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경동나비
엘리트 학원

[수필] 묵은 내 가슴에 봄이 오는 소리가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2-13 09:47:16

수필, 박경자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박경자(전 숙명여대 미주총동문회장)

 

숲길 짙어 이끼 푸르고나무 사이 사이  강물이 희여

햇빛 어린 가지 끝에  산새 쉬고

흰구름 한가히  하늘을 거닌다.

 

산 까마귀  소리  골짝에 잦은데

등 넘어 바람이 넘어 닥쳐와

굽어든 숲길을  돌아서 돌아서

시냇물 여음이 옥인듯  맑아라

 

푸른 산  푸른 산이 천년만 가리

강물이 흘러 흘러 만년만 가리

산수는 오로지 한폭의 그림이냐      (시인  신석정, 산수도, 전문)

 

구름이 떠가며 무어라 하던?

골에서 봉우리에서 쉬어 가자 합데다.

바람이 지내며 무어라 하던?

풀잎에 꽃잎에 쉬어가자 합데다.

종소리 어쩌자고 메아리 하던?

불러도 대답없어 외로워 그런데요.

누구를 부르기에 외로워 그런다던 ?

불러도 대답없는 사람이 그립데요.

 

내 영혼을 맑게 흔들어 깨우는 시인의 가슴은 이 봄 잠들은 내 영혼을 흔들어 깨운다.

살얼음 헤치고   살포시 꽃내음을 알리는 들꽃 한송이 하도 땅이 훈훈해서 거기 머물고 싶지만/손에 손을 불끈 쥐고/ 볼에 볼을 입맞추고 / 그렇게 차가운 엄동설한에  봄은 우리 핏줄을 타고  와/호흡은 가뻐도  이토록 뜨거운가 ?어디서 살얼음 풀리는소리 나무들도 살포시 기지개를 켜 세상을 내다본다.

봄 머금은  햇살이 하도 좋아 나도 발을 쭉펴고 하늘을 본다고 시인은 말한다. 시인의 가슴에는 누가 사는가? 뜨거운 심장에는 하늘이 살고, 땅이 살고, 사람이 산다. 심장이  말하는 혼의 이야기를 언어로 토해 내는 시인의 가슴은  고요한 명상,  하늘, 땅이 어울린 신들린 바람아니던가… 신석정 시인의 시는  불교의 선문답 깊은 오래전  이야기를 오늘, 하이얀 화선지에 먹물로  한폭의 산수화를  친다.‘백석 시인이 시 ‘사슴’ 을 읽고 수선화란 시를 보낸다. ‘수선화는 어린 연꽃처럼 오므라진 하얀 수반에 담는다/ 수선화는 아직 햇빛과 은하수를 구경한적이 없다/수선화는 돌 과 물에서 자란  냉정한 식물이 아니다. 수선화는 혀끝으로 봄을 핥으러 애를 쓴다.’ 화답한다.

우리 동네 이웃집에  이름도 모를 꽃 한송이가 영하 30도를 넘는 추위에 몸 하나 상하지 않고 피는 불사조의 꽃이 피어있다. 난 그 꽃이 행여나…  이 강추위에 몸이 녹아 버리지나 않았는지… 꽃을 보러 그 집앞을 서성인다.

겨우내 몇 개월을  온몸에 빛을 발하며  피어 있는 그 작은 꽃의 신비에 내 마음이  어느 은하수 꽃길에 살다가 지구 별에 잠시 머문 신비의 꽃의 신비에  ‘지구 별엔  너를 품어 줄 사람도 없고/  네가 죽어도 울어 줄 사람도 없다./나와 너/ 무수한 밤하늘의 별 /내마음 둘곳은 /별들이  수놓은 은하수 꽃길이다.’(봄 꽃 한송이에 붙여- 시우)

우리집 정원 뜰에는 기암 절벽  바윗돌이 내 죽마고우들이다. 바위 틈에 작년에  옮겨심은 매화가  추운 겨울을 뚫고 두 번째  꽃을 피웠다. 섧고도 시린 가슴앓이야… 오죽했겄냐만은  선비의 사랑 매화가 꽃망우리를  열고 피는 날… 내 가슴에는 처음으로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마치 깊은 산사에 도량석을 도는 스님의 목탁소리라도 들었는가… 참으로 오랜 만남… 내 가슴 봄이 오는 소리를 듣는다.

 

내 가슴 속에는

햇빛에  푸른 분수가 찰찰  빛나고 있다.

내 가슴 속에는 

오동잎에  바스라지는 바람이 있다.

내 가슴 속에는

바람에 사운데는  꽃이파리가 있다.

내 가슴 속에는

별들이 간직한 하늘의 착한 마음이 살고있다.

내 가슴 속에는

그 아주머니의 싸늘한 젖꼭지를 물고 땅을 허비던 어린것의 뭉개진 손톱이 있다.

내 가슴 속에는 

나비의  가녀린 나랫 소리가 있다.

내 가슴 속에는

강물에 조약돌처럼 던져 버린 첫사랑이 있다.

내 가슴 속에는 

산에 사는 나무와 나무에서 지줄대는 산새가 있다.     [ 시   신석정  --  내 가슴 속에는  ]

 

신석정 시인은 ( 1907-1974]  본명 , 석정1930년 , 전북 부안 출신  동국대 불교 전문강원에서 박한영 문하에서 불교 공부 --- 촛불의 시인으로  신석정 문학관에 60여편의 시 보관됨.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법률칼럼] 트럼프의 대량 추방대상

케빈 김 법무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규모 이민자 추방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그의 이민법 집행 계획이 실제로 어떤 모습일지에 대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는

[벌레박사 칼럼] 카펫 비틀 벌레 퇴치법

벌레박사 썬박 미국에 있는 대부분의 집들은 카펫이 깔려 있다. 카펫에서 나오는 벌레 중 많은 질문을 하는 벌레 가운데 하나가 바로 카펫 비틀(Carpet Beetle) 이다. 카펫

[행복한 아침] 자연의 가을, 생의 가을

김정자(시인·수필가)                                       단풍 여행을 떠나자는 권면을 받곤 했는데 어느 새 깊은 가을 속으로 들어섰다. 애틀랜타 가

[삶과 생각] 청춘 회억(回憶)

가을이 되니 생각이 많아진다. 그런 생각 중에서도 인생의 가장 치열한 시간은 대학입시를 준비하던 때인 것 같다. 입시를 앞 둔 몇 달, 마지막 정리를 하며 분초를 아끼며 집중했던

[데스크의 창] ‘멕시칸 없는 하루’ 현실화될까?

#지난 2004년 개봉한 ‘멕시칸 없는 하루(A Day Without a Mexican)’는 캘리포니아에서 어느 한 날 멕시칸이 일시에 사라졌을 때 벌어질 수 있는 가상적인 혼란을

[인사이드] 검사를 싫어하는 트럼프 당선인
[인사이드] 검사를 싫어하는 트럼프 당선인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했다. 선거전 여론 조사에서 트럼프와 해리스가 연일 박빙의 구도를 보였으나 결과는 이를 비웃는 듯 트럼프가 압승을 거두어 모

[뉴스칼럼] 유튜브 채널의 아동착취

가족을 소재로 한 유튜브 콘텐츠가 적지 않다. 주로 부부가 주인공이다. 유튜브 부부는 경제적으로는 동업 관계다. 함께 제작하거나 동영상 촬영에 협력하면서 돈을 번다. 유튜브 채널이

[신앙칼럼] 차원 높은 감사(The High Level Of Gratitude, 합Hab. 3:16-19)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나는 여호와로 말미암아 즐거워하며 나의 구원의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기뻐하리로다”(합 3:18). 여호와, 하나님을 감사의 대상으로 삼는

[뉴스칼럼] 슬기로운 연말모임 - 말조심

“아버지가 언제 그렇게 바뀌었는지 알 수가 없다”고 60대의 백인남성은 기가 막혀했다. LA에서 대학교수로 일하는 그는 부친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최근 동부에 다녀왔다. 90대

[파리드 자카리아 칼럼] 민주당의 세 가지 실수
[파리드 자카리아 칼럼] 민주당의 세 가지 실수

언뜻 보기에 2024년 한해 동안 나라 안팎에서 치러진 선거는 팬데믹 이후의 혼란과 인플레이션에 휘말린 정치 지도자들을 한꺼번에 쓸어간 거대한 물결로 설명할 수 있을 듯 싶다. 지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