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Me vs. My Parents’라는 카툰 밈이 인기를 끈 적이 있다. 밀레니얼들의 29세와 그들 부모의 29세를 비교하는 내용이다. 이전 세대는 29세의 나이에 집을 사거나 아이를 갖고 401(K) 투자를 하는 등 성인들의 결정들을 내렸지만 밀레니얼들은 29세에 고양이와 화초 키우는 것을 고민하는 세대라고 카툰은 묘사한다. 밀레니얼들이 처한 사회경제적 상황을 적나라하게 풍자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흔히 “최고의 학력을 쌓고 제일 일은 많이 하지만 가장 적게 버는 세대”라고 일컬어진다. 밀레니얼은 1981년부터 1996년 사이에 태어난 20대 중반에서 40대 초반의 세대를 뜻한다. 이들의 수는 7,500만 명 정도이다.
이들은 대부분 부모들의 극성 속에 다양한 교육을 받았다. 대학 입학을 위한 ‘이력서 만들기’가 미국사회에서 본격화되기 시작한 것은 바로 밀레니얼 세대부터였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을 거쳐 들어간 대학의 졸업장이 경제적 미래를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었다. 좋은 대학을 나왔어도 제대로 된 직장을 잡기 힘든 경우가 많았다. 특히 문과계열 전공자들은 더 그랬다.
교육을 많이 받았음에도 경제적으로 고통 받고 있는 것은 이들이 직면해야 했던 외적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노동 시장은 이미 유연화된 상태였고, 노조는 무기력했으며 심지어 금융위기로 경기도 나빠졌다. 사상 최악의 실업난 속에 좋은 대학을 나온 고급 인력들은 비정규직을 전전해야 했다. 특히 나이가 좀 있는 밀레니얼들은 2008년 경제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이런 악조건들 속에서 밀레니얼들이 “역사상 처음으로 부모들보다 가난해진 세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수치로 확인된다. 연방준비제도 연구에 따르면 밀레니얼 가구의 수입은 이전 세대인 X 세대와 베이비 부모 세대에 비해 11%와 14%가 적다. 수입은 제자리걸음인데 주거비 등 온갖 물가들은 치솟는 상황에서 부모에 얹혀사는 밀레니얼들이 늘고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게다가 밀레니얼들이 받은 고등교육은 빚으로 고스란히 돌아오고 있다. 학자금 빚이 부모 세대보다 300%나 많다. 이들이 집을 소유할 확률은 1975년도 젊은이들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리고 5명 가운데 1명꼴로 빈곤 상태이다. 이들 대부분은 사회 안전망과 직업의 안정성이 날로 잠식되면서 75세나 돼야 은퇴할 수 있을 것으로 여기고 있다.
그런 가운데 최근 월스트릿저널은 밀레니얼 세대가 코로나19 팬데믹과 인플레이션 등 최근 몇 년간의 변화에 다른 세대보다 더 큰 타격을 받으면서 큰 빚을 지게 됐다고 보도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의 부채 총액은 지난해 4분기 기준 3조8,000억 달러 이상으로 2019년 말보다 27%나 증가했다. 밀레니얼 세대의 부채 증가세는 전체 연령대에서 가장 가파르다.
밀레니얼 세대는 경제위기 등 어려운 시기를 경험하면서 경제상황이 좋을 때도 재정적으로 불안하다고 느끼며, 창업이나 투자 등 소득을 더 늘릴 기회에도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라고 월스트릿은 분석했다. “3루에서 태어났으면서도 자기가 3루타를 쳤다고 생각하는 베이비부머와 달리 밀레니얼은 크게 성공하기 어려운 시기에 성공에의 기대를 받으며 태어났고 불안정한 경제시스템 속에서 가난이 주는 공포를 배웠다”는 작가 앤 헬렌 앤더슨의 지적과 일맥상통한다.
한 재정전문가는 “밀레니얼 세대는 자신들이 모든 방향에서 두들겨 맞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자신의 재정 상황을 통제할 수 없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밀레니얼들의 재정적 어려움을 개인적인 능력이나 태도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경제적 상황과 요소들의 결과라는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학자금 빚 일부 탕감은 가난한 밀레니얼들의 숨통을 조금이나마 틔워주는 조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가운데 연방대법원은 이 조치에 대한 적법성 심리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