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엘리트 학원
경동나비
첫광고

[뉴스칼럼] K-바둑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9-12 11:24:27

뉴스칼럼,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K-팝, K-드라마, K-푸드…. 또 뭐가 있더라. K-클래식. K-방산. 

이른바 한류시대다. 팝뮤직에서 드라마, 영화 등 대중문화는 말할 것도 없다. 클래식 뮤직에서  하이텍에 이르기까지 한국은 전 세계를 주도하다시피 하고 있다. 

그러니까 ‘한국(Korea)’ 하면 자부심, 세계화의 대명사가 됐다가 할까. 그 ‘한국’이란 단어가 그러나 한 때는 경멸과 조소의 대상이었다. 

행마가 둔탁하다. 두느니 졸수다. 대국운영이 매끄럽지 못하다. 그러면 ‘한국 바둑 두냐’는 핀잔이 따랐다. 70~80년대 일본 바둑계에서 곧잘 목격되던 해프닝이었다. 

당시 한국에도 프로기사제도가 정립돼 있었다. 한국의 프로기사들의 실력은 그런데 일본에 비하면 말이 안됐었다. 

한국은 최정예 기사들을 선발했다. 일본은 유망주들을 내보냈다. 그런 단체전에서 한국 팀은 0패를 당하는 게 보통이었다. 

이런 정황에서 바둑사상 최초로 국제기전이 열렸다. 응창기배 세계바둑 선수권 대회다. 올림픽 경기처럼 4년마다 열리는 기전으로 당시로는 파격적인 40만 달러의 우승상금을 내걸었다. 

그 때가 1988년으로 한국바둑은 변두리 취급을 받았었다. 중국과 일본의 정상급 기사들은 대거 초청됐다. 이에 반해 한국 기사는 단 한명만 출전이 허용됐다. 

조훈현 9단이다. 명색이 국제대회니까 들러리로 받아들여졌다고 할 정도의 푸대접이었다.

그 조훈현 9단이 대파란을 일으킨다. 내로라하는 일본의 강호들을 연파했다. 그리고 결승에서 중국의 국민적 영웅 녜웨이핑 九단마저 꺾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9회까지 이루어진 역대대회에서 한국은 6번 우승을 현재 기록하고 있다)

그래도 한국바둑을 바라보는 일본과 중국의 시선은 차가왔다. ‘운이 따라 어쩌다…’ 하는 시각이랄까.

2기, 3기, 4기. 응창기배 국제선수권 대회는 계속 열렸다. 우승트로피는 매번 한국기사가 차지했다. 서봉수, 유창혁, 이창호 차례로. 

그뿐이 아니다. 조훈현과 더불어 사천왕으로 불리던 이들 한국기사들은 국가대항기전에, 일본기원 주관 국제대회 등을 휩쓸었다. 

한국바둑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다. 둔탁하다고 업신여기던 한국식 행마가 재조명되면서 한국기사의 대국기보 연구가 바둑의 메카로 자부하는 일본기원에서도  활발히 이루어졌다.   

그러고 보면 한류시대를 제일 먼저 연 것은 한국의 바둑계로 오늘날 K-바둑은 공포와 경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14억 인구 대국 중국은 국제기전에도 인해전술로 임한다. 그러나 준결승, 결승전에 이르면 한국기사를 만나기 일쑤이고 번번이 패배를 당한다. 일본의 타이틀 보유자 1인자들이 한국에 오면 랭킹 5위도 들기 어렵다. 그러니  공포와 경탄의 대상인 것이다. 

그 한국 바둑을 배우겠다며 일본의 바둑의 천재 소녀 나카무라 스미레 3단이 한국에서 프로기사 활동을 요청했다.  

스미레 3단은 3살 때 처음 바둑을 배운 뒤 여섯 살이던 2015년 한국으로 건너와 4년 가까이 바둑 공부를 했다. 그리고 어린이 바둑대회 등에서 두각을 드러내자 일본기원은 2019년 4월 영재 특별전형으로 입단시켰다.

만 10세에 입단해 일본기원 역사상 최연소 프로기사가 된 스미레는 올 2월 일본의 여자기성전에서 우승하며 역대 최연소 타이틀 기록까지 수립했다.

정말이지, 격세지감도 이런 격세지감이 없다는 느낌이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법률칼럼] 트럼프의 대량 추방대상

케빈 김 법무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규모 이민자 추방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그의 이민법 집행 계획이 실제로 어떤 모습일지에 대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는

[벌레박사 칼럼] 카펫 비틀 벌레 퇴치법

벌레박사 썬박 미국에 있는 대부분의 집들은 카펫이 깔려 있다. 카펫에서 나오는 벌레 중 많은 질문을 하는 벌레 가운데 하나가 바로 카펫 비틀(Carpet Beetle) 이다. 카펫

[행복한 아침] 자연의 가을, 생의 가을

김정자(시인·수필가)                                       단풍 여행을 떠나자는 권면을 받곤 했는데 어느 새 깊은 가을 속으로 들어섰다. 애틀랜타 가

[삶과 생각] 청춘 회억(回憶)

가을이 되니 생각이 많아진다. 그런 생각 중에서도 인생의 가장 치열한 시간은 대학입시를 준비하던 때인 것 같다. 입시를 앞 둔 몇 달, 마지막 정리를 하며 분초를 아끼며 집중했던

[데스크의 창] ‘멕시칸 없는 하루’ 현실화될까?

#지난 2004년 개봉한 ‘멕시칸 없는 하루(A Day Without a Mexican)’는 캘리포니아에서 어느 한 날 멕시칸이 일시에 사라졌을 때 벌어질 수 있는 가상적인 혼란을

[인사이드] 검사를 싫어하는 트럼프 당선인
[인사이드] 검사를 싫어하는 트럼프 당선인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했다. 선거전 여론 조사에서 트럼프와 해리스가 연일 박빙의 구도를 보였으나 결과는 이를 비웃는 듯 트럼프가 압승을 거두어 모

[뉴스칼럼] 유튜브 채널의 아동착취

가족을 소재로 한 유튜브 콘텐츠가 적지 않다. 주로 부부가 주인공이다. 유튜브 부부는 경제적으로는 동업 관계다. 함께 제작하거나 동영상 촬영에 협력하면서 돈을 번다. 유튜브 채널이

[신앙칼럼] 차원 높은 감사(The High Level Of Gratitude, 합Hab. 3:16-19)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나는 여호와로 말미암아 즐거워하며 나의 구원의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기뻐하리로다”(합 3:18). 여호와, 하나님을 감사의 대상으로 삼는

[뉴스칼럼] 슬기로운 연말모임 - 말조심

“아버지가 언제 그렇게 바뀌었는지 알 수가 없다”고 60대의 백인남성은 기가 막혀했다. LA에서 대학교수로 일하는 그는 부친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최근 동부에 다녀왔다. 90대

[파리드 자카리아 칼럼] 민주당의 세 가지 실수
[파리드 자카리아 칼럼] 민주당의 세 가지 실수

언뜻 보기에 2024년 한해 동안 나라 안팎에서 치러진 선거는 팬데믹 이후의 혼란과 인플레이션에 휘말린 정치 지도자들을 한꺼번에 쓸어간 거대한 물결로 설명할 수 있을 듯 싶다. 지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