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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가을 고독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10-20 09:08:38

행복한 아침, 김정자(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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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자(시인·수필가)  

 

가을 고독을 주제로 가까운 분들과 대담을 나누게 되었다. 남자분들은 가을 언저리에 기웃거리기만 해도 기분이 울적 해지고 혼자 훌쩍 여행이라도 떠나고 싶으시다며 가을을 

고독의 계절로 앞세우며 가을 속으로 잠겨 들고 싶어하는 모습들이 역력 하시다. 마치 가을을 피안의 도피처로 삼으려는 애절한 몸부림 같다. 그에 반해 여자분들은 혼자만의 고독이 아닌 누군가를 위해, 누군가를 생각하면서 창조적 그늘로 찾아 들면서 삶의 매듭을 풀어내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세상이 필요로 하는 그 무엇으로 외로움과 공허함을 메꾸어 보려 하는 차이점을 보게 되었다. 지독한 외로움에 시달리면서도 돈 버느라 외로움을 잊기도 하려니와 창조적 개념으로 외로움을 극복해 내기 위해 스스로를 유도해 내기도 한다. 식구들 챙기느라 외로움 따윈 생각할 틈도 없었던 것은 뭔가에 정신을 쏟느라 외로움을 못 느끼는 것일 뿐 외로움은 누구나 다 느끼고 있다. 

 

여자분들은 고독, 외로움을 들추어 내더라도 실 생활에 접목해내며 극복해 보려는데 반해 남자분들은 고독을 방패 삼아 엄살 부리 듯 가정 테두리에서 도피 하려는 성향이 짙다. 여자들은 나이 들어갈수록 남편과 함께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면서 소통으로 공감하며 살고 싶어 하지만 맞벌이에 가족을 돌아보느라 작은 소망도 포기 하게 되고 외로움도 고독도 생김새 조차 파악할 겨를 없이 살아왔다는 것이다. 하루 일과가 끝나는 시간 에야 비로소 ‘내가 많이 외롭구나’ 하면서 잘 견디어 준 통제력을 자찬 하다 보면 외로움도 어느 틈엔가 진정되기도 하더라고. 내일은 내 집 남자랑 고즈넉한 카페라도 찾아야지 하면서도 혼자 싱겁게 웃어버렸다는 얘기도 등장한다. 외로움이란 자신을 만나는 또 다른 문으로 자신을 깊이 드려다 볼 수 있는 기회일 수도 있다는 정론엔 모두 수긍을 하셨다. 

 

언제부터인가 외로움을 즐기게 되었다는 고백이 애잔하게 들린다. 남편과의 소통이 원만 하지않은 상태로 긴 생을 살아온 터라서 이젠 혼자 놀고 혼자서 즐기는 취미 거리도 찾아 내면서 외로움을 승화 시키며 즐기는 경지에 도달했다고 하신다. 어쩌면 고독을 멋지게 삶에 접목하신 것 같다. 자신과 온전한 만남이 이루어지면서 생의 여러 고비들을 넘어서다 보니 후덕한 인생을 만날 수 있는 이정표를 붙들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혼자 풀어내는 삶의 자세가 꼭 피해야 할 것도 아니며 얼마든지 신명 나게 살아갈 수 있음을 강조하셨다. 혼자라는 표현은 외로움과 동의어도 아닐뿐더러 굳이 피해야 할 과정도 아니요 도리어 혼자의 시간은 자기 자신과 깊이 만나는 시간이자 창조적인 시간으로 더 높은 인지 상태로 발전시켜 나갈 수도 있음을 시사하셨다. 지혜롭게 고독을 대처할 수 있는 이론이 하나씩 등장하기 시작한다. 외로울 때 곁에 누군가 있어 주는 것도 좋겠지만 생각 반경을 넓히며, 책을 가까이 한다거나, 영화를 본다거나 자신의 시간을 갖고 홀로 서기를 훈련해 보는 것도 외로움이란 함정에 빠지지 않게 하는 순화의 시간으로 활용하자는 의견도 분분했다. 현대는 이미 고독의 진정한 가치를 잃어버린 것 같다고. 고독이란 시간을 음미하면서 통과 하지 않았다면 온전하고 순정한 나를 만들어 갈 수 없다는 사실은 이미 숙지 된 논지이다. 

글과 마주하는 시간은 피안의 시간이자 곁에 아무도 없는 혼자의 시간이지만 독자들의 눈빛이 느껴지기도 한다. 나를 적나라하게 내보이는 지경에 머물러 있는 시간이라서 붐비는 고독을 붙들고 즐겨보려는 여유를 탐하는 욕심까지 품게 되곤 한다. 이러다가 내 안에 갇혀버리는 폐쇄적 사람으로 주저 앉지는 않을까 싶은 염려가 기웃거리곤 하지만 승화된 고독이 예술혼을 불러들임을 평안의 경지로 인식하게 되었다. 인간은 혼자라서 외로운 것은 아니다. 군중 속의 외로움도 존재하는 것이기에.

 

혼 밥, 혼 집, 혼자 영화보기. 혼자 독서실 가기, 혼자 여행 다니기, 혼자 맛집 찾아다니기, 혼자 트렌드가 이미 실생활에 자리 잡아 버린 세상이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고독이란 작품 중에서 이렇게 고독을 피력했다. ‘나는 혼자 있는 것이 좋다. 고독만큼 같이 지내기에 좋은 벗을 아직 찾아내지 못했다. 우리는 방 안에 혼자 있을 때보다 밖에 나가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닐 때 더 외롭다. 사색하는 사람이나 일하는 사람은 어디에 있든 항상 혼자라고’ 했다. 빈 센트 반 고흐 또한 ‘고독은 용기를 잃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을 위해 필요한 활동을 창조하게 만드는 힘을 준다’ 고 말했다. 호흡이 있는 것들은 어차피 개체로 살아간다. 아프고 슬프고 외롭게 살아가야 하는 것이 숙명이다. 존재하는 생명체는 외로움의 표식을 이정표처럼 곳곳에 그려 넣고는 지워지면 다시 그려 넣으며 생존을 이어간다. 숲에 잠긴 나무들도 무심히 흘러가는 강물도 비가 내리면 고독의 눈물을 흘리며 비가 개이면 햇살이 눈물을 닦아 주기를 기다리며 살아간다. 인생들의 고독과 눈물을 창조주께서 햇살처럼 닦아 주심을 깨닫게 된다면 고독은 삶의 기폭제가 되어줄 것이다. 가을 고독은 숱한 사념을 불러들이지만 그 속에서 행복을 찾아낼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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