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정(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마트 진열대 냉면을 보면 오장동이 생각난다.
냉면 사발 육수까지 바닥 날 무렵,
옆 자리 수육에 쏠린 내 눈을 핀잔하던 젊었던 아내.
쉽게 끊기지 않는 면의 질김으로 우리가 위기를 넘기고
지금껏 이어진 걸까?
얼린 칼국수를 보면 명동교자가 생각난다.
마늘향 작열하는 겉저리를 먹으며
식사 후 구경 갈 공연장 옆사람의 후각을 염려하던 기억.
칼국수의 덤덤함을 화들짝 하게 만들어 준 마늘 즙이
지금껏 내 혈관 속에 스파이처럼 숨어 있어
타이레놀 만으로 족한 건강을 간직할 수 있었을까?
족발집을 지나노라면 장충동이 생각난다.
원조 아닌 집이 원조일지 모른다는 수상한 생각을 하게 하는,
할머니는 좀 처럼 찾기 어려웠던 할머니 족발집들.
식후 들른 태극당에서
누구의 소개로 만나 헤어진,
이름도 아스라한 누군가와의 추억.
족발집 할머니의 부재처럼
그녀와의 추억도 빈집처럼 남았다.
호두과자를 보면 기차 여행을 마친
사람들의 고단함이 봉지에 매달려 있고,
구겨진 옷과 헝클어진 뒤통수 쯤은
집에서 기다리는 아이들 생각으로 빈 사이다 병처럼
쉬 잊혀졌던 추억.
트로트 메들리를 들으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화장실을 향해 돌진하는 무리들 사이로
호떡이나 핫바를 들고 명랑을 질질 흘리는 사람들이 보인다.
그 명랑으로 다시 사람과 빌딩과 대결을 준비하는
고속도로 휴게소는 거리의 성찬이다.
먹어야 하는 필연이 번거로운,
그 번거로움으로 연명하는 오늘도
거룩 거룩 거룩하다.
임기정
- 중앙대 교육학과 졸업
- 2000년 도미
- 둘루스 거주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