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와 하버드 중 어디가 더 어려울까? 라는 질문에 서울대가 훨씬 어렵다는 말을 하는 사람이 많다.
미국에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수시와 정시의 개념이 있다. 한국 수시는 미국의 조기 전형 즉, 얼리(Early apply)라 부르고 얼리에서도 디시전(Decision)과 액션(Action)으로 구분되는데 얼리로 뽑는 비율이 보통 전체인원의 반 정도라지만, 학교의 재량껏 뽑는다고 한다.
얼리를 뽑는 우선순위가 바로 레거시(Legacy)나 기부금이라는 점이 한국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레거시는 한마디로 집안 동문을 말하는데 가문을 존중해주겠다는 명분과 그들만의 리그를 인정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만약 한국에서 대통령이 서울대를 나왔다고 대통령 자녀가 서울대에 특례 입학이 된다면 나라가 뒤집어질 정도가 될 터이지만, 미국에서는 어느 누구도 그에 대해 불평하지 않는다.
레거시와 비슷한 개념으로 기부금은 학교의 명예와 존속에 관한 일로 많이 내는 순서대로 합격 여부가 달라진다. 이 또한 한국에서는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만약 삼성이나 현대의 자녀가 어마어마하게 기부하고 좋은 대학에 간다면 이 또한 특혜 논란으로 학생은 그 학교에 발도 붙이지 못하게 될 것이다. 미국은 그런 학생의 입학을 당연시한다. 물론 입학은 쉽지만 졸업이 어려운 나라이므로 학교에서는 받아만 주고 나머지는 학생이 알아서 할 일이니 참 편리한 제도이긴 하다.
그 다음 정시(Regular Decision)는 1월 초에서 중순 사이에 원서를 넣는다. 수능 날에는 비행기도 뜨지 않는다는, 일 년에 단 한 차례만 볼 수 있는 한국의 수능시험이, 미국에서는 고등학생 누구에게나 기회를 준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닌 일 년에 7-8번 볼 수 있고 원서도 하루가 아니라 학교마다 기간이 다르고 양식도 모두 다르다.
이렇게 어렵게 들어가는 대학이지만 정작 대학에 들어가는 비율이 한국과 미국은 큰 차이가 있다. 일등에서 꼴등까지 오로지 공부에만 매진하는 한국은 고교생 거의 100%가 대학이라는 한 곳을 향해 달리고 질주한다. 그래서 서울대가 하버드보다 어렵다는 이야기를 한다.
미국은 그렇지 않다. 대학진학률이 많이 높아져서 60%를 상회하지만, 그나마도 사립학교가 아닌 사는 지역의 주립학교를 선호한다. 비싼 등록금이 가장 큰 걸림돌이지만 학위를 요구하지 않는 청년층의 일자리가 한국에 비해 많다는 것도 대학진학률이 낮은 이유일 수 있다.
물론 이민자들의 교육열은 토박이의 교육열과는 그 결이 다르다. 우리네는 이민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누가 가장 멀리 날아가야 하느냐에 목숨을 걸고 있다. 미국 토박이들의 레거시라는 프레임 안에 들지 못하는 우리끼리 더욱 치열하게 100미터 달리기를 전력 질주해야만 한다. 이 같은 끝 지점이 곧 2, 3세를 위한 높은 성공의 시작점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한국 대학입시에 대해 논한다. 입시는 고등학생의 전유물이 아닌 초등학생으로 그 범위가 내려가더니 이제는 태어나자마자 입시를 준비한다는 말까지 나오면서 가장 중대한 출산율 저하의 원인을 만들고 있다.
좁은 땅에서 어느 나라보다 뜨거운 교육열과 80% 이상 고학력으로 모두가 똑똑한 나라의 최고 학부 서울대는 하버드 이상으로 어려운 관문임에 틀림이 없다. 아메리칸 드림으로 출발한 이민 생활이 하버드가 서울대보다는 쉽다는 우스갯소리로 위안을 삼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김지나/메릴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