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사람들로부터 물가가 언제쯤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떨어지겠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그때마다 필자는 “아마도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짤막하게 대답한다.
예를 들어보자. 2019년에 한 조각에 1달러였던 동네 피자집의 피자 가격이 1.5달러로 올랐다면 설사 매점의 차양에 ‘99센트 PIZZA’라는 상호가 그대로 붙어있다 하더라도 피자 가격은 결코 이전 수준으로 내려가지 않을 것이다. ‘물가와의 싸움’을 관장하는 연방준비제도(Fed)는 물가 하락을 원치 않는다. 그저 최근의 상승속도보다 더디게 오르길 원할 뿐이다. 만약 내년 이맘때까지 피자 가격이 한 조각 당 1.53달러로 오른다면 Fed는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했노라고 당당하게 선언할 수 있다.
사실 현대사에서 미국의 물가성장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적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큰 폭의 가격하락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실없다 탓하지 못한다. 전에도 숱한 개별 상품의 가격 등락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예상치 못한 쇼크 혹은 공급 교란은 물가를 널뛰게 만든다. 지난해의 경우 조류독감으로 수 백만 마리의 닭이 폐사하자 계란 값이 치솟았다. 이후 양계 수치가 원래 수준을 회복하자 계란값은 다시 떨어졌다. 허리케인으로 정유시설이 폐쇄되면서 일시적으로 휘발유 가격이 오른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처럼 개별 상품은 종종 가격변동을 겪는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경제 전반의 물가수순은 상승추세를 유지한다. 기본적으로 소비자들의 구매하는 모든 상품의 평균 가격은 늘 오름세를 보인다. 그건 우연이 아니라 의도된 결과다.
경제전문가들은 가격 오름폭이 완만하고, 안정적이며 예측 가능한 속도를 유지할 경우 물가상승을 좋은 현상으로 간주한다. 제한된 수준의 가격 상승은 경제 성장을 용이하게 만들고, 침체 위험을 덜어주며 기업과 소비자들이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을 준다. 이런 이유로 연준은 오래전부터 연간 물가상승 목표를 2%로 정했다. 다시 말해 Fed는 물가가 조금씩 오르기를 원한다.
사실 물가가 전반적으로 하락하거나 물가상승폭이 지극히 낮아 조만간 가격하락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면 경제가 심각한 문제에 직면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왜 그럴까? 다른 무엇보다도 물가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이른바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소비자들은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에 지갑을 닫는다. 내일이면 신형 셀폰 혹은 겨울 코트 가격이 떨어질 것을 알면서도 오늘 당장 이들을 구입하는 멍청이는 없다.
물가하락 예상에 기대어 물품 구매를 미루는 것은 소비자 개인의 합리적 계산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동시에 구매를 중단한다면 경제는 침체의 늪에 빠지게 된다. 소비자들이 지출을 하지 않으면 상점들은 물건을 팔지 못하고, 종업원들은 레이오프를 당하게 된다.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은 씀씀이를 줄일 수밖에 없고, 이렇게 되면 기업의 매출실적은 나락으로 떨어진다.
1990년대에 시작된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은 장기화된 디플레이션이 만들어낸 이야기다. 최근 중국 정부 관리들은 물가하락세를 보여주는 자료에 기겁을 했다. 이들은 중국 경제에 “디플레이션이란 없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미국에서 물가가 지속적으로 떨어진 마지막 시기는 ‘대공황’ 때였다.
리세션 위험 외에도 일단 오른 물가가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바로 임금 상승이다.
물론 임금이 충분히 오른 것은 아니지만 오름세인 것은 분명하다. 임금성장은 소비자 물가상승을 따라잡고 있는 듯 보인다. 모두가 알다시피 노동은 소비자가 구입하는 상품의 주요 생산요소다.
다시 말해, 피자를 팔거나 잔디를 깎는다든지 머리를 손질해주는 업주들은 변화된 경비구조로 인해 수년 전에 그들이 청구했던 소매가격으로 되돌아가는데 어려움을 느낀다. 원자재를 비롯한 자재 가격과 종업원 임금이 동반상승한 탓이다. 게다가 이윤 폭이 넉넉한 것도 아니어서 설사 소매가격을 내릴 의향이 있다 하더라도 결국 포기하고 만다. 철 지난 자료에 바탕한 정치인들의 주장과 달리 기업이윤은 지난 1년간 계속 떨어지고 있다.
다시 말하지만 필자의 설명은 소비자들이 만족할만한 대답이 아니다. 하지만 필자가 생각하는 ‘물가불락’(物價不落)의 이유를 다시 한번 간단히 정리해보자. 소비자가 지불하는 물품 구매가격 평균이 오름세로 일관한다 해도 상승폭이 적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이를 인식하지 못한 채 오른 물가수준에 익숙해진다. 그러나 지난 몇 년 사이 물가상승 속도가 지나치게 빨랐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끊임없이 ‘스티커 쇼크’를 경험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각자의 머릿속에 적정수준의 주당 식료품비와 외식비 산출 모형을 갖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나오는 수치가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경제 논평가들은 인플레이션이 둔화됐음에도 소비자들이 경제에 불만을 드러내는 이유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대답은 하나다. 아마도 미국인들이 더딘 물가상승을 원치 않기 때문인지 모른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디플레이션이다. 그러나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 중 그 누구도 디플레이션 달성을 정책 목표로 삼지 않는다.
<캐서린 램펠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캐서린 램펠은 주로 공공정책, 이민과 정치적인 이슈를 다루는 워싱턴포스트지의 오피니언 칼럼니스트이다. 자료에 기반한 저널리즘을 강조하는 램펠은 프린스턴대학을 졸업한 후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로 활동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