수용하는 덕분이다. 우리 집 현관문은 사이즈가 커서 무거운 편이라 평소에도 좀 많이 열어야 드나들 수 있는데, 체중이 늘고 나니 같은 만큼만 열면 부딪히는 수가 있다. 그래서 몸동작이 느려지고 커졌다. 나이 든 사람답게 변화하는 내가 좋다. 늘어난 허리사이즈에 맞춰 바지를 새로 사는 즐거움도 있다. 10년 전에 샀는데도 그대로인 레깅스나 슬림 핏 진을 줄곧 입었었다. 요즘은 와이드 레그로 바뀐 새 트렌드에 맞춰 널널해진 통바지를 입어보니 바람이 슝슝 세상 편하다. 그러니 살찐 게 어찌 나쁜 일이기만 하겠는가 말이다.  

난 예쁜 것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 깎아 빚은 듯 이목구비 또렷한 친구들을 부러워했던 적도 있었는데 이런 감정이 나에게 아무 보탬이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은 뒤론 그냥 맘 편히 생긴 대로 산다. 어린 시절부터 말라깽이 이미지로 굳어온 내게 외모 자존감을 잃지 않도록 해준 사람은 아버지다. 함께 지낸 시절은 아주 짧았는데 돌아가시던 해, 병원에서 만난 아버지는 나를 볼 때마다 좋은 말을 하셨다. 우리 막내 얼굴이 환 하구나. 막내딸 얼굴을 보니 아버지는 아픈 데가 하나도 없어. 회사 동료들도 다 너를 예쁘다고 하겠지?… 나도 거울을 볼 줄 아니 얼마나 아니올시다 로 생겼는지 다 아는데도 아버지의 말에 따스한 위안을 얻었다. 말기 암, 신체적 고통으로 힘든 중에 아버지는 입원환자 병실에서 내가 입고 간 옷을 칭찬하였다. 그 옷은 너를 더 돋보이게 하는구나. 너의 취향을 아버지도 좋아해… 아버지는 더 이상 곁에 없지만 그 옷은 아직도 내 옷장에 걸린 채 그리운 추억을 부른다.

1.5세, 2세 자녀들과의 소통 문제로 상담실을 찾는 부모가 적지 않다. 때로는 부모 측에서, 때로는 자녀가 먼저 신청하는 상담이다. 독립해서 따로 사는 20대 딸이 상담실로 들어서는데 먼저 와있던 엄마가 한국어로 말했다. “얘! 넌 옷이 그거밖에 없니? 우중충 하게시리…” 딸의 자존감 패대기치기. 17살 소년의 엄마는 소파에 앉자마자 함께 데려온 아들의 등짝을 때리며 영어로 내뱉었다. “어깨 좀 펴라! 니네 엄마가 뭘 안 해줘서 넌 맨날 얼굴이 부어서 다니니?” 아들 기분 잡치기.  

자녀의 외모를 직접 언급해서 반감을 불러일으키는 말은 흔히 한국문화 배경 안에서 아무렇지 않게 사용되는 표현들이라 더욱 위험하다. “어머머, 너 여드름 났네?” 본인도 이미 알고 속상해 하는 일을 굳이 지적할 필요는 없다. “살이 찐거니, 부은거니?” 이것도 금지 표현. “너 얼굴이 너무 상했다. 무슨 문제 있니?” 자식에게라도 실례 만점이다. “어디 아프니? 안색이 왜 그렇게 안 좋아?” 아무렇지도 않은데 이런 말을 들으면 그때부터 아파질지 모른다. 간 크게 이런 말을 할 땐 돈 내고 할 것.  

체중이 갑자기 늘거나 심각하게 줄어들거나 등 신체 변화에는 병리, 환경적 원인 외에 심리적 요인도 작용한다. 식욕부진, 폭식의 이슈를 정신의학에서 다루는 이유도 거기 있다. 거울에 비친 나를 보며 ‘너무 쪘나? 너무 말랐나?’를 고민할 땐 뚱뚱이든 삐쩍이든 그 왜곡된 신체 이미지의 근거가 무엇인지 먼저 체크해보기를 권한다.

<김케이 임상심리학 박사>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행복한 아침]   인생이 다 그런 거지

김 정자(시인 수필가)   건강하고 만사가 편안하게 잘 풀릴 때, 남의 힘든 불행을 엿보며 무심코 내뱉던 말 ‘인생이 다 그런 거지 뭐, 잘 될 거야 잃은 게 있으면 얻는 것도 있

[신앙칼럼] 중독을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붕괴와 고립에서 거룩한 위로로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Blessed Are Those Who Mourn Addiction: From Collapse and Isolation to Divi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 - 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16)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 - 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16)

사회보장국의 부정급여 방지법(PIIA) 준수 보고서와 우리의 은퇴 방어 전략올바른 자산 및 소득 보고가 은퇴 연금과 복지 혜택을 지키는 지름길입니다 천경태 (금융전문가)  공식 발

[추억의 아름다운 시] 길

마종기 시인 높고 화려했던 등대는 착각이었을까.가고 싶은 항구는 찬비에 젖어서 지고아직 믿기지는 않지만망망한 바다에도 길이 있다는구나.같이 늙어 가는 사람아,들리냐. 바닷바람을 속

[수필] F코드, 내 인생의 굳은살
[수필] F코드, 내 인생의 굳은살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친구에게 기타를 가르쳐주기로 했다. 희끗희끗한 머리칼 아래로, 투박해진 손끝으로 지판을 꾹 누르며 애쓰는 친구의 모습이 자못 진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주택보험에서 보상되지 않는 사고들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주택보험에서 보상되지 않는 사고들

최선호 보험전문인 새 자동차를 살 때 딜러에 가면 기본 모델만 살 것인지, 여러 옵션을 추가할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옵션을 하나둘 넣다 보면 처음 생각했던 가격보다 훨씬 비싸지는

[애틀랜타 칼럼] 논쟁에서는 이기는자가 없다

[법률칼럼] ‘신용’보다 ‘신원’…미국 금융심사의 새로운 기준

케빈 김 법무사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에서 대출이나 신용카드를 신청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신용점수(Credit Score)였다. 점수가 높고 소득이 안정적이라면 승인

[행복한 아침] 별들의 여름은

김 정자(시인 수필가)   여름 날, 밤이 깊어지면 하늘을 올려다 보던 일이 일상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유년 시절 가족이 모여 저녁밥도 마당 평상에서 먹기도 하고 시원한 수박을 나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미국 독립선언문의 정신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미국 독립선언문의 정신

최 모세( 고전 음악·인문학 교실) 7월 4일 미국 독립기념일 제250주년을 맞게 된다. 미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으로서 미국의 건국이념인 독립선언문의 정신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