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이규 레스토랑
김성희 부동산
첫광고

[시론] ‘칩 워’ 결말? 구소련에 힌트가 있다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7-13 13:48:39

시론, 이철균 서울경제 산업부장

권순상 노흥성 부동산 470-218-6136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이철균(서울경제 산업부장)

 

2차 세계대전 승전국 중 하나인 소련은 과학 강국이었다. 흡수된 나치 독일의 과학·엔지니어들의 영향이 컸다. 

미사일·컴퓨터 등 기술력도 상당했다. 소련은 1957년 스푸트니크호를 발사했고 1961년에는 세계 최초의 우주 비행사 유리 가가린을 배출했다. 이뿐인가. 유리 오소킨이 집적회로를 만든 것도 1962년이다. 군사력과 기술 패권을 반도체가 좌우한다는 것을 알았던 소련은 젤레노그라드(Zelenograd·녹색도시)를 착공하면서 꿈의 반도체 도시 건설에도 한발 다가섰다.

그랬던 소련은 30년 뒤 반도체 패권 다툼에서 사실상 완패했음을 시인한다.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이 1990년 미국 실리콘밸리를 방문했고 미국의 첨단 기술을 넘겨받고 싶어 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평론가들은 미국의 완승을 확인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기술에서 밀린다고 판단한 소련은 끊임없이 미국의 반도체 칩과 장비를 몰래 들여오고 베끼려 했다. 하지만 간과한 게 있었다.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 원자재 준비와 가공·애칭·도핑·패키징 등에 필요한 2,000개 안팎의 기계를 모두 갖추고 있었음에도 완벽하게 재현하는 데는 실패했다. 반도체 공정 하나하나에 들어가는 지식과 미세한 디테일까지는 베끼거나 훔칠 수 없었던 탓이다. 

더욱이 무어의 법칙이 말하듯 마이크로 칩에 저장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은 24개월마다 2배씩 늘었다. 반도체에 집적하는 트랜지스터의 수가 2배로 늘어난다는 것인데, 베껴서는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는 속도였다. 소련이 온갖 수단을 동원해 인텔의 칩을 모방했겠지만 그 기술이 늘 5년 정도 뒤처진 것 역시 이런 이유에서다.

소련의 집요한 야심에 놀란 미국은 동맹국을 중심으로 한 반도체 공급망 전략도 구사한다. 반도체의 효율적인 분업 체계인데, 미국은 칩 설계와 제조 장비, 조립의 역할을 이미 1960년대부터 나눴다. 단일국가가 설계부터 장비·조립까지 모두 갖춰 투자한다는 것은 1 대 100의 싸움과 같았다. 

투자 규모는 물론 반도체 단계별 기술 발전의 속도를 따라올 수가 없었다. 칩 스파이가 넘친다는 것을 인지했던 미국은 기술 통제도 치밀하게 한다. 소련은 무딘 반도체 장비에 순도가 떨어진 재료로 칩을 생산할 수밖에 없었으니 양국의 기술 격차가 날이 갈수록 벌어지는 것은 당연했다. 미국은 이렇게 30~40년을 다투면서 소련을 ‘반도체’로 굴복시켰다.

소련 견제를 위해 일본에 반도체 조립 공장부터 기술까지 이전하지만 그것이 부메랑이 돼 미국을 위협하는 데는 20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경제 대국으로서의 일본에 대한 공포감도 있었지만 미국 펜타곤을 자극한 것은 다른 데 있었다. 첨단 무기에는 첨단 반도체가 필요한데 일본 칩 의존도가 높아지면 2차 세계대전 이후 놓지 않고 있던 ‘군사 패권’의 지위마저 흔들릴 수 있었다. 반도체 패권은 곧 군사 패권의 보증수표였다. 

심지어 패권을 가지려고 했던 일본이 정치적 득실에 따라 첨단 칩을 소련에 제공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정밀 무기의 차이로 기울었던 미소의 군사력 균형이 다시 만들어지고 글로벌 질서는 또 체제 대립으로 갈 가능성이 커졌다. 

미 정부는 1985년 미일 반도체협정, 1986년 플라자합의를 통해 일본의 기세를 아주 냉정하게 꺾어버린다.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세계 1·2위를 석권하던 일본의 기업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삼성전자 등이 세계 반도체의 중심에 편입되는 결정적 계기로 작용한다.

미국은 지금 세 번째 칩워(Chip-War)를 벌이고 있다. 상대는 중국이다. 중국은 1960년 반도체연구기관을 출범시키고 1965년 중국산 집적회로도 만들었다. 잭 킬비가 1958년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에서 집적회로를 선보인 지 7년 후다. 중국은 소련·일본 못지않게 강한 상대다. 미국은 1·2차 칩워를 복기하듯 공급망부터 기술 통제, 초격차의 ‘승리’ 카드를 모두 꺼냈다. 누구 하나가 무릎 꿇을 때까지, 긴 싸움의 서막이 이제 올랐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법률칼럼] “미국 내 영주권 신청 막힌다?”

케빈 김 법무사 USCIS 신분조정(AOS) 정책 변화와 현실적인 대응 전략 미국 이민국(USCIS)이 지난 5월 22일 발표한 신분조정(Adjustment of Status·AO

[행복한  아침]  어른  다움의 서사

김 정자(시인 수필가)     나이가 들어간다는 말은 내 보이기 싫은 것들이 늘어난다는 말과 동의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주름살, 흰머리, 아집, 애착이 은근히 자리 잡기 시작하

[신앙칼럼] 다볼산의 기적 예수 (The Miracle of Mount Tabor, Jesus : 마태복음Matthew 17:1~13)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1. [도입] 붉은 흙 위에 울리는 나지막한 음성앨라배마의 뜨거운 태양 아래, 버려진 돌조각들로 평생 기도의 정원(아베 마리아 그로토)을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삶의 균형을 찾는 지혜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삶의 균형을 찾는 지혜

최 모세( 고전 음악·인문학 교실) 삶의 균형을 어떻게 찾을 것인가? 라는 물음에 앞서 삶의 모든 영역에 불균형으로 질서가 없음을 경험한다. 인간관계의 불협화음에서 파생되는 무질서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 - 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9)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 - 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9)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과다지급금 회수, 당신의 ‘작은 실수’를 대하는 쇼셜시큐리티의 변화” 천경태 (금융전문가)  공식 발표일: 2026년 5월 11일 (자료 출처: SSA 감사

[삶과 생각] 소아암 병동의 아이들!
[삶과 생각] 소아암 병동의 아이들!

지천(支泉) 권명오 (수필가 / 칼럼니스트) 에모리 의과대학 종신 명예교수이자 소아암 전문 의학박사인 문학평론가 아혜 김태형 시인의 글을 읽고 고약한 소아암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의

[추억의 아름다운 시] 밤의 이야기

조병화 고독하다는 건아직도 나에게 소망이 남아 있다는 거다소망이 남아 있다는 건아직도 나에게 삶이 남아 있다는 거다삶이 남아 있다는 건아직도 나에게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거다그리움

[수필] 묵묵히 곁을 지키는 일
[수필] 묵묵히 곁을 지키는 일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칠십 대 초반의 한 할머니가 남편을 여의었다. 지금까지 전기요금 내는 일조차 손수 해본 적이 없던 할머니는 매일 아침 남편의 묘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주택보험의 Personal Property란 무엇인가?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주택보험의 Personal Property란 무엇인가?

최선호 보험전문인 ‘세간살이’라는 말은 집안에서 사용하는 온갖 물건을 뜻한다. 냉장고, 세탁기, 소파, 침대, TV 같은 큰 물건부터 옷, 그릇, 컴퓨터, 전자제품까지 모두 포함된

[애틀랜타 칼럼] 용서의 힘

이용희 목사 “너의 원수로 인하여 난로의 불을 뜨겁게 지피지 말라. 오히려 그 불이 너 자신을 불태울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말입니다.분노하는 사람은 그 분노로 인하여 자신을 잃을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