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사회는 타인종보다 노인학대에 대한 관심이 낮다. 경로사상의 영향으로 한인사회에서 노인학대는 좀처럼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도 이에 한 몫 한다.
그러나 노인인구 급증과 고령화 사회 가속화 등에 따라 상황은 변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전반적으로 노인 학대가 많이 일어나는 가운데, 한인 피해도 드물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인들이 주변에서 자주 일어나는 일이 아닐 지라도 평소 노인학대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불상사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USC 켁 의과대학 산하 국립 노인학대센터의 문보라 노인학대 교육관리자는 “과거 한 조사에 따르면 미 전국적으로 60세 이상 10명 중 1명은 학대 피해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인지 장애(치매, 알츠하이머 등)를 가진 노인의 경우 2명 중 1명 꼴로 매우 높다”고 말했다. 이어 “별도의 한인 통계는 없지만, 실제로 한인사회 내에서도 드물지 않게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한인 시니어 기관인 ‘한인타운 시니어 및 커뮤니티 센터’ 관계자 역시 이에 동의하며, 한 예로 매달 나오는 부모의 소셜 연금 중 일부를 강탈해간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노인학대의 범위는 꽤 넓다. 문보라 교육관리자에 따르면 노인학대는 일반적으로 ‘가족 또는 타인이 노인에게 신체적, 정서적, 성적, 경제적으로 고통이나 해를 주는 행위 또는 노인에게 최소한의 보호를 제공하지 않는 방임 및 유기’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노인의 허락없이 재산 관련 서류를 처리하는 등의 행위도 노인학대에 포함된다.
노인학대는 신고율이 매우 낮은데, 전국적으로 24건 중 1건만이 신고되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특히 한인들의 경우 사실상 신고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노인학대는 ▲지속성(오랜기간 동안 계속) ▲반복성(일회성으로 그치지 않음) ▲복합성(가족 및 관계 내 복합적이고 상호적인 원인이 존재: 경제적, 심리적 의존관계) ▲은폐성(묵인되고 은폐되며 남에게 알리고 싶어하지 않음) 등의 특징이 있다.
주변에서 누군가 노인학대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정확히 알기는 쉽지 않으나 몇가지 예측징후로 의심해 볼 수는 있는데 ▲위축감, 두려움 및 불안증세가 심함 ▲가족 또는 보호자와 대화가 거의 없고 눈치를 보는 모습 ▲잠을 못자거나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 ▲사람을 만나지 않고 외부활동을 회피하는 모습 ▲질병과 관련없는 탈수 상태 및 영양부족, 체중감소 ▲설명할 수 없거나 설명과 일치하지 않는 상처 및 부상 ▲찢어지거나 얼룩지거나 피 묻은 속옷 ▲설명할 수 없는 성병 ▲비정상적이거나 갑작스런 지출 패턴 변화 등이다.
이에 따라 주변에 노인이 있다면 지속적 관심 갖고, 긍정적으로 대화하고, 노인학대를 사회문제로 인식하며, 의심되는 경우가 있다면 신고 또는 상담 요청을 전문가들은 당부하고 있다. 신고는 성인 보호 서비스((877)477-3646), 장기요양보호 옴부즈맨 프로그램((800)334-9473) 등 전문기관에 할 수 있다. 또한 신고를 원하지 않을 경우 한인타운 시니어 및 커뮤니티 센터((213)387-7733) 등 관련 기관에 상담만 받아 볼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어떤 경우든 노인을 학대할 권리는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모두가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노인들 스스로도 ▲건강을 유지하도록 노력 ▲경제적 능력을 가능한 오래 유지하도록 노력 ▲노인부양을 이유로 자녀에게 모든 재산을 상속하지 않음 ▲자녀와 관계보다는 사회적 관계에 관심 ▲도움을 주는 일에 나서기 ▲지금하고 있는 활동을 지속 ▲과거에 집착하기보다 세상의 변화를 이해하려 노력 ▲자녀와 갈등을 갖지 않도록 화목에 노력할 것을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또한 학대받는 것이 자신의 잘못이라 자책하기보다 도움을 청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형석 LA미주본사 사회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