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자(전 숙명여대 미주총동문회장)
봄에는 흙도 달더라 얼마나 뜨거운 가슴이기에
그토록 고운 생명으로
다시 태어나는가
영혼 갚숙이 겨울을
울어…
울어…
아픈 가슴 사랑의 불 지피더니
죽었던 겨울 나무 가지 마다
생명의 함성
일어나라
일어나라
잠자는 내 영혼 흔들어 깨우네
한줌의 흙
수 많은 생명의 넋 흙속에 숨어 살고
너와 나 또하나의 생명이더니
죽어도 다시 사는 영혼의 혼이여
목숨 또한 사랑이더라
흙내 어머니의 젖무덤
그 사랑의 젖줄 물꼬
이봄 다시 태어나리
꽃으로…
바람으로…
사랑으로… (시 , 박경자 2000년 쓴 시)
맨발로 흙을 밟으며 솔숲 사이를 거닐다 몇 번 소개한 흙내를 이 봄 내 영혼이 맑은 혼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어 나의 옛시를 오늘 다시 읽는다. 서산에 해 기울어 산그림자 내릴 무렵, 허겁지겁 달려온 세월 속에 나의 그림자 하나 서성인다, 무얼하러 그리도 허둥대며 살아왔는지…
오늘 아침 어떤 시를 올려야 하나 망설이다가 100년 된 노송들이 세월속에 나의 죽마고우된 솔에 등을 기댄다. 우뢰같은 그 침묵, 거칠은 솔의 몸 속에 솔의 침묵을 듣는다. 이름 모를 철새들이 솔가지에서 지난밤 잠이 들었나보다. ‘솔을 안아 보셨나요.’ 나는 이민의 삶 속에 길이 보이지 않는 날엔 조용히 솔을 가슴으로 안아본다. ‘천인 무성’그 무서운 태풍 속에서도 가지를 몇 개 떨어트릴뿐 청푸른 잎새로 침묵으로 세월 속을 거닐은다. 솔은 은자의 나무라, 선비의 나무라… 나무 옆에 선비 공에 쓰여있다. 세상이 사랑이 망가진지 오래인데 스스로 사랑이 되어 봄길을 거닐은다. 가슴엔 수많은 세월의 아픔 나이테를 감고 눈도 감고, 하늘 우러러 스스로 봄길이 되어 홀로 걸어간다. 솔밭 사이 나의 채소밭에 맨발로 흙을 밟는다. 거긴 내 어머니의 숨결이 살아있고 흙을 밟으면 살아있는 우주의 기운을 받고 생명의 기운이 솟아난다.
'흙을 가까이 하라/흙에서 생명의 싹이 움튼다/나약하고 관념적인 도시의 콘크리트 사막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인간에게 흙은 영원한 모성이요/흙은 우리의 생명의 젖줄이다.흙을 가까이 하면 / 흙의 덕을 배워 순박해 지고 정직해 진다./ 흙에는 거짓이 없고/전쟁도 모르고/ 총기 사용도 모른다. (법정 스님의 명상의 글 중에서)
나의 흙밭에는 이 봄, 심지 않아도 매년 태어난, 야생미나리, 쑥, 질구쟁이, 신선초 이름모를 봄채소 아이들과 봄 식탁의 입맛을 다시 찾는다. 솔 사이 야생 미나리가 밭을 이루어 소쿠리로 가득 베어다가 모임 음식점에 부탁해 봄나물로 시큼상큼 봄나물을 만들어 우리 숙명 후배들에게 이 봄맛을 선물했다. 흙은 그 생명의 젖줄로 흙의 덕으로 사랑을 키운다. 기왕에 솔 이야기가 나왔으니 돌산 호숫가에 다 쓰러져 간 고목 소나무를 옆에 있는 단풍 나무가 뿌리로 솔을 켜 안고 살려낸 소나무와 단풍나무의 사랑의 전설이 지금도 살아서 두나무가 서로 껴안고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단풍나무는 그거목의 솔을 살리려 몇 미터나 강한 뿌리를 내려 행여 솔이 넘어질까봐… 지금도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 나무에도 사랑의 혼이 살아 있다. 사람은 한 치의 땅을 더 빼앗기 위해 그 많은 생명을 죽이는 인간은 나무의 혼에게 물어봐야 한다.
지구별 인간들이여
우린 과연 왜 사는지를…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 오지 않고
하늘과 땅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자리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는 봄길을 걸어 가는 사람이 있다. ( 시, 봄길, 정호승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