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김성희 부동산
이규 레스토랑

[뉴스칼럼] 팁의 불편한 역사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8-01 17:29:32

뉴스칼럼,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권순상 노흥성 부동산 470-218-6136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물가가 오르니 유난히 부담이 되는 것이 팁이다. 봉급은 그대로인데 인플레로 물건 값이 비싸지면 수입은 줄어든 셈. 주머니 사정이 빡빡해지면서 직장인들의 점심식사 패턴도 바뀌었다. 

도시락이나 샌드위치를 가져와 끼니를 때우기도 하고, 푸드 코트를 자주 이용하기도 한다. 

한인타운 수퍼마켓 내의 푸드 코트들은 메뉴도 다양하고 가격도 일반 식당에 비해 저렴한 데다 무엇보다 팁을 안 내도 되니 식사비용이 절약된다. 

하지만 식사 후 커피 한잔 하러 카페에 들어서는 순간 점심 값 아낀 건 말짱 헛수고가 된다. 카운터에서 주문하고 직접 커피를 받아가는 시스템인데도 대금 결제 태블릿에는 팁 선택 조항이 있다. ‘15%, 20%, 25% 팁’ 아니면 ‘노우 팁’ - 앞에 서 있는 종업원 눈치가 보여서 ‘노우 팁’을 누르기는 쉽지가 않다. 울며 겨자 먹기로 팁을 내고 만다. 

“갈취 당하는 기분이다. 돈을 내고 또 내고, 두 번씩 내야 한다. 음식 값 내고 서비스 받았다고 내고 … 꼭 이렇게 해야 하는가?”- 이런 기분이 든 적이 있다면, 새로운 일은 아니다. 

앞의 말은 1870년대, 80년대 미국의 소비자들 입에서 자주 터져 나왔던 불평이다. 

미국에서 팁에 대한 불평은 역사가 깊다.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 팁 철폐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고, 1908년 대통령 선거에 나간 윌리엄 태프트는 자신이 팁 반대주의자라며 팁을 안 내는 걸 자랑하기도 했다. 팁에 담긴 불편한 역사 때문이다. 

미국에서 팁은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라 인종과 계층 문제가 담긴 예민한 사안이었다. 

팁은 원래 중세 유럽에서 시작되었다. 봉건사회에서 영주는 하인들이 일을 잘 하면 칭찬의 의미로 돈을 주곤 했다. 

또한 영주의 손님들이 후한 대접을 받고 나면 감사의 표시로 시중드는 하인들에게 팁을 주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남북전쟁 이전까지 팁이란 게 없었다. 19세기 후반 미국인들의 유럽 여행이 잦아지면서 팁 문화가 미국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유럽이라면 껌뻑 죽던 당시 미국인들은 유럽인 흉내 내느라 팁을 주었고, 그 무렵 대거 밀려온 유럽 출신 이민자들을 따라 팁 시스템이 들어오기도 했다. 

당시는 수백만 흑인들이 노예 신분에서 벗어나 자유인이 된 시기였다. 

그런데 이들에게 일자리가 없었다. 땅이 없으니 농사를 지을 수 없고, 교육 받을 기회가 없었으니 취업할 만한 기술도 없었다. 

먹고 살 길 막막한 이들을 고용한 것이 식당. 

식당 주인들은 해방 노예들을 고용한 후 봉급을 주지 않고 손님들로부터 팁을 받게 했다. 

아울러 미국의 팁 문화 정착에 크게 기여한 회사는 풀만 침대차 회사였다. 

기차에 침대칸을 만든 조지 풀만은 승무원들을 고용해 승객들의 시중을 들게 했다. 

기차 침대칸은 당시 호화 여행의 상징이었다. 중산층 승객들은 집에는 하인이 없어도 침대칸을 타면 승무원의 시중을 받으며 하인을 둔 듯 으쓱한 기분을 느꼈다. 

풀만은 승무원으로 흑인남성들, 그것도 ‘시중드는 훈련 잘 받은’ 남부 출신들만을 고용했다. 그리고는 명목상의 봉급만 주고 승객들의 팁에 의존하게 했다. 

기차가 전국을 다니면서 팁 문화는 미 전국으로 퍼졌다. 

당시 상황을 들여다보면 해방된 흑인들이 백인 손님들의 팁을 받으며 다시 하인의 위치에 서는 구도. 마크 트웨인 등 지성인들은 팁 철폐 운동에 나섰다. 

팁이 노예근성을 조장하면서 미국의 민주주의와 반 귀족주의 정신을 해친다고 주장했다. 

몇몇 주는 팁을 금지하는 법을 제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팁은 살아남아 오늘에 이르렀다. 

고용주들이 종업원들의 봉급을 제대로 준다면 소비자들이 팁 부담에서 벗어나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음식 값이 더 올라가게 되는 걸까.  

[뉴스칼럼] 팁의 불편한 역사
[뉴스칼럼] 팁의 불편한 역사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차고문을 들이받았다면 자동차보험일까, 주택보험일까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차고문을 들이받았다면 자동차보험일까, 주택보험일까

집에서 일어나는 자동차 사고 가운데 의외로 자주 발생하는 것이 있다. 바로 차고(Garage)에서 일어나는 사고이다. 후진하다가 차고문을 들이받거나, 기어를 잘못 넣어 집 벽을 들

[애틀랜타 칼럼] 상대방의 마음을 열게하는  지름 길

이용희 목사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 상대방에게 끊임없이 설득을 시도하곤 합니다.  이런 경향은 세일즈맨들에게 흔히 나타납니다. 그러나 정말로 완전하게 자신의 뜻

[행복한 아침] 마음이 담긴 말

김 정자(시인 수필가)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마음을 깊이 다친 적이 있다. 한참을 따끔하게 보답해 줄 한 마디를 찾아 헤매느라 무수한 말들이 내 마음을 휘젓고 다녔다. 사람마다

[신앙칼럼] 유혹의 안전지대: 하나님의 전신갑주(Beyond Temptation: Standing Firm in the Armor of God, 에베소서 Ephesians 6:11~18)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1. 도입: 인간이 만든 '가짜 안전지대'의 허상 (Illusion of Safety)15세기 영성가 토마스 아 켐피스는 *"유혹을 받을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 -  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22)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 -  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22)

알아두면 든든한 사회보장국 공식 유튜브 필수 영상 5선과 디지털 소통 가이드온라인 계정·은퇴연금·장애심사·SSI·사기예방까지… 영상으로 만나는 핵심 복지 길잡이 천경태 (금융전문가

[특별기고] 9월 4일, 우리는 그날을 잊지 말아야 한다
[특별기고] 9월 4일, 우리는 그날을 잊지 말아야 한다

미셸 강 (조지아주 하원의원 후보, District 99) 현대·LG ICE 단속 1년, 우리가 묻는 질문은 “어떤 미국을 원하는가”이다 2025년 9월 4일. 조지아 한인사회는

[추억의 아름다운 시] 뒷 산

뒷산 / 신달자 외로울 적에마음 답답할 적에뒷산에 올라가 마음을 벗는다나무마다 하나씩 마음을 걸어두고노을을 받으며 드러눕는 그림자돌아가는 것이 없는 빈 몸이다뒤산은 뒷산은 내 몸이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집 앞 나무를 자르다 생긴 사고, 주택보험이 책임질까?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집 앞 나무를 자르다 생긴 사고, 주택보험이 책임질까?

최선호 보험전문인 나무는 집의 분위기를 바꾸는 가장 훌륭한 조경 가운데 하나다.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고, 겨울에는 삭막한 풍경에 자연의 멋을 더해 준다. 잘 가꿔진 큰

[애틀랜타 칼럼] 상대방의 위치에서 보라

이용희 목사 우리는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눌 때 처음부터 서로의 견해가 다른 주제를 꺼내서는 안 됩니다. 서로가 일치된 생각을 나눌 수 있는 문제부터 차근차근 시작해야 합니다.  그

[독자기고] 건너온 음악, 삶을 보듬다

김건흡(수필가·칼럼니스트) 황혼의 길목에서 가만히 지나온 길을 돌아보면, 인생의 중요한 모퉁이마다 이름 없는 선율들이 나직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악보 위에 새겨진 까만 음표들이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