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이규 레스토랑
김성희 부동산
첫광고

[삶과 생각] 추억의 주전부리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12-11 14:40:03

삶과 생각, 정성모 워싱턴산악인협회

권순상 노흥성 부동산 470-218-6136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지난 7일은 24절기의 21번째인 대설(大雪)이었다. 많은 눈이 내리는 때, 즉 겨울이 깊어지는 시기다. 절기를 입증하기라도 하듯이 최근 들어 날씨가 추워졌다. 외출을 자제하고 여유 시간이 날 때면 주전부리가 생각난다.

주전부리는 사전에 ‘맛이나 재미, 심심풀이로 먹는 음식’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때를 가리지 아니하고 군음식(끼니 이외에 먹는 음식)을 자꾸 먹는 것, 쉬지 않고 입을 놀려 먹어대는 음식을 말한다. 주전부리라는 말은 옛날에도 즐겨 사용했던 것 같다. 조선 후기 신교육 선각자인 조재삼이 저술한 조선 대백과사전 ‘송남잡지’에는 주전부리에 대한 재미있는 설명이 있다.

“술 마시는 사람이 술 마시기 전에 안주를 먹으면 술이 잘 받고 또한 크게 취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세끼 식사 외에 시도 때도 없이 쉬지 않고 입을 놀려 먹어대는 것을 주전부리(주전훼; 酒前喙)”라고 한다.”

여기서 “훼(喙)”라는 한자는 ‘새 부리’를 일컫는다. 새가 부리로 먹이를 계속 쪼아 먹듯 쉴 사이 없이 먹어대는 것을 말한다.

주전부리 단어는 어른들에게는 잘 사용하지 않고 아이들에게만 주로 사용했다. 군음식을 시도 때도 없이 자꾸 먹는 입버릇, 체신 머리 없이 자꾸 먹는 군것질이라는 뜻도 있어서 어른들에게 사용하면 버르장머리 없이 들리거나 기층민중들이나 사용하는 적절하지 않은 말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오랜 세월 인기 있는 군음식이다 보니 지역마다 표현하는 방언도 여러가지가 있다. 강원도에서는 조전부리라고 한다. 전라남도에서는 주전버리, 주념부리, 그리고 경상남도에서는 주진버리, 주진머리라고 한다. 경상북도에서는 군주줌부리, 주준부리라고 한다.

길거리에서 구수한 냄새를 풍기는 군고구마나 호떡이 가는 길을 멈추게 한다. 비 오는 날 집에 있을 때 생각나는 주전부리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음식은 기름으로 지지는 부침개이다. 안주나 반찬으로도 간단하게 만들어 먹기 좋고 입맛대로 부쳐 먹을 수 있다.

낮은 짧고 밤이 긴 겨울철 추억의 주전부리로는 골목 멀리서 들리는 찹쌀떡 메밀묵도 있지만, 직접 정성껏 만든 감말랭이가 있다. 집에서 칼로 하나씩 껍질을 깎아 자른 후 햇볕에 씹기 알맞게 말린 감말랭이가 좋다. 투명하고 오렌지색깔 나는 말랭이, 말랑말랑 쫀득쫀득 달콤한 맛이 참 좋다. 겨울철 추억의 주전부리로는 최고가 아닐까?

한국 고속버스 휴게소, 기차역, 터미널뿐만 아니라 길거리의 대표 주전부리로 손이 계속 가는 밀가루와 팥소로 만든 호두과자가 있다. 호두과자는 천안이 원조이다. 60-70년대 철도사정이 열악했을 때 열차들이 신호대기 또는 배차조정을 위해 분기점인 천안역에서 잠시 정차하는 경우가 많았다. 장항선과 경부선이 경유하여 이용객이 많은 천안역의 지리적 배경 덕택에 호두과자가 많이 팔렸고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탔다.

한국인 주전부리로 명성을 날린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오징어 땅콩’이다. 마른오징어는 한때 땅콩과 찰떡궁합을 이루며 기차 안이나 영화관, 운동경기장에서 즐겨 먹는 최고의 국민주전부리였다. ‘심심풀이 오징어·땅콩’이라는 유행어가 나올 정도였다. 마른오징어 특유의 쫄깃쫄깃한 식감과 감칠맛이 땅콩의 고소한 맛과 잘 어울렸다.

영화관에 가면 필수 주전부리로 팝콘이 있다. 영화만 보면 허전하니까 팝콘을 하나씩 씹으면서 감상하면 입도 즐겁고 눈도 즐겁다. 

스포츠 경기 구경하면서 특히, 풋볼 경기 때 미국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고 많이 먹는 주전부리는 닭 날개 튀긴 버팔로 윙이다. 풋볼 경기와 버팔로 윙은 환상의 콤비 주전부리로 자리 잡았다.

마트에 가면 주전부리가 넘쳐나지만 내 손으로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었던 추억의 주전부리가 엄지척이다. 날씨가 추워지고 밤이 길어지면 신토불이 주전부리가 그리워지고 먹고 싶어지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정성모 워싱턴산악인협회>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행복한 아침]   인생이 다 그런 거지

김 정자(시인 수필가)   건강하고 만사가 편안하게 잘 풀릴 때, 남의 힘든 불행을 엿보며 무심코 내뱉던 말 ‘인생이 다 그런 거지 뭐, 잘 될 거야 잃은 게 있으면 얻는 것도 있

[신앙칼럼] 중독을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붕괴와 고립에서 거룩한 위로로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Blessed Are Those Who Mourn Addiction: From Collapse and Isolation to Divi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 - 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16)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 - 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16)

사회보장국의 부정급여 방지법(PIIA) 준수 보고서와 우리의 은퇴 방어 전략올바른 자산 및 소득 보고가 은퇴 연금과 복지 혜택을 지키는 지름길입니다 천경태 (금융전문가)  공식 발

[추억의 아름다운 시] 길

마종기 시인 높고 화려했던 등대는 착각이었을까.가고 싶은 항구는 찬비에 젖어서 지고아직 믿기지는 않지만망망한 바다에도 길이 있다는구나.같이 늙어 가는 사람아,들리냐. 바닷바람을 속

[수필] F코드, 내 인생의 굳은살
[수필] F코드, 내 인생의 굳은살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친구에게 기타를 가르쳐주기로 했다. 희끗희끗한 머리칼 아래로, 투박해진 손끝으로 지판을 꾹 누르며 애쓰는 친구의 모습이 자못 진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주택보험에서 보상되지 않는 사고들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주택보험에서 보상되지 않는 사고들

최선호 보험전문인 새 자동차를 살 때 딜러에 가면 기본 모델만 살 것인지, 여러 옵션을 추가할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옵션을 하나둘 넣다 보면 처음 생각했던 가격보다 훨씬 비싸지는

[애틀랜타 칼럼] 논쟁에서는 이기는자가 없다

[법률칼럼] ‘신용’보다 ‘신원’…미국 금융심사의 새로운 기준

케빈 김 법무사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에서 대출이나 신용카드를 신청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신용점수(Credit Score)였다. 점수가 높고 소득이 안정적이라면 승인

[행복한 아침] 별들의 여름은

김 정자(시인 수필가)   여름 날, 밤이 깊어지면 하늘을 올려다 보던 일이 일상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유년 시절 가족이 모여 저녁밥도 마당 평상에서 먹기도 하고 시원한 수박을 나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미국 독립선언문의 정신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미국 독립선언문의 정신

최 모세( 고전 음악·인문학 교실) 7월 4일 미국 독립기념일 제250주년을 맞게 된다. 미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으로서 미국의 건국이념인 독립선언문의 정신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