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마약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는 가운데 마약중독 및 과다복용으로 숨진 한인들의 숫자도 갈수록 늘고 있다. 연방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마약 관련 한인 사망자의 숫자는 지난해 105명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마약 중독의 특성상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실제 한인 사망자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수 있다고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LA 카운티 검시국의 조사에서 최근 30대 한인 남성이 펜타닐 과다복용으로 길거리에서 숨진 사례만 보아도 문제의 심각성을 가늠할 수 있다.
현재 미국은 이른바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로 인해 국가 비상사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값싼 엑스타시에서부터 코카인과 헤로인, 그리고 속칭 필로폰으로 불리는 메탐페타민 등까지 미국에서 범람하는 마약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펜타닐의 경우 단 한 번의 과다복용으로도 너무 쉽게 생명을 잃을 수 있는 것이 문제다. 그리고 이번에 나온 사망 통계를 보면 더 이상 한인사회도 펜타닐 공포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당국의 집계에 따르면 헤로인보다 50배나 강력한 합성마약인 펜타닐 과다복용으로 작년 한 해에만 약 11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18~49세 사이 청장년층 연령대에서는 펜타닐이 사망 원인 1위로까지 올라섰다.
한인들이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되는 위험성은 펜타닐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청소년들에게 너무 쉽게 노출돼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10대 학생들이 학교에서 소셜미디어를 통해 구한 펜타닐을 복용한 뒤 사망하는 사례들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마약 재활기관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인타운에서도 채팅앱 등을 통해 펜타닐 혼합 마약들이 흔하게 유통되고 있고, 빠르면 10대 초반부터 경험하고 있다니 한인 자녀들도 예외 없이 심각한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봐야 한다.
중고교생이나 대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은 이처럼 절박한 펜타닐 위기의 심각성에 경각심을 갖고 자녀들이 접한 환경을 살피며 자녀가 손쉬운 마약의 수렁에 빠지지 않도록 세심하게 단속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