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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에세이] 부부 각방 쓰기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7-13 13:56:11

전문가 에세이, 김케이 임상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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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케이(임상심리학 박사)

33세 자동차 디자이너 A씨는 결혼 3년 만에 부부 각방 쓰기를 시작했다. 모유 수유를 고집하는 아내가 밤에도 아기와 수시로 일어나 불을 켜면 제대로 잠을 잘 수 없기 때문이다. 잠이 부족한 날엔 창의성도 떨어지고 머릿속이 안개 낀 듯 뿌옇다. 부부는 상의 끝에 침대 별거를 결정했다. 두 사람 사이는 아직도 신혼처럼 다정하다. 잠만 따로 잘 뿐이다. 

52세 B여사는 지난 해 딸이 대학 기숙사로 떠나자 비어있는 딸 방으로 잠자리를 옮겼다. 남편의 심한 코골이 때문에 잠들기도 어렵고 중간에 깨었다가 다시 자는 것은 더 어렵다. 수면무호흡증 남편의 코골이는 불규칙적이어서 “크크크크크” 하고 클라이맥스를 향해 치솟았다가 갑자기 조용~~ 옆에 자던 B여사가 “아니 설마, 심장마비?” 하고 놀라서 들여다보는 순간 다시금 “푸 푸 푸 푸르르르...” 하면서 제 호흡으로 돌아온다. 남편에게 코골이 방지 수술도 권해보고 옆으로 자는 사이드슬립 자세를 연습 시켜보았지만 잠시뿐이다. 얼마 전, B여사는 자신의 코고는 소리에 스스로 놀라 깬 다음 ‘각방’ 이야기를 꺼냈고 합의된 한집 별거를 시작했다. 

“아흐흠! 오랜만에 잘 잤다!” 잠 잘 때 각 방을 써본 성인 중 만족한 사람은 63퍼센트에 이른다. 미국 수면학회는 따로 자는 부부가 더 잘 잔다는 내용의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상대의 뒤척임에 방해받지 않고 혼자 잔 여성은 평균 37분을 더 잤고, 수면의 질도 좋았다. 반면, 혼자 잔 남성은 약 39분 더 오래 잤으나 수면의 질은 여성과 함께 잘 때가 나았다. ‘심인성 통증(정신/심리적 원인으로 생기는 신체화 증상) 저널’의 연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수면 문제를 겪고 있는 부부 20퍼센트는 결혼 생활에 불만이 컸고, 잠을 잘 못 잔 55세 이상 고령자 그룹은 무려 50퍼센트가 결혼에 불만을 나타냈다. 따로 잘 만큼 커다란 불만 사유 중 하나가 배우자의 코골이 문제. 귀마개를 해보고, 같은 침대에서 6-9 자세로 반대 방향 머리두기도 하다가 마침내 베개를 들고 다른 방으로 피신 가는 것으로 이어진다. 

충분한 잠은 각 개인 뿐 아니라 사회관계 문제에도 영향을 미친다. 잠을 설친 다음 날 대인관계 갈등이 증가하고 가정 폭력 발생이 더 높았다는 연구도 나와있다(사회심리학 저널, 2012). ‘모름지기 부부란 한 침대에서 자는 법’이라는 생각은 우리 스스로 만들어낸 통념일 뿐이라고 사회학자들은 설명한다. 부부가 세상에서 가장 친밀한 ‘연맹관계’라면 서로의 웰빙을 위해 형편을 배려하고 살피는 건 당연지사. 두 사람 모두에게 가장 질 높은 수면을 취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실천하라는 게 심리학자들의 주장이다. 

‘수면이혼’(Sleep Divorce)은 부부 각방쓰기의 다른 이름이다. 코골기, 침대 중앙에 큰 대자로 누워 공간 독점하기, 상대방 허리에 다리 걸치기, 이불 끌어당기기 같은 잠 습관의 차이로 방해를 준다면 수면이혼을 고려해볼 만 하다. 감기, 앨러지 기침, 잠꼬대, 이 갈기 등도 각방 요인이고, 저녁형/새벽형 차이도 각방 쓰기에서 해결책을 찾아볼 수 있다. 

평화로운 각방쓰기에는 사전 협상이 가장 중요하다. 누가 매스터 베드에 남아있고 누가 딴 방으로 옮길지, 한주에 몇 번 섹스를 할지, 잠들기 전 시간은 어느 방이 좋을지 함께 상의하고, 자녀에게는 부모 관계에 대해 오해하지 않도록 잘 설명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7월은 WHO가 정한 셀프케어의 달이다. 셀프케어는 질 높은 수면에서 시작한다. 베개에 귀를 파묻고 긴 긴 밤 견딜 필요는 없다. 나에게 친절하자!  

김 케이 임상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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