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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돌산지기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11-20 11:37:30

수필,박경자(전 숙명여대 미주총동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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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자(전 숙명여대 미주총동문회장)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한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거리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

친구의 웃음 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긴말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은 알아 듣고/

몇 해쯤 만나지 않아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고 있으랴/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수 없는 일이지만/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때 그대가 나를 지켜 보아 주고/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     ( 마종기 시인, 우화의 강)

마종기 시인의 시를 읽고 있으면  나의 온몸이 맑은 물살에 출렁거리는 맑고 깨끗한 영혼의  웃음 소리가 들린다.

어딘가 소식 없이 살고 있을 친구가 오늘 찾아와  내 영혼의 거문고를  두드리는 그 맑은 웃음 소리… 

저 혼자 깊어가는 갈밤에 내 가슴을 두드리는  수려한 강물이 흐르는 돌산 그 영혼의 소리를 듣는다.

 

 당신이 서 있는 그 자리 , 우린 서로 만나서 좋았다고 생각하면  ''그곳에서 당신의  인생 여행은 시작된다.'' 무슨 인연이었나… 돌산은 나에게  어려운 이민의 삶에서 나와의 인생 여행이 시작되었다. 침묵의 돌산은 무수한 나의 아픔을 들어 주고 침묵으로 말하고 들어 주었다. 돌산 가까이 살면서 진실한 것, 아름다운 것, 즐거움, 착함 더 이상 갈 수 없는 절망 속에서 40억년의 세월 사이 작은 인간의 힘으로 깨닫지 못한  무엇인지를 깨닫게 했다. 

아침에는 돌산 종소리에 잠이 깨어나고, 멍청하게 밥을 먹고 살기 위해 동분서주 길을 잃고 헤매는 나에게 억겁의 생명의 흐름 속에 백년도 채 못사는 인간의 힘이란  자연의 생명이 가진 무한한  힘의 관점에서 보면 없는 거나 마찬가지 아닌가… 천년 만년 살 것처럼 허둥대는 인간 모습을 돌산은 내게 일러주었다. 돌산은 내게 좋은 기운을 가져다 주고, ''산다''는 의미를 찾게 해 주었다. 

 ''돌산지기'' 그그림자 더불어 살아왔다.  돌멩이 하나가 미국 역사가 되어 남북 전쟁의 아픔을 등에 새기고 억겁의  세월을  잠시 스치는 나그네가  '여기 산다'는 의미를 가슴에 쓰고 있는 내 생의 역사이기도 하다. 40억년의  세월속에  침묵, 그리고 침묵-- 잠시 스쳐가는 '일엽 생애'의 작은 인간이  생명의 흐름 안에서 ''우리가 만나서 진심으로 좋았다''  서로 마음으로  '공명 현상'을  느끼는 것이다. 석산동, 돌산지기  스치는 지구별에 살면서 내 무언의스승이요, 명상센터인 돌산에 감사한다. 시 '우화의 강' 그  출렁거리는 강물에 몸 담그면 아프고 힘들때  인간이 넘을 수 없는 무한의 긍정의 힘 ,  '우린 서로 만나서 좋았다'는 마음의 속삭임을 듣는다. 지구의 주민은 단지 인간만이 아니라 온우주의  일부분임을  그 생명의 본질을 느낀다. 소로가 월든  호숫가에 오두막에서 자연의 아름다운 삶을 살았듯이… 돌산은  문명의 이기에 찢긴 영혼이 조용히 은둔하고 싶은 곳이기도하다. 

어제는 치매 아내를 데리고 숙대 동문회에 참석한 후배 부부를 초대해 가을 불타는 돌산 호숫가에서 식사를 했다. 아내 70회 생일을 위해 열흘 동안 한국을 방문한다는 아름다운 부부… 부부는 함께 산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란 생각에 가슴 뭉클했다. 호숫가 작은 식당에는 내가 사랑하는 앤, 스무살에 웨이추레스 시작으로 지금도 만나면 한식구처럼 나를 반긴다. 740개의 종탑에는 가끔 우라나라 애국가가 울려 퍼지고, 한국 가요도 흘러 나온다. 지금은 고인이 된 '플로렌스 메이블' 여사는 40년간 피아노를 치신 '돌산지기'로  내가 한국 잡지에 표지 인물로 소개하기도 했다. 돌산 찻집에 새벽에 모여 '시'를 나누며, 옥수수, 감자, 빵을 나누며  밤새 물 속에 잠든 돌산이 호수 안개 사이로 알몸으로 깨어나 시를 쓰고 있었다.

'연금술사'를 쓴  '파울로 코엘료'는 그의 책에서 연금술이란 철이나 납을  금으로 바꾸는 일이 아니라, 진정한 연금술은  하나의 돌멩이도 만물과 통하는 우주의 언어를 꿰뚫어 보는 하나가 되는 길이며, 각자의 참된 운명길에서 자신의 인생길을 찾아가는 보물찾기이다 말한다. 침묵의 돌산이 무슨 말을 하겠는가?… 사람이 만든 전쟁,그 아픔들을 보고, 듣고, 마음 기울여 길을 잃지 않고 참된  꿈을 찾아가라는 이정표 아닐까… 돌산이 아무리 수려해도  그 사이 맑은 물이 흘러  수런 수런  사람의 사랑이 흘러야 아름답다.

 

'한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거리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 소리가  강물 끝에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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