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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사람의 가슴에도 봄은 오려나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3-06 08:18:25

수필, 박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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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자(전 숙명여대 미주총동문회장)

 

 

'이화에 월백하고 은한이 삼경 인제 

일지 춘심을  

자규야 알랴마는

다정도 병인 양하여

잠 못 들어 하노라'     [ 고려 말 이조년의 시]

 

천지가 생명의 봄을 노래하는데 사람의 가슴에도 봄은 오는가…

배꽃이 흐트러진 밤  삼경이 이르도록 잠 못이루는 옛 시인의  맑고 아름다운 봄밤의 이야기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이 봄 말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나눌  수 없음이 슬픔이 아닐 수 없다. 버들강아지 폭신한 솜털이 고개를 들고 봄에는 꽃이 아닌 것이 없다. 죽은 듯한 황량한 대지에 흙속에 묻어둔 생명의 꽃씨는 희망의 봄을  키운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거리,거리에 버려진  피난민 속에 죽어간 아이들의  울음 소리…

사람의 가슴에도 봄은 오는가… 전쟁 속 황량한 벌판같은 세상에 무슨 시? 시를 소개하면서  포도주 한잔에 의지할 때가 많다. 

‘춘래 불사춘’이란 말이 있다. 봄은 왔지만  봄같지가 않다는  뜻이다. 그러나 시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인생을 음미하는 노래 아닐까.

 

 

오랑캐 땅에는  꽃과 풀이 없어

봄이와도 봄 같지 않네요

절로 옷과 띠가 헐거워 지니 

허리 위해 그렇게 된 건 아니랍니다. [ 동방구 왕소군의 원망]  

 

‘춘래  불사춘’ 의미는 봄이 와도 희망과 생명만으로 이해할 수 없는 세상의 아픔을 말함이기도 하다.

 

'보릿 고개 험하기는 태행산 같은데

단오 지나야 비로소 보리 타작 시작되네

풋보리 한 사발  어느 누가 들고 가서

주사의 대감님 맛 보시라고 나눠 드릴까 ''(시   정약용 ]

 

봄이 아름다운 것은 죽음을 딛고 일어선 겨울의 아픔 때문이리라. 

땅 속에 자신을 완전히 갈무리하고  지난해의 삶을 스스로 죽임으로서  새 봄, 새 생명을 꿈꾸기 때문이리라.

흙속에서 우주의 비밀을 전해 듣고  이 봄 태어난 생명은 옛 생명이 아닌  새 생명의 환희다.

꽃이 피는 의미는 화려함, 꽃의 잔치만은 아니다. 땅 속의 꽃시계는  자신이 피어야 할 시기를 안다.

매화가 선두로 피기 시작하면 벚꽃, 살구꽃, 복숭아꽃, 장미, 해당화, 목련, 목단등 꽃들의 피는 바람, 신기가 다르다.

우리 인생의 계절도 꽃과 다름이 없다.  한 청춘의  광풍이 지나면 우리 인생의 꽃피움도 다르다.

꽃으로 봄이 아름답듯이 인생의 계절도  생애 가장 빛나는 꽃피우는 지점에  피울 꽃이 있다.

요즘 우리 아이들에게는 꽃을 피울 시간도 없고, 꽃을 꺾어 던질  강물도 없다. 지난달 14살 소녀가 학교생활을 못 견뎌 자살을 했다. 

우리 아이들에게  학교는  더 이상 배움의 성역이 아니다. 매년 일어나는 학교 총기 사건, 친구들의 따돌림, 부모들의 채찍질 ‘최고가 되라’ ‘돈되는 사람이 되라’  우리 아이들에겐 청춘의 꽃을 피울 인생의 아름다운 봄이 없다. 잘난 어른들이 만든 전쟁으로  지구촌 사람들은 아름다운 봄꽃 소식을 잃었다.

 

''하늘에 무지개 보면

내 가슴은 뛰노라

내 인생이 시작 되었을 때 그랬고

지금 어른이  돼서도 그러하며

늙어서도 그러 하거기를

그렇지 않으면 차라리  죽는 게  나으리

아이는 어른의 아버지

내 살아가는  나날이

자연에 대한 경외로 이어질수 있다면'' { 윌리워즈 워드,  시,무지개}

 

그런데  누군가가  어린 시절로 다시 돌아가고 싶으냐 물으면 단호히 ‘아니다’이다. 내 인생 한 번의 아픔으로 충분하다.

 

 

공산 무인 
수류 화개
황산옥
공산 무인 수류 화개 <황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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