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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미일 협력 이후의 한중관계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9-19 11:25:20

시론,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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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한일 관계 개선을 통해 미국의 대중국 정책 틀인 한미일 안보 협력에 능동적으로 참여했다. 미국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정상회의에 대해 미국 측 인사가 감격스럽다고 고백할 정도로 전격적이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촘촘한 대중국 견제라는 성과를 발판으로 차기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한국도 글로벌 중추 국가를 추구하는 ‘정체성의 외교’에 시동을 걸었고 미국의 독재 대 민주라는 프레임을 한국의 국내 정치에 소환해 대외 정책에도 적극적으로 투영하고 있다.

이러한 대외 전략의 전환은 자연스럽게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립을 고조시키고 있다. 한미일 안보 협력이 특정한 국가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으나 단기적으로는 북한과 러시아가 반발하고 ‘중국의 적의(rancor)를 깊어지게 할 가능성이 있는 방위 합의’라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러한 갈등은 한중 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왜냐하면 중국에 대한 불신이 깊은 한국은 북핵 문제가 악화될수록 한미일 공조를 강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 중국이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해 북한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주문하고 대만 현상 변경도 북한 문제와 연계돼 있어 ‘힘을 통한 현상 변경을 반대한다’고 강조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리의 주장에 중국이 호응하거나 정책 기조를 바꿀 유인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이와는 반대로 중국은 “중국과 북한은 좋은 이웃이다. 주권국가인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할 생각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북한의 국경 개방 이후 인도적 지원은 물론이요, 농업·의료·관광협력을 준비하고 있다. 수세에 몰린 러시아와 북한이 군사적으로 연대하면서 중국은 가능성이 낮지만 북중러 군사 협력 여부도 저울질하고 있다.

다만 한국과 중국 모두 악화일로의 한중 관계에 대한 외교적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미묘한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은 한미일 안보 협력에 균열을 내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비판의 수위를 다소 낮췄고 대신 동맹의 균열을 관찰하는 모드로 전환했다. 그리고 이달 10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개최된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 중국 총리의 회담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감지됐다. 문제는 중국의 변화뿐 아니라 한국이 한미 관계와 한일 관계에 기울였던 정성의 일부를 한중 관계에 적용하지 못하면 생각보다 교착 국면이 오래갈 수도 있다는 점이다. 북핵과 한반도 평화라는 의제를 우회해 한중 자유무역협정 고도화 등 경제협력, 성숙 기술을 중심으로 한 공급망 안정화, 인적 교류의 확대만으로 관계 정상화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주어진 환경과 여건 속에서 한중 관계의 타개책을 모색해볼 필요가 있다. 우선 북중러 구도 속에서 중국을 분리해 외교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중국은 여전히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고수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명시적 개입을 자제하고 있으며 미중 전략 경쟁 전선의 확대에 외교적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다. 둘째, 미중 관계와 북핵 문제를 최대한 분리할 필요가 있다. 미중 전략 경쟁 구도 속에서 북핵 이슈를 방치하는 것은 제7차 북핵실험 등 걷잡을 수 없는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다. 한중 협력으로 남북 관계 대화의 공간을 확보해 한반도의 긴장을 낮출 필요가 있다. 셋째, 한중 간 다양한 고위급 협력을 통해 한중정상회담의 모멘텀을 찾아야 한다. 특별한 돌발변수가 없다면 연내 한중일 정상회담이 한국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이를 계기로 변형된 한중정상회담으로 한중 관계의 물길을 터줄 필요가 있다. 양국 모두 외교적 부담과 피로감을 부쩍 느끼고 있는 지금이 적기다.

한미일이 자주 만나고 이를 제도화한다고 해 우리 국민이 평화의 효능감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대만·남중국해·북핵 문제 등에서 연루의 위험이 커졌다고 생각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도 한중 관계 회복을 크게 기대하지는 않지만 상황의 악화는 막아줘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볼멘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결국 한미일 협력의 성과는 한중 관계라는 복잡한 킬러 문항을 푸는 정권의 문제 해결 능력에 달려 있다.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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