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이규 레스토랑
김성희 부동산

[뉴스칼럼] 팁의 불편한 역사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8-01 17:29:32

뉴스칼럼,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물가가 오르니 유난히 부담이 되는 것이 팁이다. 봉급은 그대로인데 인플레로 물건 값이 비싸지면 수입은 줄어든 셈. 주머니 사정이 빡빡해지면서 직장인들의 점심식사 패턴도 바뀌었다. 

도시락이나 샌드위치를 가져와 끼니를 때우기도 하고, 푸드 코트를 자주 이용하기도 한다. 

한인타운 수퍼마켓 내의 푸드 코트들은 메뉴도 다양하고 가격도 일반 식당에 비해 저렴한 데다 무엇보다 팁을 안 내도 되니 식사비용이 절약된다. 

하지만 식사 후 커피 한잔 하러 카페에 들어서는 순간 점심 값 아낀 건 말짱 헛수고가 된다. 카운터에서 주문하고 직접 커피를 받아가는 시스템인데도 대금 결제 태블릿에는 팁 선택 조항이 있다. ‘15%, 20%, 25% 팁’ 아니면 ‘노우 팁’ - 앞에 서 있는 종업원 눈치가 보여서 ‘노우 팁’을 누르기는 쉽지가 않다. 울며 겨자 먹기로 팁을 내고 만다. 

“갈취 당하는 기분이다. 돈을 내고 또 내고, 두 번씩 내야 한다. 음식 값 내고 서비스 받았다고 내고 … 꼭 이렇게 해야 하는가?”- 이런 기분이 든 적이 있다면, 새로운 일은 아니다. 

앞의 말은 1870년대, 80년대 미국의 소비자들 입에서 자주 터져 나왔던 불평이다. 

미국에서 팁에 대한 불평은 역사가 깊다.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 팁 철폐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고, 1908년 대통령 선거에 나간 윌리엄 태프트는 자신이 팁 반대주의자라며 팁을 안 내는 걸 자랑하기도 했다. 팁에 담긴 불편한 역사 때문이다. 

미국에서 팁은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라 인종과 계층 문제가 담긴 예민한 사안이었다. 

팁은 원래 중세 유럽에서 시작되었다. 봉건사회에서 영주는 하인들이 일을 잘 하면 칭찬의 의미로 돈을 주곤 했다. 

또한 영주의 손님들이 후한 대접을 받고 나면 감사의 표시로 시중드는 하인들에게 팁을 주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남북전쟁 이전까지 팁이란 게 없었다. 19세기 후반 미국인들의 유럽 여행이 잦아지면서 팁 문화가 미국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유럽이라면 껌뻑 죽던 당시 미국인들은 유럽인 흉내 내느라 팁을 주었고, 그 무렵 대거 밀려온 유럽 출신 이민자들을 따라 팁 시스템이 들어오기도 했다. 

당시는 수백만 흑인들이 노예 신분에서 벗어나 자유인이 된 시기였다. 

그런데 이들에게 일자리가 없었다. 땅이 없으니 농사를 지을 수 없고, 교육 받을 기회가 없었으니 취업할 만한 기술도 없었다. 

먹고 살 길 막막한 이들을 고용한 것이 식당. 

식당 주인들은 해방 노예들을 고용한 후 봉급을 주지 않고 손님들로부터 팁을 받게 했다. 

아울러 미국의 팁 문화 정착에 크게 기여한 회사는 풀만 침대차 회사였다. 

기차에 침대칸을 만든 조지 풀만은 승무원들을 고용해 승객들의 시중을 들게 했다. 

기차 침대칸은 당시 호화 여행의 상징이었다. 중산층 승객들은 집에는 하인이 없어도 침대칸을 타면 승무원의 시중을 받으며 하인을 둔 듯 으쓱한 기분을 느꼈다. 

풀만은 승무원으로 흑인남성들, 그것도 ‘시중드는 훈련 잘 받은’ 남부 출신들만을 고용했다. 그리고는 명목상의 봉급만 주고 승객들의 팁에 의존하게 했다. 

기차가 전국을 다니면서 팁 문화는 미 전국으로 퍼졌다. 

당시 상황을 들여다보면 해방된 흑인들이 백인 손님들의 팁을 받으며 다시 하인의 위치에 서는 구도. 마크 트웨인 등 지성인들은 팁 철폐 운동에 나섰다. 

팁이 노예근성을 조장하면서 미국의 민주주의와 반 귀족주의 정신을 해친다고 주장했다. 

몇몇 주는 팁을 금지하는 법을 제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팁은 살아남아 오늘에 이르렀다. 

고용주들이 종업원들의 봉급을 제대로 준다면 소비자들이 팁 부담에서 벗어나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음식 값이 더 올라가게 되는 걸까.  

[뉴스칼럼] 팁의 불편한 역사
[뉴스칼럼] 팁의 불편한 역사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내 마음의 시] 님은 나의 봄
[내 마음의 시] 님은 나의 봄

월우 장 붕  익(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긴 겨울 끝에눈이불 뚫고 고개드는수선화이듯이님은 설레이는 기쁨으로내 마음에 찾아왔습니다 님의 몸짓 하나로온 세상은어느새 봄빛으로 물듭니다.

[애틀랜타 칼럼] 최악의 상황에 맞서라

이용희 목사 고민을 이겨내는 방법 중에 “캐리어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것은 공기 조절 장치를 개발한 기사이며 캐리어 회사의 사장이었던 윌리스 H. 캐리어가 실행했던 방법

[법률칼럼] 미국 이민, 이제는 ‘기록’이 아니라 ‘패턴’을 본다… 2026년 심사의 변화

케빈 김 법무사  2026년 현재 미국 이민 심사는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개별 사건이나 특정 기록 중심으로 판단이 이루어졌다면, 최근 흐름은 신청자의 전체적인 ‘행동

[행복한 아침] 꽃가루  폭력

김 정자(시인 수필가)   꽃가루가 씻겨 나갈 만큼의 비가 내려주었으면 좋겠다. 꽃가루가 천지를 덕지덕지 뒤덮는 호통 속에 하루들의 지친 걸음이 지속되고 있다. 세상은 전쟁으로 인

[신앙칼럼] 수미상관(首尾相關)의 하나님: 왕사남의 당당함 (The God of Symmetrical Correspondence: The Poise of a Man Who Lives with the King, 요한복음 1:14)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서론] 장막을 치신 왕: 비굴하지 않은 자존감“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 우리가 그의 영광을 보니 아버지의 독생자의 영광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삶의 새로운 관점이 열릴 때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삶의 새로운 관점이 열릴 때

최 모세( 고전 음악·인문학 교실) 새해에 삶의 새로운 관점을 열어나가는 세계관의 변화에 의한 미래 지향적인 삶의 도전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삶의 새로운 통찰력은 유익한 관점을 창

[추억의 아름다운 시] 님의 말씀

김소월 세월이 물과 같이 흐른 두 달은길어 둔 독엣물도 찌었지마는가면서 함께 가자 하던 말씀은살아서 살을 맞는 표적이외다  봄풀은 봄이 되면 돋아나지만나무는 밑그루를 꺾은 셈이요새

[삶과 생각] 길과 줄
[삶과 생각] 길과 줄

[추억의 아름다운 시] 가는 봄 삼월

김소월 가는 봄 삼월, 삼월은 삼질강남 제비도 안 잊고 왔는데아무럼은요설게 이때는못잊게, 그리워  잊으시기야, 했으랴, 하마 어느 새님 부르는 꾀꼬리 소리울고 싶은 마음은 점도록

[수필] 호감과 비호감 사이
[수필] 호감과 비호감 사이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일과를 마치고 서둘러 집으로 향하던 길에 잠시 마트에 들렀다. 저녁 찬거리를 준비하려면 며칠 전 떨어진 간장을 사야 했다. 진열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