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자(숙명여대 미주총회장)
바다를 본자는 물을 보지 못한다푸른 대양에 젖줄 문
파도가 하늘 젖줄 물고
억겁의 세월 홀로 걸어 왔었지
태어 남 , 소멸
생과 사의 푸른 대양에
하늘 젖줄 문 생명
푸른 대양에 시를 쓰고 있었지
어디서 와서 --
어디로 가는지 나도 몰라
아무도 묻는 이도 없었다
까만 밤 별빛이 길을 밝혀주고
목숨 하나 하늘 젖줄 물고 달려왔다
태양의 이글거림
거대한 파도가 나를 삼키고
다시 바다로 ---
어느 날 낮선 해역
작은 모래 사장
한줄기 물거품 되어 부서지고
다시 바다가 된다
나는 파도가 아니라
바다야 ----- ( 시 , 김경자}
태고의 바람 소리, 하늘, 바다, 푸른 산, 푸르디 푸른 상아의 나라, 그 누가 던져 놓았나… 거대한 대양위에 사마귀 만한 작은 섬하나. 내 가슴에 숨기어 둔 연인같은 섬, 그 바다를 찾아 나선다. 라바, 라바, 작은 보자기 하나 걸친 원주민들 야자수 우거진 바닷가 모래 사장 먼길 달려 온 파도가 홀로 왔다 간다. 열대식물들… 바나나, 망고, 따로 ,우루 , 애써 농사하지 않아도 원주민 주식이 산과 들에 가득하다. 바다에는 언제나 물고기가 있어 하루 식량만 건져 내어 식탁에 오른다. 남태평양에는 수많은 섬들이 마치 사마귀 처럼 솟아 있다. 조물주가 세상을 지으시고 남은 흙을 거대한 대양에 뿌리셨나 보다. 그 어디에도 외로운 섬은 없다. 깊은 바다에는 육지로 연결된 거대한 생명의 젖줄기가 연결되어 있다. 지구별이 수 억년의 세월 사이 육지가 바다로, 바다가 육지로, 푸른 대양 아래는 그 옛날 거대한 육지가 숨어 산다. 잠시 다녀 간 나그네인 내가 안개처럼 잠시 스쳐 갈 뿐… 남태평양도 알고 보면 그 옛날 화려한 왕실이 거대한 문명이 바다속에 숨어 산다. 하와이 중심으로 폴리네시안, 멜라네시안, 마이크로 네시아, 크게는 세 종족이 모여 산다. 큰 대륙으로는 오스트렐리아, 뉴 질랜드도 그 섬들이다. 난 대학 시절 단편 소설 서머 세트 모음 ‘레드’ 라는 소설 속에 소개된 남태평양의 아름다운 섬 ‘팡고, 팡고를 꼭 한 번 가 보고 싶었다. 1977년 내 나이 스물일곱살에 외교관 남편 따라 그 섬에 5년을 살게 되었다. 우리나라 원양어선이 유일한 외화수입 참치잡이를 남태평양에서 하고 있을 때였다. 거대한 대양위에 사마귀만한 작은 섬 지금도 한국인을 닮은 원주민 아이들이 많은 이유도 원주민 처녀들과 우리 선원들이 하룻 밤 사랑으로 태어난 아이들이다. 팡고, 팡고 항구는 아름다운 미항으로 수심이 깊어 러브 보트같은 관광 유람선이 쉬어가는 아름다운 항구이다. 원주민들은 코코낫 잎 새로 지은 펠래에 온가족이 한데 모여살고 마당에는 조상의 묘를 모시고 유리관으로 덮어놓고 보고 싶으면 가끔 열어보기도 한다. 바다를 육지로 알고 사는 섬 사람들…
잘 산다는 것, 가난과 부의 개념도 없다. 레이꽃 만발한 길목마다 천혜의 맑은 바람, 눈빛이 유난히 아름다운 원주민 처녀들의 춤과 노래, 그 푸른 바다를 난 지금도 내 가슴에 담그고 산다. 다시 태어나면 그 바다, 그 섬마을에 이름없는 여인으로 태어나 살고 싶다. 그 아름다운 섬에도 두고온 내 조국의 아들들이 낯선 해역, 파도가 되어 바닷가에 잠들고 있다. 가난이 죄가 되어 원양어선 선원이 된 우리 아들들이 거대한 대양의 거친 파도에 휩쓸려 바닷속에 묻힌 우리 선원들 묘지가 300여구도 넘게 그 파도 소리에 묻혀있다.
남태평양의 선원 묘지
꾸욱 꾸욱 고향하늘 나는 물새 한마리
한을 우는 영혼 하나 고향 하늘 날은다.
오늘도 그날처럼 파도는 울고
해풍에 씻긴 비석하나
낯선 땅 바다에 잠든 넋이여--
열아홉 살 보릿 고개
가난이 한이 되어 원양어선 선원이 되어
작열하는 남태평양 원양어선 선원이 되어
고국을 떠나 던 날 눈물의 이별
사랑하는 너를 보낸 조국은 너무 잔인해 ---
성난 파도는 하늘을 울고
너하나 귀한 목숨 바다에 묻고
남태평양 푸른 바다 밑에 너를 묻고 말았다
고향 그리움, 못내 파도에 울고
돌아 갈수 없는 한의 목숨
한마리 물새되어 하늘 날으네
내사랑, 내조국의 아들들이여 --
이제는 눈물도 가난도 없는
그 하늘나라에서 우리 다시 만나요. [시, 김경자, 팡고, 팡고 항구에서 1977년 쓴 시}