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김성희 부동산
이규 레스토랑

[시론] 국가 지도자의 과학기술 리더십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7-31 18:02:33

시론, 고광본, 서울경제 선임기자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고광본(서울경제 선임기자)

서울 홍릉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는 설립자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동상과 초대 소장인 송곡 최형섭의 흉상이 있다. KIST는 우리나라가 베트남 전에 참전(1964~1973년)한 피의 대가로 미국의 지원을 받아 1966년 설립됐다.

송곡은 ‘불이 꺼지지 않는 연구소’라는 회고록에서 “박 대통령이 KIST 설립 이후 3년간 적어도 한 달에 한두 번씩 꼭 연구소를 방문해 연구원들과 대화를 나눴다”며 “장관들이 뭔가 반대할 때마다 방패막이가 돼줬다”고 털어놓았다. 정부는 KIST가 처음에는 정부 감사를 받지 않고 자체 회계 처리하도록 해 행정 업무를 줄여줬다. 연구실별로 독자 운영해 저녁에도 연구실에 불이 꺼지지 않았고 돈방석에 앉은 연구원도 많았다. 그만큼 과학기술인의 사기 진작에 애쓴 것이다.

1997년 말 터진 환란사태 해결사로 나선 김대중 전 대통령 역시 과학기술 붐을 일으킨 리더로 꼽힌다.

그는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을 취임 전인 1997년 3.6%에서 임기 마지막 해인 2002년 4.7%까지 크게 끌어올렸다. 그 결과 ‘한국이 세계 10위의 과학 경쟁력을 갖고 있다(스위스 국제경영평가단·IMD)’는 평가를 받았다. 여기에 초고속 인터넷 망을 깔고 벤처 붐을 일으키며 이후 20년간 성장 동력의 바탕을 마련했다.

새삼스레 박정희·김대중 두 지도자의 과학기술 리더십을 되짚어본 것은 지난해 취임한 윤석열 대통령의 행보가 이와 대조적이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제2의 이명박 정부가 아니냐’는 평가를 받았던 현 정부가 이명박 정부 당시 퍼졌던 ‘과학기술 홀대론’마저 답습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내놓는다.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부 시절의 과학기술부(과기 부총리)와 정보통신부를 폐지하고 교육인적자원부와 합쳐 교육과학기술부로 바꾸고 과기부 산하 정부 출연 연구원 등을 지식경제부 산하로 이관해 혼선을 자초했다. 현 정부가 초기에 과기 부총리와 과학교육수석 신설을 요구하는 과기계의 요청을 묵살한 데 이어 최근 R&D계를 이권 카르텔의 대상으로 지목하며 과기계의 불만을 사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윤 대통령은 6월28일 “나눠 먹기 식, 갈라 먹기 식 R&D는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R&D 국제 협력은 세계적 수준의 공동 연구를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감사원은 즉각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비롯해 한국연구재단·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등 10개 기관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R&D 과제의 기획·관리·평가에서 카르텔을 찾아내겠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과기정통부 산하 25개 정부출연연구기관을 압박해 내년 정부 출연금 중 주요 사업 예산 20% 삭감을 유도했다. 이에 과학기술계에서는 “연구 자율성과 창의성을 해치고 기초·원천 연구의 위축을 초래해서야 되겠느냐” “법조·관료·노동 등의 분야만큼 R&D 분야에서 이권 카르텔이 있느냐”는 등의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제대로 된 진단과 처방 없이 병을 고치겠다며 큰소리만 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출연연은 예산과 인력 운용 측면에서 기재부와 과기부의 철저한 통제라는 고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출연연 원장은 연구 자율성과 창의성 진작을 위한 실질적인 권한이 별로 없다. 연구자들은 인건비를 벌충하기 위해 정부 R&D 과제 등 외부 용역 수주에 매달린다. 출연연을 넘어 대학과 기업까지 국가 R&D 생태계 전반을 살펴보면 패스트 팔로어(빠른 추격자)에서 퍼스트 무버(선도자)로의 과감한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연구 현장의 자율성을 옥죄고 양해각서(MOU) 수준에 급급한 국제 공동 연구 확대를 외친다고 해법이 될 수 있을까.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과학기술을 국정 운영 중심에 두고 직접 살피겠다”고 했던 초심을 되돌아볼 때다.

[시론] 국가 지도자의 과학기술 리더십
고광본 서울경제 선임기자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신앙칼럼] 임마누엘 예수의 모략(The Conspiracy Of Immanuel Jesus, 이사야Isaiah 7:14)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보라 처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요 그의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하리라”(이사야 7:14) 이사야의 예언은 곧 하나님의 모략이며, 임

[미주시문학을빛내고있는 10명의시인을찾아서7] 어머님이 동사라면
[미주시문학을빛내고있는 10명의시인을찾아서7] 어머님이 동사라면

신은철 (상략)어머님 일생몸의 시간은 매일매일 반복된 시계 시간이었지만맘의 시간은 순간마다 새로운 삶의 시간,아침에 묻는 말씀 “오늘은 무엇을 배우지?”저녁에 묻는 말씀“오늘 배운

[행복한 아침]   남기고 싶은, 남겨야 할

김 정자(시인 수필가)       부지불식간에 한 해가 지나가 버리고 마지막 달 12월 앞에 섰다. 마지막이란 말 앞에 서게 되면 언제든 숙연해 진다. 하루의 마지막, 한 주간의

[삶과 생각]  고 이순재 원로 국민배우
[삶과 생각] 고 이순재 원로 국민배우

지천(支泉) 권명오 (수필가 / 칼럼니스트) 지난날 연기생활을 함께 했던 이순재 선배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하고 머나먼 미국 애틀랜타에서 살고 있는 나는 고인의 명복이나 빌

[추억의 아름다운 시] 향수

정지용 시인​넓은 벌 동쪽 끝으로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얼룩백이 황소가해설피(해질 무렵)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질화로에 재

[수필] 편지 한 장의 미학
[수필] 편지 한 장의 미학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샬럿에 사는 친구가 보낸 소포가 도착했다. 상자를 열어보니 공기 포장지로 꽁꽁 싸맨 유리병 속 생강 레몬차, 일회용 팩에 담긴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파트 D 약값 절약 전략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파트 D 약값 절약 전략

최선호 보험전문인  메디케어 파트 D는 처방약 보험으로, 오리지널 메디케어 가입자나 일부 어드밴티지 플랜 이용자가 별도로 가입해 약값을 보장받는 제도다. 그러나 약값은 플랜에 따라

[애틀랜타 칼럼] 내 탓이라고 말하라

이용희 목사 우리가 일을 하다가 어떤 실수를 저질렸을 때 간혹 구실을 들어 변명하는 일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리석은 것입니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서는 어떤 관용이나

[박영권의 CPA코너] One Big Beautiful Bill Act (OBBBA) - 새로운 세법 풀이 제17편 : 자선 기부 (Charitable Contribution) 소득공제, 어떻게 변경되나
[박영권의 CPA코너] One Big Beautiful Bill Act (OBBBA) - 새로운 세법 풀이 제17편 : 자선 기부 (Charitable Contribution) 소득공제, 어떻게 변경되나

박영권 공인회계사 CPA, MBA 2026년부터 자선기부 공제방식이 크게 달라진다. 표준공제를 적용하는 납세자도 일정 한도 내 현금 기부에 대해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고,

[법률칼럼] 영주권·비자 거절이 곧바로 추방 절차가 되는 시대

케빈 김 법무사 2025년 들어 USCIS의 정책 기조가 완전히 바뀌었다. 과거에는 영주권이나 비자 신청이 거절되더라도 일정 기간 재신청을 고민하거나, 자진 출국을 준비할 수 있는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